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윌리엄왕자 약혼 계기로 본 `변화하는 왕실결혼`

신세대 왕족들, 혼전순결 안 따지고 이혼경력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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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11-1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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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위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28) 왕자와 동갑내기 평민 여성 케이트 미들턴의 약혼 발표를 계기로 21세기의 변화하는 왕실 면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역사상 왕위계승 예정자가 평민과 결혼하기는 1660년 제임스 1세 때 이후 350년 만이다. 유럽 왕가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영국 윈저가가 드디어 평민을 가족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30여년 전 찰스 왕세자는 귀족 집안 출신의 레이디 다이애너 스펜서와 결혼했었다. 중매결혼은 아니었지만, 왕족 또는 귀족 가문 출신을 배우자로 맞아 온 오랜 전통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 왕실에 부는 변화 바람 = BBC,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 영국 언론들은 윌리엄 왕자와 미들턴의 약혼 및 결혼의 가장 큰 특징으로 `평범함`을 꼽았다. 대학 동급생으로 만나 캠퍼스 커플로 지냈고, 졸업 후 각자 커리어를 쌓았으며, 긴 교제기간(8년)을 통해 애정과 우정을 키워 나갔고, 결혼 후에는 배우자의 직장이 있는 곳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하는 것 등이 여느 평범한 젊은 커플들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미들턴은 결혼 후 윌리엄 왕자가 복무 중인 해군 헬리콥터부대가 있는 웨일스주 앵글세이섬에서 신혼생활을 할 예정이다.

영국 언론들은 왕실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윌리엄 왕자 부부가 부모에 비해 훨씬 평범한 결혼생활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찰스 왕세자와 고 다이애너비의 경우 사랑보다는 의무를 앞세운 결혼생활을 했던 것과 달리 두 사람은 동갑나이, 동등한 교육 수준 및 관심사, 사회경험 등을 갖고 있는 데다가 왕실 스스로 시대 분위기를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 평민 결혼이 대세 = 유럽 왕가에서 평민과의 결혼은 이미 보편화돼 있다. 지난 6월 스웨덴 왕위계승 1순위인 빅토리아 공주는 자신의 개인 헬스트레이너이자 고급 헬스센터 사장인 다니엘 베스틀링과 결혼했다. 스페인의 레티시아 왕세자비는 방송기자 출신이고, 덴마크의 메리 왕세자비는 기업인, 네덜란드의 막시마 왕세자비는 아르헨티나 정치 집안 출신이다. 모나코의 앨버트공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가대표 수영선수 출신인 샬린 위트스톡과 내년 여름쯤 결혼할 예정이다.

◆ 성적 개방성 = 21세기 결혼풍속이 부모세대와 다른 것처럼 왕가의 결혼 전통도 시대에 맞춰 달라지고 있다. 성적 개방성이 대표적인 예다. 1981년 다이애너비는 결혼식을 올리기 전 순결 검사를 받아야 했다. 당시에도 일반 국민들은 시대에 뒤처진 구습이라며 거부감을 나타냈지만 왕실은 `후계자 생산을 위한 전통`을 이유로 비판여론을 묵살했다. 하지만 윌리엄 왕자와 미들턴은 8년간 연인 사이였고, 최근 1년간은 사실상 동거에 가까운 생활을 해 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혼 경력도 이제는 큰 흠이 아니다. 장차 영국 여왕이 될 커밀라 파커 볼스(콘웰 공작 부인)는 1995년 첫 남편과 이혼한 후 2005년 찰스 왕세자와 재혼했다. 윌리엄 왕자의 외증조 큰할아버지뻘인 에드워드 8세(윈저공)가 지금 영국 국왕이라면, 이혼 경력이 있는 미국 여성 심프슨과 결혼하기 위해 스스로 왕위를 버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스페인의 레티시아 왕세자비도 이혼 경력을 갖고 있다.

◆ 결혼식 비용은 왕실 부담 = 윌리엄 왕자와 미들턴의 약혼 발표가 나오자마자 영국 언론들은 결혼식 비용을 과연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가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긴축재정과 실업으로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혈세로 호사스러운 결혼식 비용을 대는 건 부당하다는 여론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내년 봄 또는 여름쯤 치러질 결혼식에 최소 5000만파운드(약 908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부는 경호안전비용으로만 수천만파운드를 예상하고 있는데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부담할 것이 확실시된다.

윌리엄 왕자의 비서실에 따르면, 두 사람은 국가 경제 상황에 맞게 가능한 한 간소하면서도 우아한 결혼식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텔레그래프, 데일리메일 등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찰스 왕세자가 결혼식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직접 부담할 듯하다고 17일 보도했다. 특히 결혼식 후 버킹엄궁에서 열리는 축하연 비용은 여왕이 내는 것으로 사실상 확정됐다고 왕실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찰스 왕세자도 2005년 자신의 재혼 비용의 대부분을 직접 부담했고, 스웨덴의 빅토리아 공주 결혼식도 왕실이 일부분을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보리스 존스 런던시장은 "왕자가 긴축경제시대에 발맞춰 시청에서 결혼식을 올리겠다면 할인해줄 의향이 있다"고 공개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문화일보=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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