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세계 첫 CDMA 상용화 휴대폰 강국 초석
삼성ㆍLG 기능ㆍ디자인 혁신 모토로라 독주 종식
삼성ㆍLG 기능ㆍ디자인 혁신 모토로라 독주 종식
■ 또 다른 신화가 시작된다 2020 IT코리아
Ⅲ. 휴대폰 부문
1. CDMA 성공 15년, 글로벌기업 부상
전 세계적으로 46억명(2009년말 기준)이 사용중인 이동전화. 지갑없이는 출근해도 휴대폰 없이는 출근할 수 없는 시대. 모바일 시대를 맞아 휴대폰은 이제 생활현장에서, 또 비즈니스 현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생활필수품이 됐다. 이처럼 남녀노소, 전 세계인의 생활필수품이 된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 LG, 팬택 등 코리아 3인방의 위치는 압도적이다.
매년 전 세계에서 새로 유통되는 휴대폰 시장규모는 10억대 수준. 이중 세대중 한 대는 코리아 브랜드다. 이미 삼성, LG 두 회사가 세계 최초의 휴대폰 제조사인 모토로라를 넘어서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2, 3위를 기록중이고, 특히 삼성은 마의 고지인 20% 점유율을 넘어서며 영원히 따라잡기 힘들 것 같던 노키아를 바짝 추격중이다.
1980년대 미국, 일본기업에 귀동냥 하며 카폰을 모방하기 시작한지 30여년, 지난 1995년 세계 최초의 디지털CDMA를 개발하고 글로벌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지 불과 15년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 강국, 휴대폰 대국의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그러나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휴대폰 메이커들은 이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애플, 구글 등 새로운 경쟁자들이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으로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타임스는 미천했던 이동통신 기술 R&D(연구개발) 환경에서 정부와 기업들이 이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휴대폰 강국으로 부상한 휴대폰코리아의 역사와 현주소를 총 5회에 걸쳐 조명한다.
◆모토라라 천국..척박한 1970~80년대= 1970∼80년대 까지만해도 이동전화는 꿈의 통신기술이었다. 특히 무선은 고사하고 가정이나 기업에 변변한 유선전화도 구경하기 힘든 당시, 이동통신은 군이나 고위 정보관료 등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이용하는 도구였다.
1970년대 초 모토로라의 마틴 쿠퍼에 의해 세계 최초의 휴대폰이 개발된데 이어, 미국, 유럽등지에서 80년대 초부터 이동전화가 상용화되기 시작했지만, 우리나라는 경제적인 여건과 기반기술 부족으로 이를 상용화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국내 최초의 휴대폰 시장은 1984년 당시 모토로라가 카폰(3900NX)을 들여오면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모토로라 휴대폰은 300만원대에 판매되었지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모토로라가 80년대 카폰시장을 형성한 이후, 국내 휴대폰 시장은 말그대로 모토로라의 독주체제였다. 삼성전자가 모토로라에 이어 일본 도시바로부터 기술을 도입, 카폰생산에 착수하고 LG전자(당시 금성통신)가 87년부터 미국 폰테크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휴대폰 개발에 착수했지만, 모토로라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당시 삼성전자가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선보인 국산 휴대폰 SH-100의 경우, 모토로라 제품 가격의 절반가인 180만원대에 판매했지만, 품질이나 기능, 디자인에서 큰 격차를 드러냈다. 특히 모토로라 제품이 일반 가정용 전화기와도 견주어 탁월한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데 반해 당시 국산 제품들은 일본, 미국 등지의 기술을 모방한데다 무전기 같은 둔탁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결국, 86년 아시안게임, 88 올림픽이라는 특수가 놓여 있었지만, 90년대 초까지 휴대폰 시장에서 모토로라 독주는 계속됐다.
◆삼성의 반격, "타도 모토로라" = "시중에 나간 휴대폰을 모조리 회수해 공장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태워 없애라."
1995년 휴대폰 사업을 한창 확대하던 이건희 삼성회장이 직원들을 모아놓고 불호령을 내렸다. 삼성전자가 모토로라를 능가하기 위해 내놓은 전략 단말기가 품질에 문제가 발생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구미공장에서는 15만대에 달하는 무선전화기에 불을 붙여 500억원 어치를 재로 만든 일화도 있다.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본격적인 도전은 `타도 모토로라'를 선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1993년 당시 삼성전자는 신경영선언을 통해 "모토로라를 이기면 바로 세계 릴류 상품"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SH-700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LG전자도 미국, 일본 휴대폰업체들을 벤처마킹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1990년대 이건희 삼성 회장이 모토로라보다 떨어지는 함량미달의 휴대폰을 불로 태운 것은 대표적인 일화다.
이처럼 `타도 모토로라'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삼성전자가 의욕적으로 출시한 SH-700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100g대의 무게로 경쟁제품인 모토로라에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보급형 제품출시에 이어 불멸의 휴대폰 브랜드인 애니콜(Anycall)을 선보이고 내수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글로벌 마케팅을 가동한다. SH-700은 당장 내수시장에서 큰 폭발력을 발휘했다.
모토로라에 비해 한참 뒤지던 시장점유율이 SH-700 출시를 계기로 94년 말 30%까지 육박했고, 결국 디지털CDMA 기술이 도입되기 시작한 2005년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난공불락이던 모토로라를 넘어섰다. 삼성전자가 2005년 6월 당시 점유율이 급락하던 모토로라를 따돌린 데 이어 LG전자도 곧 이어 모토로라를 따라 잡으며 90년대말까지 국산 휴대폰 시장점유율을 80% 이상으로 끌어 올렸다. 삼성, LG 등이 80년대 초 미국, 일본 등지의 휴대폰 기술을 모방하고 벽돌모형의 휴대폰을 만들기 시작한지 10년만에 거둔 성과다.
◆CDMA 상용화, 휴대폰 강국의 초석 =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글로벌 휴대폰업체인 모토로라를 따라 잡을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단연 CDMA 상용화 덕분이다. 당시 국내에서는 디지털 이동통신 기술방식 채택을 놓고 큰 갈등을 빚었다.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이미 상용화되고 있는 TDMA 방식의 GSM을 선정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 벤처업체 퀄컴의 변방기술인 CDMA를 선택할지를 놓고 팽팽히 맞선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은 CDMA 방식을 채택한다. CDMA 상용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구현함으로써 내수시장은 물론 글로벌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해보겠다는 청사진을 반영한 것이다. 막판까지 CDMA가 글로벌 이동통신사와의 호환, 경제성 등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지만, 결국 산업부흥 논리를 앞세운 정부와 사업자들의 논리가 채택됐다. 휴대폰 전문가들은 "당시의 기술보유 수준에서 보면 CDMA 방식의 선택은 큰 모험이었지만, 결국 정부와 기업체의 노력으로 1995년 세계최초의 디지털CDMA 기술을 개발하고 1996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CDMA 기술개발이 결국 모바일 강국, 휴대폰코리아의 출발점이 된 셈이다. CDMA 개발, 상용화는 과거 모토로라, 노키아 등 외산업체를 중심으로 형성되던 국내 휴대폰 시장에 큰 지각변동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디지털CDMA 상용화 기술력을 확보한 삼성, LG 등은 이후 모토로라가 구현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능과 함께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당시 국산 휴대폰은 소비자들로부터 `벽돌폰'으로 불리며 특히 디자인에 대한 불만인 컸다. 그러나 CDMA 전환을 계기로 제품 소형화와 경량화에 나서면서 오히려 외산 업체들이 국내 업체들이 휴대폰 트렌드를 따라하기에 이르렀다. 외산 휴대폰업체들이 글로벌 스탠다드와 디자인을 채택한데 반해, 국내 제조사들은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와 색감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차별화한 것이다. 또한 전국의 70%에 달하는 산악지형의 특성을 감안, 통화품질에 주력한 것도 성공요인으로 손꼽힌다.
CDMA 상용화로 확신한 기선제압에 나선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1997년 이후부터는 기존 셀룰러에 이어 PCS 시장이 열리면서 양적으로 큰 성장을 일궈냈다. 셀룰러, PCS 사업자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휴대폰 판매규모가 연간 700만대를 넘어섰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양적, 질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글로벌 시장 점령한 휴대폰코리아 = 모토로라를 따라잡은 내수시장에서의 자신감은 곧 이어 해외 휴대폰 시장진출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에 이어 동남아, 중국, 러시아 등지로 CDMA 상용화 국가가 늘어난 데다, 국산 업체들이 소형화, 경량화 디자인으로 제품 경쟁력을 확보한 덕분이다. 2000년도를 지나면서 국내 업체들은 CDMA 뿐만 아니라 노키아, 모토로라, 에릭슨 등 글로벌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GSM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모토로라의 본고장인 미국에 이어 노키아의 주 무대인 유럽 주요 국가에서도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독식하며 기염을 토했다.
특히 국내 휴대폰이 세계 소비자들에 다기능, 고품위 디자인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전 세계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을 선도하는 키 메이커로 부상했다. 또한 노키아, 모토로라 등이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로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제한한 데 반해, 국내 업체들은 연간 전략 단말기 모델만 20∼30개 이상씩 쏟아내며 소비자들을 모았다.
결국, 삼성전자가 지난 2007년 그동안 벤치마킹의 대상이었던 모토로라를 따 돌리고 세계 제2위의 휴대폰업체로 올라섰고, LG전자도 이듬해인 2008년에 모토로라를 넘어섰다.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모토로라를 따라 잡겠다고 선언한지 20여년만의 결실이다.
이제 더 이상 모토로라는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타깃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전혀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으로 휴대폰시장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애플, 구글이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한 것이다.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80년대 `타도 모토로라'를 선언했던 것처럼, 삼성, LG, 팬택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세계 IT 시장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이들 경쟁자들을 어떻게 추월해 나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 기획취재팀
팀장=임윤규 정보미디어부장 yklim@
최경섭차장 kschoi@
강희종기자 mindle@
박지성기자 jspark@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Ⅲ. 휴대폰 부문
1. CDMA 성공 15년, 글로벌기업 부상
전 세계적으로 46억명(2009년말 기준)이 사용중인 이동전화. 지갑없이는 출근해도 휴대폰 없이는 출근할 수 없는 시대. 모바일 시대를 맞아 휴대폰은 이제 생활현장에서, 또 비즈니스 현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생활필수품이 됐다. 이처럼 남녀노소, 전 세계인의 생활필수품이 된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 LG, 팬택 등 코리아 3인방의 위치는 압도적이다.
매년 전 세계에서 새로 유통되는 휴대폰 시장규모는 10억대 수준. 이중 세대중 한 대는 코리아 브랜드다. 이미 삼성, LG 두 회사가 세계 최초의 휴대폰 제조사인 모토로라를 넘어서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2, 3위를 기록중이고, 특히 삼성은 마의 고지인 20% 점유율을 넘어서며 영원히 따라잡기 힘들 것 같던 노키아를 바짝 추격중이다.
1980년대 미국, 일본기업에 귀동냥 하며 카폰을 모방하기 시작한지 30여년, 지난 1995년 세계 최초의 디지털CDMA를 개발하고 글로벌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지 불과 15년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 강국, 휴대폰 대국의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그러나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휴대폰 메이커들은 이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애플, 구글 등 새로운 경쟁자들이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으로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타임스는 미천했던 이동통신 기술 R&D(연구개발) 환경에서 정부와 기업들이 이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휴대폰 강국으로 부상한 휴대폰코리아의 역사와 현주소를 총 5회에 걸쳐 조명한다.
◆모토라라 천국..척박한 1970~80년대= 1970∼80년대 까지만해도 이동전화는 꿈의 통신기술이었다. 특히 무선은 고사하고 가정이나 기업에 변변한 유선전화도 구경하기 힘든 당시, 이동통신은 군이나 고위 정보관료 등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이용하는 도구였다.
1970년대 초 모토로라의 마틴 쿠퍼에 의해 세계 최초의 휴대폰이 개발된데 이어, 미국, 유럽등지에서 80년대 초부터 이동전화가 상용화되기 시작했지만, 우리나라는 경제적인 여건과 기반기술 부족으로 이를 상용화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국내 최초의 휴대폰 시장은 1984년 당시 모토로라가 카폰(3900NX)을 들여오면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모토로라 휴대폰은 300만원대에 판매되었지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모토로라가 80년대 카폰시장을 형성한 이후, 국내 휴대폰 시장은 말그대로 모토로라의 독주체제였다. 삼성전자가 모토로라에 이어 일본 도시바로부터 기술을 도입, 카폰생산에 착수하고 LG전자(당시 금성통신)가 87년부터 미국 폰테크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휴대폰 개발에 착수했지만, 모토로라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당시 삼성전자가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선보인 국산 휴대폰 SH-100의 경우, 모토로라 제품 가격의 절반가인 180만원대에 판매했지만, 품질이나 기능, 디자인에서 큰 격차를 드러냈다. 특히 모토로라 제품이 일반 가정용 전화기와도 견주어 탁월한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데 반해 당시 국산 제품들은 일본, 미국 등지의 기술을 모방한데다 무전기 같은 둔탁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결국, 86년 아시안게임, 88 올림픽이라는 특수가 놓여 있었지만, 90년대 초까지 휴대폰 시장에서 모토로라 독주는 계속됐다.
◆삼성의 반격, "타도 모토로라" = "시중에 나간 휴대폰을 모조리 회수해 공장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태워 없애라."
1995년 휴대폰 사업을 한창 확대하던 이건희 삼성회장이 직원들을 모아놓고 불호령을 내렸다. 삼성전자가 모토로라를 능가하기 위해 내놓은 전략 단말기가 품질에 문제가 발생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구미공장에서는 15만대에 달하는 무선전화기에 불을 붙여 500억원 어치를 재로 만든 일화도 있다.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본격적인 도전은 `타도 모토로라'를 선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1993년 당시 삼성전자는 신경영선언을 통해 "모토로라를 이기면 바로 세계 릴류 상품"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SH-700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LG전자도 미국, 일본 휴대폰업체들을 벤처마킹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1990년대 이건희 삼성 회장이 모토로라보다 떨어지는 함량미달의 휴대폰을 불로 태운 것은 대표적인 일화다.
이처럼 `타도 모토로라'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삼성전자가 의욕적으로 출시한 SH-700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100g대의 무게로 경쟁제품인 모토로라에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보급형 제품출시에 이어 불멸의 휴대폰 브랜드인 애니콜(Anycall)을 선보이고 내수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글로벌 마케팅을 가동한다. SH-700은 당장 내수시장에서 큰 폭발력을 발휘했다.
모토로라에 비해 한참 뒤지던 시장점유율이 SH-700 출시를 계기로 94년 말 30%까지 육박했고, 결국 디지털CDMA 기술이 도입되기 시작한 2005년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난공불락이던 모토로라를 넘어섰다. 삼성전자가 2005년 6월 당시 점유율이 급락하던 모토로라를 따돌린 데 이어 LG전자도 곧 이어 모토로라를 따라 잡으며 90년대말까지 국산 휴대폰 시장점유율을 80% 이상으로 끌어 올렸다. 삼성, LG 등이 80년대 초 미국, 일본 등지의 휴대폰 기술을 모방하고 벽돌모형의 휴대폰을 만들기 시작한지 10년만에 거둔 성과다.
◆CDMA 상용화, 휴대폰 강국의 초석 =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글로벌 휴대폰업체인 모토로라를 따라 잡을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단연 CDMA 상용화 덕분이다. 당시 국내에서는 디지털 이동통신 기술방식 채택을 놓고 큰 갈등을 빚었다.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이미 상용화되고 있는 TDMA 방식의 GSM을 선정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 벤처업체 퀄컴의 변방기술인 CDMA를 선택할지를 놓고 팽팽히 맞선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은 CDMA 방식을 채택한다. CDMA 상용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구현함으로써 내수시장은 물론 글로벌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해보겠다는 청사진을 반영한 것이다. 막판까지 CDMA가 글로벌 이동통신사와의 호환, 경제성 등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지만, 결국 산업부흥 논리를 앞세운 정부와 사업자들의 논리가 채택됐다. 휴대폰 전문가들은 "당시의 기술보유 수준에서 보면 CDMA 방식의 선택은 큰 모험이었지만, 결국 정부와 기업체의 노력으로 1995년 세계최초의 디지털CDMA 기술을 개발하고 1996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당시를 회상하고 있다.
CDMA 기술개발이 결국 모바일 강국, 휴대폰코리아의 출발점이 된 셈이다. CDMA 개발, 상용화는 과거 모토로라, 노키아 등 외산업체를 중심으로 형성되던 국내 휴대폰 시장에 큰 지각변동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디지털CDMA 상용화 기술력을 확보한 삼성, LG 등은 이후 모토로라가 구현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능과 함께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당시 국산 휴대폰은 소비자들로부터 `벽돌폰'으로 불리며 특히 디자인에 대한 불만인 컸다. 그러나 CDMA 전환을 계기로 제품 소형화와 경량화에 나서면서 오히려 외산 업체들이 국내 업체들이 휴대폰 트렌드를 따라하기에 이르렀다. 외산 휴대폰업체들이 글로벌 스탠다드와 디자인을 채택한데 반해, 국내 제조사들은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와 색감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차별화한 것이다. 또한 전국의 70%에 달하는 산악지형의 특성을 감안, 통화품질에 주력한 것도 성공요인으로 손꼽힌다.
CDMA 상용화로 확신한 기선제압에 나선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1997년 이후부터는 기존 셀룰러에 이어 PCS 시장이 열리면서 양적으로 큰 성장을 일궈냈다. 셀룰러, PCS 사업자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휴대폰 판매규모가 연간 700만대를 넘어섰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양적, 질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글로벌 시장 점령한 휴대폰코리아 = 모토로라를 따라잡은 내수시장에서의 자신감은 곧 이어 해외 휴대폰 시장진출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에 이어 동남아, 중국, 러시아 등지로 CDMA 상용화 국가가 늘어난 데다, 국산 업체들이 소형화, 경량화 디자인으로 제품 경쟁력을 확보한 덕분이다. 2000년도를 지나면서 국내 업체들은 CDMA 뿐만 아니라 노키아, 모토로라, 에릭슨 등 글로벌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GSM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모토로라의 본고장인 미국에 이어 노키아의 주 무대인 유럽 주요 국가에서도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독식하며 기염을 토했다.
특히 국내 휴대폰이 세계 소비자들에 다기능, 고품위 디자인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전 세계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을 선도하는 키 메이커로 부상했다. 또한 노키아, 모토로라 등이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로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제한한 데 반해, 국내 업체들은 연간 전략 단말기 모델만 20∼30개 이상씩 쏟아내며 소비자들을 모았다.
결국, 삼성전자가 지난 2007년 그동안 벤치마킹의 대상이었던 모토로라를 따 돌리고 세계 제2위의 휴대폰업체로 올라섰고, LG전자도 이듬해인 2008년에 모토로라를 넘어섰다.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모토로라를 따라 잡겠다고 선언한지 20여년만의 결실이다.
이제 더 이상 모토로라는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타깃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전혀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으로 휴대폰시장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애플, 구글이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한 것이다.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80년대 `타도 모토로라'를 선언했던 것처럼, 삼성, LG, 팬택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세계 IT 시장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이들 경쟁자들을 어떻게 추월해 나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 기획취재팀
팀장=임윤규 정보미디어부장 yklim@
최경섭차장 kschoi@
강희종기자 min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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