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도 연 3만4000명 창출… 일부 양보 국회비준 진통 불가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 타결은 양국간 경제관계를 한 단계 진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 6월 협정문 서명 이후 진척이 없던 미국의 비준 절차가 속도를 내고 발효가 앞당겨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미 의회의 비준 전망은 밝아진 반면 우리 국회 통과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돼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부 양보해도 큰 틀의 경제효과 크다' 판단=양국 FTA 협정문은 이번 타결로 의회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내년, 늦어도 2012년께 발효될 가능성이 높다. 발효될 경우 그 경제적 효과는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 가운데 가장 크다.
2007년 당시 11개 국책연구기관이 내놓은 공동분석에 따르면 이번 FTA는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6.0% 높일 것으로 평가됐다. 발효 후 10년간 연평균 0.6% 증가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또 관세 철폐에 따른 가격 하락과 수출 증가, 소비자의 선택 폭 확대 등을 통해 늘어나는 후생 수준은 GDP 대비 2.9%로 분석됐다.
일자리 창출효과는 단기적으로는 교역 증가에 따라 5만7000명이지만 10년으로 보면 연평균 3만4000명씩 34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연구기관들의 분석이다. 무역수지는 수출이 수입 증가폭보다 크면서 10년간 연평균 4억6000만달러, 대세계 무역수지는 20억달러의 흑자폭이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외국인 직접투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10년간 연평균 23억~32억달러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국내에 유입될 것으로 본 것이다.
정부가 이번 추가협상이 우리의 양보 폭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타결을 이끄는 전략적 결단을 내린 배경도 이런 큰 틀의 경제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회 통과과정 진통 예상=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5일 "협정문 수정을 최소화하고, 전반적 이익 균형을 추가함으로써 한미 양국이 모두 윈윈하는 효과를 만들고자 최선을 다했다"면서 "우리의 일방적 양보라는 일부의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경제효과와 정부의 득실 분석에도 불구하고 향후 과정은 험로가 예상된다. 미국 측은 그동안 염원했던 자동차 분야에서 추가 이익을 챙긴 반면 우리 측은 미국산 돼지고기에 대한 관세철폐 시기를 2년 늦추고 복제의약품 분야에서 시간을 벌었지만 균형이 흔들렸다는 평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타결로 이미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다시 제출해야 해 국회에서의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양국 의회가 서두르면 비준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칠 수도 있지만 국내 야권의 반발 등을 고려할 경우 2012년은 돼야 발효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민주당 박지원 대표는 5일 "국회 비준을 거부하고 국민 반대 운동에 나서겠다"며 "정부에서는 한 획, 한 점도 고치지 않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었는데, 한 치 앞도 못 보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추가합의는 또 이미 서명을 마친 협정문을 보완하는 선례를 남긴 점에서도 향후 한국이 다른 국가들과 FTA를 추진하는 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년 7월 잠정발효를 앞둔 한ㆍEU FTA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민단체들 평가 엇갈려=한편 이번 협상결과에 대해 시민단체들의 평가는 성향별로 엇갈리고 있다. 진보 성향의 단체들은 `대책 없는 퍼주기` `굴욕적 협상'이라고 폄하한 반면 보수단체들은 한미간 우호 증진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 성향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고계현 정책실장은 "우리가 전략적 우위에 있는 자동차를 내주고 돼지고기 관세철폐 기간을 연장했다고 하지만, 돼지고기는 우리의 수출 품목도 아니고 여러 곳에서 수입하고 있다"며 "대책 없는 퍼주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회경제국장도 "투자자국가소송제나 역진방지조항 등 온갖 독소조항을 그대로 남겨둔 채 재협상은 절대 없다고 해 놓고 자동차 분야에서 다시 양보만 했다"며 "국회에서 절대 비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수 성향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인 인하대 정인교 교수는 "추가 협상이 미국의 요구로 이뤄졌고 미국 자동차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일부 반영해 준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균형이 깨질 정도로 심각한 양보가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이행 여부가 불확실했던 한미 FTA의 이행의 가능성을 상당 부분 가시화시켰다는 것이 가장 큰 이익이고, 우리가 좀 열어줬다 치더라도 협정의 이익이 훼손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길재식ㆍ박상훈기자 osolgil@ㆍnan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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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양보해도 큰 틀의 경제효과 크다' 판단=양국 FTA 협정문은 이번 타결로 의회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내년, 늦어도 2012년께 발효될 가능성이 높다. 발효될 경우 그 경제적 효과는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 가운데 가장 크다.
2007년 당시 11개 국책연구기관이 내놓은 공동분석에 따르면 이번 FTA는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6.0% 높일 것으로 평가됐다. 발효 후 10년간 연평균 0.6% 증가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또 관세 철폐에 따른 가격 하락과 수출 증가, 소비자의 선택 폭 확대 등을 통해 늘어나는 후생 수준은 GDP 대비 2.9%로 분석됐다.
일자리 창출효과는 단기적으로는 교역 증가에 따라 5만7000명이지만 10년으로 보면 연평균 3만4000명씩 34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연구기관들의 분석이다. 무역수지는 수출이 수입 증가폭보다 크면서 10년간 연평균 4억6000만달러, 대세계 무역수지는 20억달러의 흑자폭이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외국인 직접투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10년간 연평균 23억~32억달러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국내에 유입될 것으로 본 것이다.
정부가 이번 추가협상이 우리의 양보 폭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타결을 이끄는 전략적 결단을 내린 배경도 이런 큰 틀의 경제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회 통과과정 진통 예상=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5일 "협정문 수정을 최소화하고, 전반적 이익 균형을 추가함으로써 한미 양국이 모두 윈윈하는 효과를 만들고자 최선을 다했다"면서 "우리의 일방적 양보라는 일부의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경제효과와 정부의 득실 분석에도 불구하고 향후 과정은 험로가 예상된다. 미국 측은 그동안 염원했던 자동차 분야에서 추가 이익을 챙긴 반면 우리 측은 미국산 돼지고기에 대한 관세철폐 시기를 2년 늦추고 복제의약품 분야에서 시간을 벌었지만 균형이 흔들렸다는 평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타결로 이미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다시 제출해야 해 국회에서의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양국 의회가 서두르면 비준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칠 수도 있지만 국내 야권의 반발 등을 고려할 경우 2012년은 돼야 발효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민주당 박지원 대표는 5일 "국회 비준을 거부하고 국민 반대 운동에 나서겠다"며 "정부에서는 한 획, 한 점도 고치지 않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었는데, 한 치 앞도 못 보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추가합의는 또 이미 서명을 마친 협정문을 보완하는 선례를 남긴 점에서도 향후 한국이 다른 국가들과 FTA를 추진하는 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년 7월 잠정발효를 앞둔 한ㆍEU FTA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민단체들 평가 엇갈려=한편 이번 협상결과에 대해 시민단체들의 평가는 성향별로 엇갈리고 있다. 진보 성향의 단체들은 `대책 없는 퍼주기` `굴욕적 협상'이라고 폄하한 반면 보수단체들은 한미간 우호 증진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 성향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고계현 정책실장은 "우리가 전략적 우위에 있는 자동차를 내주고 돼지고기 관세철폐 기간을 연장했다고 하지만, 돼지고기는 우리의 수출 품목도 아니고 여러 곳에서 수입하고 있다"며 "대책 없는 퍼주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회경제국장도 "투자자국가소송제나 역진방지조항 등 온갖 독소조항을 그대로 남겨둔 채 재협상은 절대 없다고 해 놓고 자동차 분야에서 다시 양보만 했다"며 "국회에서 절대 비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수 성향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인 인하대 정인교 교수는 "추가 협상이 미국의 요구로 이뤄졌고 미국 자동차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일부 반영해 준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균형이 깨질 정도로 심각한 양보가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이행 여부가 불확실했던 한미 FTA의 이행의 가능성을 상당 부분 가시화시켰다는 것이 가장 큰 이익이고, 우리가 좀 열어줬다 치더라도 협정의 이익이 훼손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길재식ㆍ박상훈기자 osolgil@ㆍnan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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