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육종기술 신품종 2종 개발… 제주도 브랜드상품 육성
한반도 '식물의 보고'… 종자산업 미래 먹거리
`대학 실험실에서 탄생한 새 콩 종자가 낙후된 우리 농업 경쟁력을 키우는 `씨앗'이 될 수 있을까.'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김우일 국장은 요즘 `콩 산업화' 구상에 푹 빠져있다. 세계 콩의 원산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자급률이 7∼9% 수준에 그치고, 국산 종자마저 국가가 개발해 보급하는 게 전부인 우리나라에서 콩 종자를 산업화하려는 시도는 처음이다.
구상의 출발은 경상대 정종일 교수(식물자원환경학부)가 개발한 특별한 서리태와 노란콩이었다. 정 교수는 교육과학기술부 21세기 프론티어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에 참여해 8년간 콩 개발에 매진, 비린내와 알레르기, 소화불량 원인 단백질을 모두 없앤 서리태(개척1호)와 노란콩(개척2호) 종자를 개발해냈다. 개발된 콩 종자는 기술사업화 전문기업인 마크프로의 적극적인 기술 마케팅에 힘입어 김 국장의 책상 위에 올려졌다.
약용콩으로 불리는 서리태는 껍질에 항산화작용과 성인병 예방 등에 효과가 있는 생리활성물질인 안토시아닌이 함유돼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수확기가 늦고 비린내가 많은 게 단점이었다. 정 교수가 개발한 개척1호는 비린내가 없어 훨씬 고소하고 맛있을 뿐만 아니라 소화가 잘 되고 두부로 만들었을 때 일반 콩에 비해 두부 생산량이 많다. 개척2호 역시 마찬가지. 둘다 유전자변형(GM) 기술이 아닌 전통 육종기술을 이용해 개발돼 안전성 논란으로부터도 자유롭다.
김우일 국장은 될성부른 기술을 알아보는 `눈'을 갖고 있었다. 받아든 콩을 시험재배해 보고, 직접 메주를 쒀 된장을 담그고, 두부를 만들었다. 김 국장은 "된장은 아직 완성이 덜 됐지만 서리태로 두부를 만든 결과 맛과 색에서 확실히 차별화되고, 같은 양의 기존 콩에서 두부 10모가 나왔다면 이 콩은 11모 이상이 나와 생산량도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콩은 두뇌에 좋은 레시틴이 많아 `수험생용 두부'를 만들면 시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국가 보급종보다 2배 비싼 이 콩 종자를 3톤 사들여 내년부터 지역 농가를 통해 계약 재배키로 했다. 종자 3톤에서 생산되는 콩은 약 60톤. 이 콩은 전량 수매해 콩 가공업체에 넘겨 기능성 식품으로 생산토록 할 계획이다. 제주지역 가공업체 등과 연계해 지역 특산화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특허관리회사인 마크프로가 종자 사업화 권한을 경상대로부터 사들여 국내외 시장 개척에 나서기로 했다.
국내 곡물 종자산업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곡물 종자를 연구하는 과학자도, 종자기업도 찾기 힘들다. 그렇다 보니 세계 콩의 원산지가 우리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식용 콩은 75%, 사료용 콩은 10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의 이번 시도는 외산 일색인 국내 종자시장이 한 단계 성장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종자산업 규모는 2008년 기준 약 700억달러(농업분야 365억달러)로 우리 수출 효자산업인 조선의 70%에 이르는 거대 시장이다. 그러나 미국, 유럽 등 다국적 기업들이 대규모 자본과 기술투자로 세계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쌀, 콩 등 곡물 종자는 국가가 개발, 보급해 관련 산업이 전무하고, IMF 경제위기 당시 대형 종자기업들이 대거 다국적기업에 넘어가 산업 기반이 크게 훼손됐다. 한반도는 지상식물만 5000여가지로 식물과 곡물의 백화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영국의 지상식물수가 800여가지 인데 반해 제주도만 해도 1800여가지 일 정도다. 농우바이오 등 일부 기업이 고추, 상추 등 채소 종자를 산업화하는 수준이다. 농생명 과학자들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종자기술을 개발하고도, 국내 산업화 기회가 없어 다국적 기업에 이전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현재 국회에는 기업 육성ㆍ지원, 전문인력 양성 등 국가적 차원의 종자산업 육성을 골자로 한 종자산업법 개정안(심대평 의원 대표발의)이 계류돼 있는 상태다. 김우일 국장은 "한 외국기업과 협약을 맺고 제주에서 100헥타르 규모로 골드키위를 키우고 농민들이 그 기업에 로열티를 주고 있는데, 이를 계기로 한가지 종자가 한 기업의 중요 상품이 됨을 알게 됐다"며 "이 콩이 제주의 브랜드상품으로 커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 최양도 단장(서울대 교수)은 "종자산업이 성장하려면 농업과 종자를 산업으로 인식하고 육성하는 세밀한 정책과 지원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며 "국가 중심의 종자 공급ㆍ유통체계부터 선진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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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실험실에서 탄생한 새 콩 종자가 낙후된 우리 농업 경쟁력을 키우는 `씨앗'이 될 수 있을까.'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김우일 국장은 요즘 `콩 산업화' 구상에 푹 빠져있다. 세계 콩의 원산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자급률이 7∼9% 수준에 그치고, 국산 종자마저 국가가 개발해 보급하는 게 전부인 우리나라에서 콩 종자를 산업화하려는 시도는 처음이다.
구상의 출발은 경상대 정종일 교수(식물자원환경학부)가 개발한 특별한 서리태와 노란콩이었다. 정 교수는 교육과학기술부 21세기 프론티어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에 참여해 8년간 콩 개발에 매진, 비린내와 알레르기, 소화불량 원인 단백질을 모두 없앤 서리태(개척1호)와 노란콩(개척2호) 종자를 개발해냈다. 개발된 콩 종자는 기술사업화 전문기업인 마크프로의 적극적인 기술 마케팅에 힘입어 김 국장의 책상 위에 올려졌다.
약용콩으로 불리는 서리태는 껍질에 항산화작용과 성인병 예방 등에 효과가 있는 생리활성물질인 안토시아닌이 함유돼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수확기가 늦고 비린내가 많은 게 단점이었다. 정 교수가 개발한 개척1호는 비린내가 없어 훨씬 고소하고 맛있을 뿐만 아니라 소화가 잘 되고 두부로 만들었을 때 일반 콩에 비해 두부 생산량이 많다. 개척2호 역시 마찬가지. 둘다 유전자변형(GM) 기술이 아닌 전통 육종기술을 이용해 개발돼 안전성 논란으로부터도 자유롭다.
김우일 국장은 될성부른 기술을 알아보는 `눈'을 갖고 있었다. 받아든 콩을 시험재배해 보고, 직접 메주를 쒀 된장을 담그고, 두부를 만들었다. 김 국장은 "된장은 아직 완성이 덜 됐지만 서리태로 두부를 만든 결과 맛과 색에서 확실히 차별화되고, 같은 양의 기존 콩에서 두부 10모가 나왔다면 이 콩은 11모 이상이 나와 생산량도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콩은 두뇌에 좋은 레시틴이 많아 `수험생용 두부'를 만들면 시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국가 보급종보다 2배 비싼 이 콩 종자를 3톤 사들여 내년부터 지역 농가를 통해 계약 재배키로 했다. 종자 3톤에서 생산되는 콩은 약 60톤. 이 콩은 전량 수매해 콩 가공업체에 넘겨 기능성 식품으로 생산토록 할 계획이다. 제주지역 가공업체 등과 연계해 지역 특산화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특허관리회사인 마크프로가 종자 사업화 권한을 경상대로부터 사들여 국내외 시장 개척에 나서기로 했다.
국내 곡물 종자산업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곡물 종자를 연구하는 과학자도, 종자기업도 찾기 힘들다. 그렇다 보니 세계 콩의 원산지가 우리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식용 콩은 75%, 사료용 콩은 10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의 이번 시도는 외산 일색인 국내 종자시장이 한 단계 성장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종자산업 규모는 2008년 기준 약 700억달러(농업분야 365억달러)로 우리 수출 효자산업인 조선의 70%에 이르는 거대 시장이다. 그러나 미국, 유럽 등 다국적 기업들이 대규모 자본과 기술투자로 세계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쌀, 콩 등 곡물 종자는 국가가 개발, 보급해 관련 산업이 전무하고, IMF 경제위기 당시 대형 종자기업들이 대거 다국적기업에 넘어가 산업 기반이 크게 훼손됐다. 한반도는 지상식물만 5000여가지로 식물과 곡물의 백화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영국의 지상식물수가 800여가지 인데 반해 제주도만 해도 1800여가지 일 정도다. 농우바이오 등 일부 기업이 고추, 상추 등 채소 종자를 산업화하는 수준이다. 농생명 과학자들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종자기술을 개발하고도, 국내 산업화 기회가 없어 다국적 기업에 이전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현재 국회에는 기업 육성ㆍ지원, 전문인력 양성 등 국가적 차원의 종자산업 육성을 골자로 한 종자산업법 개정안(심대평 의원 대표발의)이 계류돼 있는 상태다. 김우일 국장은 "한 외국기업과 협약을 맺고 제주에서 100헥타르 규모로 골드키위를 키우고 농민들이 그 기업에 로열티를 주고 있는데, 이를 계기로 한가지 종자가 한 기업의 중요 상품이 됨을 알게 됐다"며 "이 콩이 제주의 브랜드상품으로 커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 최양도 단장(서울대 교수)은 "종자산업이 성장하려면 농업과 종자를 산업으로 인식하고 육성하는 세밀한 정책과 지원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며 "국가 중심의 종자 공급ㆍ유통체계부터 선진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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