일본 원전사태 악화일로… 세계경제 강타

국내기업 엔화 약세로 수출경쟁력 등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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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이 1호기와 3호기에 이어 2호기ㆍ4호기로 번지고, 5ㆍ6호기마저 이상징후가 감지되면서 일본경제는 물론 세계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11일 일본 북동부 강진이 처음 발생했을 때만 해도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ㆍ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원전 폭발로 방사능 유출이 현실화되면서 경제적 충격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자칫 앞서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재현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방사능 노출로 6년간 80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70여만명이 암과 기형아 출산 등 후유증을 앓았다. 세계 경제 대국 3위인 일본의 위기가 금융위기 이후 겨우 회복기에 접어든 글로벌 경제에 어느 정도 찬물을 끼얻을 것인지 주목된다.

15일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아시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 수치가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한 뒤 일제히 급락세를 기록했다. 도쿄 증시의 닛케이 평균주가는 이날 오전 한때 629.57포인트(6.54%) 폭락한 8990.92를 기록하면서 9000선이 무너졌다. 전체 종목을 대상으로 한 토픽스 지수는 같은 시각 62.47포인트(7.38%) 폭락한 784.49를 나타냈다.

국내 주식시장도 원전 폭발사태에 얼어붙었다. 코스피는 15일 개장 초반 상승세를 보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4호기마저 폭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폭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1900선도 내줬다. 이날 장중 1882.09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낙폭이 한때 100포인트 가까이 됐다. 일본의 잇따른 원전 폭발로 투자자들이 공포에 휘말린 것이 주된 악재로 작용했다.

중국 상하이 종합주가지수는 장 초반 0.33% 하락하는 데 그쳤으나 곧바로 원전 폭발 소식 등에 따라 2.14% 급락한 뒤 오전장을 마무리했다. 호주 증시도 2%대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호주 주요지수인 S&P/ASX200지수 이날 오후 2시 54분 현재 무려 2.8% 급락했으며 종합주가지수인 올오디너리스 역시 2.4% 급락했다.

시라카와 히로미치 크레디트 스위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진의 직접적인 영향보다 원전과 새로운 대형 지진 발생 위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한 전국적인 소비자 심리 악화, 전력 공급 감소에 따른 생산 감소, 노동 시간 감소가 일본 경제를 억누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일본의 대지진 피해 복구가 지연될 경우, 엔화 약세로 한국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는 등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승용차, 선박, 전자직접회로, 석유화학, 자동차 부품 등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한국 수출품목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원은 연간 280억달러에 달하는 일본 수출이 감소하고 일본 부품소재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일본자금의 급격한 유출될 가능성이 존재해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감도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국내 항공ㆍ여행업계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일본 노선에서 일본인 관광객 비중은 최대 25∼30%에 달한다"며 "이번 대지진 여파로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은 302만명으로, 단일 국적 외국인으로 비중이 가장 컸다. 이들 일본인은 서울 등 대도시 호텔 투숙률이 높고 백화점과 면세점 이용률도 꽤 높다. 따라서 호텔ㆍ유통업계도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서울 명동이나 부산에 일본인 관광객이 부쩍 줄었다"며"한국 관광을 계획했던 일본인들도 최근 대부분의 방문 일정을 캔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에 다양한 부품ㆍ소재를 수출하거나 수입해 온 중소업체들은 일본 현지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 일본 경제 전문가는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일본의 경제활동이 극도로 위축되는 것"이라면서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로 인한 대규모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제자리걸음이 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진오기자 jo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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