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DNA 독하게 만들겠다"

구본준 부회장 CES서 밝혀… "제조업 기본 무너진게 위기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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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DNA 독하게 만들겠다"
"제조업의 기본이 무너진 게 LG전자 위기의 원인이다. LG전자의 DNA를 독하게 만들겠다."

LG를 떠받치는 기본 가치였던 `인화'에 LG 주력 계열사인 LG전자가 올해부터 `독한 문화'를 DNA로 가져가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LG전자의 구원투수로 지난해 10월 1일 부임한 구본준(61) LG전자 부회장은 3달 만인 새해 벽두 7일(현지시간) 미국 `CES2011' 에 처음으로 공식석상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구 부회장은 "LG전자 만이 잘할 수 있는 DNA를 만들어내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면서 "프로골퍼는 성적이 나쁘거나 부상을 당하면 연봉이 없는 반면 야구는 아무리 못해도 삭감 정도인데, LG전자도 야구 문화와 비슷해 뭔가를 독하게 만드는 `독한 문화'를 DNA로 가져야 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LG트윈스 프로야구단 구단주로 주말에도 몸소 야구연습을 즐기는 구 부회장은 이처럼 LG전자를 LG야구에 비유해 설명했다. 그는 "내가 구단주를 맡고 있는데 왜 맨날 6∼7등 밖에 못하는지 우리 선수들 보면 답답하다"면서 "회사 정상화를 위한 결정구나 왕도는 없다"고 말했다. 단, 옛날 LG전자는 강하고 독하게 했는데 그 부분이 많이 무너진 게 아깝고 그게 품질로 이어졌다는 것. 따라서 품질을 잡는 것이 `결정구'라고 그는 설명했다.

프라이드가 강한 구 부회장은 `LG맨'에 대한 애정 또한 야구에 대한 사랑만큼이나 깊다. 그는 "야구팀에 누구 영입한다고 하면 밑에 애들이 안 큰다"면서 "LG전자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LG전자 직원인 만큼 외부 영입에 대해서는 당분간 확실히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LG직원들 자리를 외부 인사에게 주면 직원들에게 비전을 줄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을 하려면 외부 컨설팅도 해야겠지만 2∼3년 간 외부 영입은 없다고 못박았다.

일각에서 LG전자의 신성장동력이 안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신규사업은 하루종일 얘기해도 다 못할 만큼, 내 머릿속에서 정말 생각을 많이 한다"면서 "일단 부품 산업을 해보니 제품의 경쟁력은 부품에서 나온다"며 부품산업이 기초가 됨을 역설했다.

그는 "한국기업들이 금형을 10년 전에 포기했다가 10년 만에 도로 하는데 금형도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일 것 같다"고 밝히고, "서울 G20 때 전시한 전기자동차의 인버터 모터를 LG전자가 만들었고, 가전사업본부에서 하는 멤브레인 필터와 수처리 및 LED조명 등도 몇 년 후에는 사업부를 하나 탄생시킬 수 있을 신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LG전자의 트레이드마크인 백색가전은 김쌍수씨가 가전사업본부장할 때부터 투자를 많이 해서 기술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고, 전자 분야는 LG디스플레이ㆍLG이노텍이 책임 하에 좋은 제품 개발하고 좋은 부품 아이디어를 내서 아이템을 늘려 가는 한다고 밝혔다. 구 부회장은 "전기쪽은 모터와 컴프레셔가 굉장한 장점인데, 전자쪽은 LG화학이 편광판필름을 하고 LG하우시스가 전기장판, 벽지 만들던 실력으로 필름을 하고 있다"면서 LG전자 뿐 아니라 계열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라스베이거스로 오는 길에 멕시코 공장을 들러온 그는 "원래 제조업을 하던 회사의 경쟁력은 연구개발과 생산ㆍ품질에서 나오는 게 상식인데 우리가 그 기본이 많이 무너진 게 아닌가 싶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항공모함이 바뀌는 데 돛단배처럼 바뀌지 않는 것처럼, 큰 회사가 CEO 한 사람 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좋아진다고 기대할 수 없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열심히 파악하고 고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 부회장이 보는 잘 되는 회사와 안 되는 회사의 차이는 `제품력'이다. 그는 "나는 슬로건을 좋아한다. 제조업은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고 강한 리더십은 슬로건 없이는 안 나온다"면서 LG전자의 슬로건은 FastㆍStrongㆍSmart라고 밝혔다. 그동안 더 빠르게 준비하고 강하게 실행하고 스마트하게 운영하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다는 분석이다.

LG전자 위기의 진앙진가 된 휴대폰에 대해선, 구 부회장은 "스마트폰은 우리가 숨길 것도 없고, 패러다임이 바뀔 때 미리 준비를 안한 게 오늘의 타격이 됐다"면서 "B2B 비즈니스인 만큼 휴대폰 사업은 회복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바이어들이 이미 경쟁사 제품으로 출시했기 때문에 LG전자가 틈새시장을 뚫으려면 더욱 하이엔드 또는 가격경쟁력과 성능 등 타깃을 정해 공략해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올해 1년 고생하면 내년쯤에는 좋은 제품이 나오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오너 CEO 답게 투자계획 역시 과감했다. 구 부회장은 "(투자는) 지난 3년보다는 월등히 많이 할 것"이라면서 "회사가 안 좋을 때 투자를 많이 해야 미래가 있고, 그때 준비하지 않으면 반드시 몇 년 후에는 후회한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하이닉스 투자 여부와 관련해선, 그는 "하이닉스 인수는 지주회사가 결정할 사안이나, 지금 상황에선 시너지도 전혀 없고 관심도 없다"면서 "연합해서 같이 일할 것은 많지만 인수할 가치까지는 없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지난해 10월 1일 부임해 잇따라 조직개편을 일찌감치 마무리한 구 부회장은 "12월 말에 조직변경 다하고, 1월 미국 오기 전에 사업을 챙길 수 있으니 예년보다 시작은 더 좋은 것 같다"면서 "올 연말에도 12월 전에 조직변경을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은 "내 고향이 부산인데 친구들에게 `부산 해운대 바닷가를 아무리 걸어봐라. 예쁜 여자가 너한테 말 한마디 붙이겠느냐'라는 얘기를 한다"면서 "인생은 열심히 노력하는 자에게만 복이 오고, 기본을 지키며 미리 준비하고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심화영기자 dorothy@

◆사진설명 : 미국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에서 7일(현지시간)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취임 첫 공식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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