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법 합의 "급한 불은 껐지만…"

저축은행 공적자금 등 10조 투입… '땜질처방' 후폭풍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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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저축은행 부실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10조원 규모의 기금을 투입하는 예금자보험법 개정안에 합의했으나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확산돼 주목을 끌고 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부실의 원인인 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한 근본 대책 없이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10일 국회는 저축은행 부실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사실상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일부 수정한 뒤 통과시켰다. 수정된 개정안에서는 그동안 금융당국에서 추진하던 `예금자보호기금 공동계정안'을 백지화하는 대신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을 설치키로 했다. 사용목적도 저축은행 부실해소에 한정키로 명시했다. 금융권만의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정부ㆍ여당안과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야당안을 절충한 셈이다.

핵심은 정부와 예금보험공사가 재원을 함께 마련하는 내용이다. 해마다 예금보험료 가운데 45%를 끌어오고 여기에 정부 출연금을 55% 더하는 방식으로 기금이 조성된다. 규모는 약 10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저축은행을 살리기 위해 결국 국민의 세금을 5조원 이상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여야가 합의한 예보법 수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면 11일까지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같은 조치로 당장의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오히려 국내 금융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저축은행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내용은 빠져 있고 부실을 감추는 데 급급해 다시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금융당국이 추진한 기금을 통해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에 나서면 중소 건설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분석된다.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연장의 부담을 갖는 중소 건설업으로 불똥이 옮겨 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저축은행의 부동산PF에 대한 규제 강화로 PF대출의 만기 연장이 어렵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PF상환 압박이 가중돼, 주택 건설 비중과 PF 지급보증 규모가 큰 중소 건설사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잔액은 작년말 기준 12조4000억원으로 추정되며 만기구조가 1년 이내에 집중돼 있다. 1년 이내 만기가 60.3%, 2년 이내가 18.9%, 3년 이내가 20.8%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작년 9월 저축은행 감독규정에 PF대출에 대한 사업성 평가를 통한 건전성분류 기준이 도입돼, 사업진행이 더딘 PF대출은 만기 연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도 금융당국의 부실관리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날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와 보험소비자연맹은 금융위의 졸속 공적자금 투입에 반대 성명서를 내고, 금융시스템을 재정비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도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금융당국에 대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꼴'이라며 근본 대책은 없고 땜질식 조치만 취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예금보험기금의 부실저축은행 자금지원 현황을 보면 2003년부터 2010년 12월까지 총 4조 5000억이 자금이 투입됐지만 회수액은 1조원에 불과해 회수율이 22.2%에 그치고 있다. 최근 3년(2008∼2010년)간 부실저축은행의 자금 지원도 2조400억원이 투입됐지만 7800억원만 회수돼 40%가 안되는 회수율을 보이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같은 카드 돌려막기식 정책은 또 하나의 금융 부실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저축은행 부실문제를 다루기 위한 국회 청문회가 조만간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9일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저축은행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상임위 차원에서 별도의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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