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산책] `로-하이 전략` 필요하다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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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2-0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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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산책] `로-하이 전략` 필요하다
40여년간 지속됐던 지상파 위주의 방송은 1995년 케이블 방송을 시작하면서 다채널 시대를 열기 시작했고, 그 이후 위성TV, IPTV에 이어 새로운 영상 콘텐츠 플랫폼의 소개로 콘텐츠의 유통 경로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OTT(Over-The-Top), 스마트 TV 등 그 이름도 다양하고, 이를 주도하는 사업자도 제조업자, 콘텐츠 홀더, OS 플랫폼 등으로 기존의 비즈니스 생태계에서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흐름이 이어진다. 통신 사업자가 방송 플랫폼에 등장한 IPTV가 방송계 지각을 흔든 융합의 전초전이었다면, 애플이나 구글 등과 같은 OS 플랫폼과 삼성과 LG 등과 같은 가전사 기반의 플랫폼 장착 방송 환경은 융합의 격전지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TV 환경에서 고려해야할 사항은 무엇인가? 첫째, 시청자는 왜 TV를 보는가? 작년 CNN 머니는 인텔이 왜 인류학자를 채용했는가에 대한 기사를 다룬 적이 있다. IT 비즈니스를 선도하는 기업을 보면 심리학자, 철학자, 인류학자 등 사업 분야와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전공자를 뽑는다. 1970년대 제록스 연구소부터 시작해서 MSㆍIBMㆍHP 등 첨단기기와 서비스 비즈니스를 하는 곳에서는 여전히 이들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용자 중심의 기기와 서비스 개발의 중요성이 강조될수록 인간행동의 연구자가 필요한 것이고, 엔지니어가 이끄는 기술 중심의 기기와 서비스 개발로는 이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인텔 양방향 및 경험연구부서(Interaction and Experience Research)의 새로운 연구소장인 Bell 박사는 테크놀로지가 인간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테크놀로지에 의해 변화되는 것을 선택한다라고 말한다. 즉,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새로운 시청환경에 우리가 익숙해지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시청환경에 가장 적합한 또는 우리가 변화하고자 하는 환경에 맞는 테크놀로지가 살아남는 것이다.

둘째, TV의 정의는 유효한가? 현존하는 가장 혁신적인 제품의 한 예인 애플의 아이팟, 아이폰, 그리고 아이패드. 잘 알다시피 아이팟은 MP3P로, 아이폰은 휴대전화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이 기기가 단지 mp3p로 그리고 휴대전화기로만 정의될 수 있는가?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 터치가 포터블 게임 기기 분야에서 닌텐도와 소니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다는 사실(iPod #1 outsells Nintendo & Sony combined)을 강조하며 컨버전스 된 애플 기기의 장점을 부각한다. 멀티 플래포밍을 가능하게 하는 시대 환경, 그리고 멀티 플래포밍이 자연스러운 디지털 네이티브들(digital natives)에게 방송 영상만을 제공하는 행위가 앞으로도 유효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 물음을 던질 필요가 있다.

셋째, 로-엔드(low-end)와 하이-엔드(high-end)마켓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다양한 플랫폼이 존재하고, 심지어 무료로 볼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는 상황에서 방송의 유료화가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다. 그러나 무료시장이 존재함과 동시에 유료화된 프리미엄급의 방송 시장 역시 확대될 것이다. 3DTV, IPTV업계에서 멀티앵글 멀티채널(multi-angle, multi-channel service) 서비스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이밖에도 멀티 플랫폼 시대의 저작권 활용방안, 콘텐츠 유통의 개방성, 클라우드 서비스 환경, OSMD 등 미래의 TV환경에서 고려해야 할 상황은 적지 않다. 저가로 형성되어 있는 유료방송시스템, 무료콘텐트 제공 사이트의 보편화, 높은 지상파 방송 의존율 등으로 인해 미국과 같이 새로운 유료 방송 서비스가 쉽게 활성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환경의 변화가 이전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고, 사업자 역시 다양화되는 상황에서 면밀한 준비를 하지 못한다면 스마트 TV로 대변되는 미래 TV 환경의 성공 가능성은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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