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ㆍ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기업의 경쟁력을 정의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기업은 `고객'과 `투자자'를 놓고 경합을 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 경쟁력'은 다르다. 국가가 경쟁에 밀려 망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국가 경쟁력은 자국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플레이어'(global player)가 될 수 있도록, 경쟁을 촉진하고 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 그리고 무형의 인프라 구축 능력을 의미한다. 포터는 "세계적 기업의 모국(母國)이 되는 것"으로 국가 경쟁력을 정의한 바 있다.
매출액 기준 `글로벌 500대 기업'에 올해 우리 기업 10개가 이름을 올렸다. 이는 2008년 15개, 2009년 14개보다 현격히 감소한 것이다. 한편 미국 `실리콘앨리인사이더'는 지난 9월 `디지털 100: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신생기업' 명단을 발표했다. 페이스북 1위, 징가 2위, 트위터 6위 등이다. 한국 신생 기업은 하나도 없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아시아 톱 50 앱(app)'이 발표 됐는데 인도네시아가 14개인 데 한국은 1개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세계적 기업'과 `주목받은 신생기업'을 기준으로 보면 이 같은 평가는 이내 무색해 진다. 우리는 `IT강국'으로 자부하지만 IT기술에 기초한 `디지털 신생기업'의 관점에서는 사실상 `불모지'나 다름없다. 부품과 소재 그리고 조립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IT강국의 의미는 제한적이다. 혁신적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신생기업이 자라나지 못한다면, 가치사슬에서 부가가치가 가장 작은 끝자락(low end)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애플이 급성장한 것도 컴퓨터 제조사라는 `구각'을 벗었기 때문이다.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란 말이 회자되었듯, `기술'은 돈을 주고 살 수 있지만 `아이디어'는 그렇지 못하다. 기술 생태계 구축은 아이디어와 재력을 가진 쪽으로 기술이 흐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기술 거래를 위한 신생기업의 M&A(인수합병) 활성화가 그 통로이다. 아이폰4의 `눈으로 보는 듯한'(eye fidelity) 사진 기술도 영국 신생기업 `임센스'를 인수해 적용한 것이고 핵심 부품인 A4 프로세서도 미국 신생기업 `인트린서티'를 인수해 완성한 것이다. 안드로이드폰에 들어가는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도 신생 기업 `안드로이드'를 인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신생기업이 우수한 기술을 개발해 비싼 가격에 매각하면 그 자체가 성공한 것이다. 성공사례는 인재와 자금을 몰려들게 하고 우수한 기술이 만들어지면 시장은 더 넓어진다. 벤처 기업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이 실리콘밸리 혁신 이후 다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기술 생태계에 힘입은 바 크다.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기업의 수가 줄고 신생기업 성공사례가 나타나지 않는 데에는 그만한 `근저의' 이유'가 있다. 이는 최근 정책이 대기업에게 불리하게 전개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친서민, 중도실용 강화는 부지불식간에 반(反)기업 정책기조를 형성했으며,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폐지와 `부자감세' 논쟁은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켜왔다.
정부 주도의 `대ㆍ중소기업 상생방안'도 문제다. 대기업을 `잠재적 가해자'로 여기고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을 상생협력으로 간주하는 정책인식은 그 자체가 `아날로그'식이다. 상생협력은 `갑과 을'의 관계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을'의 위치에서 받는 불이익은 공정거래법으로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 협상력을 가진 `을'만이 살아남도록 하는 것이 상생협력이다. 작은 규모의 인수합병 거래가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M&A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자고 하면, 지원방안과 규제의 그물을 치기 바쁘다. 정부는 이처럼 `2중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생태계의 의미는 자연선택을 통한 자율조절이 핵심이다. 따라서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공정한 게임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감독을 강화하면 된다. 초창기 IT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민간이 주도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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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 기준 `글로벌 500대 기업'에 올해 우리 기업 10개가 이름을 올렸다. 이는 2008년 15개, 2009년 14개보다 현격히 감소한 것이다. 한편 미국 `실리콘앨리인사이더'는 지난 9월 `디지털 100: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신생기업' 명단을 발표했다. 페이스북 1위, 징가 2위, 트위터 6위 등이다. 한국 신생 기업은 하나도 없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아시아 톱 50 앱(app)'이 발표 됐는데 인도네시아가 14개인 데 한국은 1개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세계적 기업'과 `주목받은 신생기업'을 기준으로 보면 이 같은 평가는 이내 무색해 진다. 우리는 `IT강국'으로 자부하지만 IT기술에 기초한 `디지털 신생기업'의 관점에서는 사실상 `불모지'나 다름없다. 부품과 소재 그리고 조립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IT강국의 의미는 제한적이다. 혁신적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신생기업이 자라나지 못한다면, 가치사슬에서 부가가치가 가장 작은 끝자락(low end)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애플이 급성장한 것도 컴퓨터 제조사라는 `구각'을 벗었기 때문이다.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란 말이 회자되었듯, `기술'은 돈을 주고 살 수 있지만 `아이디어'는 그렇지 못하다. 기술 생태계 구축은 아이디어와 재력을 가진 쪽으로 기술이 흐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기술 거래를 위한 신생기업의 M&A(인수합병) 활성화가 그 통로이다. 아이폰4의 `눈으로 보는 듯한'(eye fidelity) 사진 기술도 영국 신생기업 `임센스'를 인수해 적용한 것이고 핵심 부품인 A4 프로세서도 미국 신생기업 `인트린서티'를 인수해 완성한 것이다. 안드로이드폰에 들어가는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도 신생 기업 `안드로이드'를 인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신생기업이 우수한 기술을 개발해 비싼 가격에 매각하면 그 자체가 성공한 것이다. 성공사례는 인재와 자금을 몰려들게 하고 우수한 기술이 만들어지면 시장은 더 넓어진다. 벤처 기업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이 실리콘밸리 혁신 이후 다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기술 생태계에 힘입은 바 크다.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기업의 수가 줄고 신생기업 성공사례가 나타나지 않는 데에는 그만한 `근저의' 이유'가 있다. 이는 최근 정책이 대기업에게 불리하게 전개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친서민, 중도실용 강화는 부지불식간에 반(反)기업 정책기조를 형성했으며,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폐지와 `부자감세' 논쟁은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켜왔다.
정부 주도의 `대ㆍ중소기업 상생방안'도 문제다. 대기업을 `잠재적 가해자'로 여기고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을 상생협력으로 간주하는 정책인식은 그 자체가 `아날로그'식이다. 상생협력은 `갑과 을'의 관계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을'의 위치에서 받는 불이익은 공정거래법으로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 협상력을 가진 `을'만이 살아남도록 하는 것이 상생협력이다. 작은 규모의 인수합병 거래가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M&A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자고 하면, 지원방안과 규제의 그물을 치기 바쁘다. 정부는 이처럼 `2중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생태계의 의미는 자연선택을 통한 자율조절이 핵심이다. 따라서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공정한 게임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감독을 강화하면 된다. 초창기 IT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민간이 주도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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