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산책] ICT 진흥정책 강화해야

황준석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  
  • 입력: 2010-09-06 20:37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2008년 새로운 정부의 출범과 함께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조직이 탄생하였다. 이는 방송산업을 총괄하던 방송위원회와 정보기술 및 정보통신(ICT)산업을 총괄하던 정보통신부가 통합된 기구로, 방송통신의 융합 현상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분산돼있던 기능 및 규제 역할을 일원화하여 정책적인 효율성을 극대화하자는 취지로 설립되었다. 기존의 두 기관들이 담당하던 방송산업과 ICT산업은 그 산업의 특성상 많은 규제를 필요로 하였고, 이는 주로 정책적인 개입을 통해서 나타나곤 하였다.

일반적으로 특정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개입은 공공성(publicness)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즉 시장 메커니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를 생각하면 쉽다. 방송산업과 ICT 산업은 주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다. 방송은 방송국을 중심으로 하여 시청자들에게 전파를 발송하는 일대다(one-to-many) 네트워크 형태를 띄며, ICT산업 중 특히 정보통신산업은 개인별 소통이 가능한 전화나 인터넷과 같은 다대다(many-to-many) 네트워크 형태를 띄게 된다. 네트워크는 그 초기 구축비용이 엄청나고 그에 따른 자금 회수가 매우 긴 시간에 걸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처음으로 해당 산업에 진입하려는 기업은 없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정부가 설립한 공기업을 위주로 하여 투자하고 자연독점(natural monopoly)의 형태를 나타낸다. 한국방송공사와 KT의 전신인 한국전기통신공사 등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특히 ICT산업은 그 태동기부터 정부의 정책적인 개입에 많은 영향을 받아왔다. 많은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산업은 정책개입을 통한 규제를 통해 발전을 이룬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해외 각 국가의 산업발전과정을 살펴보면 정부의 발전 의지에 따른 정책개입에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 사실이다. 효율적인 정책개입의 시기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정책개입의 역할이 우리나라의 ICT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이었다는 것은 이견이 없다. 2세대 이동통신의 기술표준인 CDMA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시키고, 인터넷 서비스 확산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것이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였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위와 같은 논리를 토대로 하여, 방송통신위원회는 기존의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담당하던 규제(지원) 기관으로서의 임무를 잘 수행하고, 융합시대에 맞는 기능 및 정책 활동을 펼칠 수 있기를 많은 사람들이 기대해 왔다. 출범 후 2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방송통신위원회를 되돌아보면, 많은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을 제기할 수 있다. 첫 번째로는 ICT산업에 대한 규제적인 기능이 약화된 것이며, 두 번째로는 방송산업 쪽의 현안 처리에만 힘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는 결국 ICT산업에 대한 정책적인 개입이 약해져 있는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다.

규제 기능의 약화는 산업에 대한 지원의 약화라고도 볼 수 있으며, 이는 ICT산업에 대한 투자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 결과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1위를 다투던 ICT 경쟁력이 2009년에 16위까지 떨어졌다는 것에서 드러난다. 적절한 규제 및 지원이 없어 새로운 동력을 키우지 못한 우리나라의 ICT산업은 여전히 하드웨어로 대표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일으켜야 한다는 말은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전력을 다하고 있는 사안이라면 신문사 및 대기업의 방송산업 진입에 따른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 등 관련된 사항일 것이다. 또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간 겸영 규제 완화 및 디지털 TV 전환 정책 등 주로 방송산업과 관련된 주제에만 집중해온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에 반하여 ICT산업에 대한 주요업무는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몇 년째 이끌어오고 있는 010번호 통합문제 및 주파수 재분배 문제 등에 그치고 있다. 이들은 물론 국가의 정보통신산업을 좌지우지할 만큼 중대한 사항이지만 국내 시장 내에서 각 사업자끼리의 점유율에만 영향을 줄 뿐 정보통신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정책적인 개입이 약해서 그에 따른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원인이 구조적, 혹은 시기상의 문제 등 어떠한 원인이 되더라도 현재 시스템이 유지된다면 우리가 원하는 정책개입의 효과를 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정보통신부의 부활은 아니다. ICT산업만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의 재설립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시대를 오히려 역행할 수 있는 행동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이끌어온 ICT산업을 다시 한번 육성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재고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일부 ICT산업에 대한 기능 및 규제의 분과가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의 방송통신규제기관을 원하는 것이다.ICT산업은 여전히 정부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또한 긍정적인 영향을 위하여 적절한 규제 및 정책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뒤쳐진 국제 ICT 경쟁력을 다시 살리기 위한 성장동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앞장서서 ICT산업 참여자 모두가 함께 뭉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