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한국은 IT 강국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IT 제품의 생산액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반도체ㆍ디스플레이ㆍ휴대폰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소프트웨어ㆍ네트워크 장비 및 서비스ㆍ컴퓨터, 검색을 비롯한 다양한 응용으로 구성되는 인터넷 산업은 작은 자리만 차지할 뿐이다. 잘 나가는 소수의 품목 덕분에 IT강국이라는 착시가 나타났다면 과장일까.
지난주 수업에서 공과대학생들에게 물었다. 인터넷 하면 떠오르는 기업은? 구글ㆍ애플ㆍ아마존이 그 답이었다. 그러면 국내 인터넷 기업은? 대답은 NHNㆍ다음 순으로 이어졌다. 구글ㆍ애플의 2009년 연간 매출액은 27조원, 49조원인데 반해 NHN은 1조4000억원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극찬한 한국의 인터넷이지만 기업의 경쟁력을 보면 우리가 인터넷 강국이라는 구호가 무색해 진다. 왜 한국은 인터넷 사용환경은 천국인데 비하여 인터넷 기술경쟁력, 기업규모는 이렇게 초라할까. 여러 복잡한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공학교육, 원천연구, 정책의 문제점이 가장 크지 않을까 한다.
IT 특히 인터넷 산업의 핵심은 컴퓨터 기술, 그 중에서도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앞에서 열거한 회사의 공통점은 모두 컴퓨터 회사라는 점이다. 즉 뛰어난 창의성이 풍부한 컴퓨터 전공자가 많아야 튼튼한 인터넷 기업이 많이 탄생하고 또 지속된다. 한국의 상황은 이점에서 매우 우려할 수준이다. 매년 대학의 컴퓨터 관련학과 지망자는 줄어들고 전반적인 수준도 저하되고 있다. 입학한 학생중 상당수가 의전, 고시에 다시 매달린다. 대학원도 마찬가지이다. 글로벌화 덕분에 우수 인력은 이제 글로벌 기업으로 바로 진출해 버린다. 두뇌유출까지 겹친 것이다. 고급 명품인력 양성이 매우 시급하다.
한국대학의 교수직도 고달픈 직업으로 변하고 있다. 연구비 조달, 연구업적의 생산, 교육평가의 압박이 매우 심하다. 오랜 기간 준비 후에 취업한 신임교수는 원하는 고급연구는 접어두고 연구비를 좇아 움직인다.승진을 하려면 여러 편의 논문을 단기간에 출간해야 하므로 본격적인 컴퓨터 시스템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연구는 아예 접는다. 이와 같이 원천연구가 크게 부족하므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엔 시작부터 무리인 경우가 많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은 강력한 정책의 리더십에서 비롯될 수 있다. 앞에서 열거한 기업들은 모두 벤처로 출발하였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무장된 창업자가 신나게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는 생태계가 있었던 것이다. 성공한 IT 벤처를 키워야 한다.정부의 강력한 IT벤처 육성 정책이 기다려진다. 공학교육에서도 이를 위한 커리큘럼 보완이 필요하다. 그리고 교수나 학생이 창의적인 기술개발에 전념할 환경 구축이 절실하다.
인터넷 원천기술개발 프로그램도 정책적으로 잘 보완 할 부분이 많다. 기초원천기술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같이 지원하며 산업화 기술개발은 지식경제부가 담당하는 큰 그림은 잘 되어 있으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중복, 편중도 심하고 누락된 부분도 많다.
인터넷은 지금 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 웹에서 소셜 네트워크로, 텍스트에서 멀티미디어로 엄청난 속도로 바뀌는 중이다. 10년 뒤의 인터넷은 지금보다 대략 100배 이상 커질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지금의 인터넷은 10년 뒤에 1%에 불과하고 99%는 새로 구축된다는 것이다. 현재 인터넷에서 이기고 있는 기업이 이를 다 차지하게 둘 것인가 아닌가는 우리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 미래인터넷은 이제 선진국도 막 연구를 시작하고 있다. 장거리 경주이지만 모두 같은 출발선에 있으므로 누가 이길지 모르는 일이다. (yhchoi@snu.ac.kr)
◇ `이슈와 전망' 필진으로 최양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합류합니다.
△ 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 △ 현 미래인터넷포럼 의장 △ 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융합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지난주 수업에서 공과대학생들에게 물었다. 인터넷 하면 떠오르는 기업은? 구글ㆍ애플ㆍ아마존이 그 답이었다. 그러면 국내 인터넷 기업은? 대답은 NHNㆍ다음 순으로 이어졌다. 구글ㆍ애플의 2009년 연간 매출액은 27조원, 49조원인데 반해 NHN은 1조4000억원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극찬한 한국의 인터넷이지만 기업의 경쟁력을 보면 우리가 인터넷 강국이라는 구호가 무색해 진다. 왜 한국은 인터넷 사용환경은 천국인데 비하여 인터넷 기술경쟁력, 기업규모는 이렇게 초라할까. 여러 복잡한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공학교육, 원천연구, 정책의 문제점이 가장 크지 않을까 한다.
IT 특히 인터넷 산업의 핵심은 컴퓨터 기술, 그 중에서도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앞에서 열거한 회사의 공통점은 모두 컴퓨터 회사라는 점이다. 즉 뛰어난 창의성이 풍부한 컴퓨터 전공자가 많아야 튼튼한 인터넷 기업이 많이 탄생하고 또 지속된다. 한국의 상황은 이점에서 매우 우려할 수준이다. 매년 대학의 컴퓨터 관련학과 지망자는 줄어들고 전반적인 수준도 저하되고 있다. 입학한 학생중 상당수가 의전, 고시에 다시 매달린다. 대학원도 마찬가지이다. 글로벌화 덕분에 우수 인력은 이제 글로벌 기업으로 바로 진출해 버린다. 두뇌유출까지 겹친 것이다. 고급 명품인력 양성이 매우 시급하다.
한국대학의 교수직도 고달픈 직업으로 변하고 있다. 연구비 조달, 연구업적의 생산, 교육평가의 압박이 매우 심하다. 오랜 기간 준비 후에 취업한 신임교수는 원하는 고급연구는 접어두고 연구비를 좇아 움직인다.승진을 하려면 여러 편의 논문을 단기간에 출간해야 하므로 본격적인 컴퓨터 시스템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연구는 아예 접는다. 이와 같이 원천연구가 크게 부족하므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엔 시작부터 무리인 경우가 많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은 강력한 정책의 리더십에서 비롯될 수 있다. 앞에서 열거한 기업들은 모두 벤처로 출발하였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무장된 창업자가 신나게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는 생태계가 있었던 것이다. 성공한 IT 벤처를 키워야 한다.정부의 강력한 IT벤처 육성 정책이 기다려진다. 공학교육에서도 이를 위한 커리큘럼 보완이 필요하다. 그리고 교수나 학생이 창의적인 기술개발에 전념할 환경 구축이 절실하다.
인터넷 원천기술개발 프로그램도 정책적으로 잘 보완 할 부분이 많다. 기초원천기술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같이 지원하며 산업화 기술개발은 지식경제부가 담당하는 큰 그림은 잘 되어 있으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중복, 편중도 심하고 누락된 부분도 많다.
인터넷은 지금 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 웹에서 소셜 네트워크로, 텍스트에서 멀티미디어로 엄청난 속도로 바뀌는 중이다. 10년 뒤의 인터넷은 지금보다 대략 100배 이상 커질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지금의 인터넷은 10년 뒤에 1%에 불과하고 99%는 새로 구축된다는 것이다. 현재 인터넷에서 이기고 있는 기업이 이를 다 차지하게 둘 것인가 아닌가는 우리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 미래인터넷은 이제 선진국도 막 연구를 시작하고 있다. 장거리 경주이지만 모두 같은 출발선에 있으므로 누가 이길지 모르는 일이다. (yhchoi@snu.ac.kr)
◇ `이슈와 전망' 필진으로 최양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합류합니다.
△ 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 △ 현 미래인터넷포럼 의장 △ 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융합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