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광장] `개인정보보호법안` 늦춰선 안된다

박훤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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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8-3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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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글 코리아 사무실이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구글이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기 위해 스트리트뷰사진을 찍으면서 보안이 되지 않은 와이파이를 통해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했다는 혐의였다. 이 사건은 구글코리아가 데이터를 국내 보관하지 않는 데다 실수로 개인정보가 수집된 것이라고 해명하였기에 더 이상 문제가 커질 것 같지는 않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경찰이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을 상대로 무모한 일을 벌였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성격이 달라진다. 구글은 지난 2월에도 구글버즈라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G메일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캐나다를 비롯한 10개 나라의 개인정보감독기구들이 연명으로 구글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구글은 마침내 사과를 하고 이 문제를 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구글 같은 세계적 기업을 한 나라가 상대하기에는 버거울지 모르지만 주요국 감독당국자들이 다함께 문제점을 지적하면 구글 같은 대기업도 이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구글코리아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도 국제적 수사공조를 위한 증거수집이라면 의미가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이러한 사건이 빈발하자 미국 주도로 8개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프라이버시 법집행 네트워크(GPEN)가 결성되었다. 개인정보침해 사고가 국경을 넘어 일어나기 때문에 국제적 협력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법집행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지난 1월 옥션 회원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다. 당시 법원 판결의 기준은 정보관리자가 고객들에게 개인정보 침해사실을 통지하여 추가 피해를 막았는가, 기술적으로 충분한 침해방지조치를 취했는가, 이러한 조치에 과도한 비용을 요하지 않았는가로 간추려볼 수 있다. 다만, 피해자가 1000만명을 훌쩍 넘고 소를 제기한 피해자만도 15만명에 육박한 까닭에 소송절차진행이 매우 복잡하고 힘들었다. 국내 법원이 적용한 기준은 널리 국제적으로 통용되어 EU,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지에서는 이에 따른 법개정 작업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는 IT 인프라가 발달한 까닭에 각종 IT 장비와 서비스의 테스트베드가 되고 있다. 이는 법제 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다음의 사례는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우리나라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는 터에 최근에는 시내버스에도 CCTV 카메라가 장착되어 뺑소니 운전자를 체포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이러한 종류의 CCTV 카메라는 시민들의 생활을 감시하기 위한 게 아니라, 차선위반, 주정차위반 차량의 단속이라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살인, 납치와 같은 중범죄에 관한 증거를 기록하였다고 여겨지는 경우에는 수사의 목적상 이용할 수 있다고 본다. 만일 당국이 CCTV에 대한 프라이버시 영향평가(PIA)를 실시하였다면 국제적으로 훌륭한 모범사례가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에 있어서도 국제적인 모델이 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는 셈이다. 자칫하면 침해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의 보호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거니와, 국내에서 발생하는 침해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고, 국제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올 11월에는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를 계기로 개인정보보호에 관해서도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는 앞서 말한 다른 나라 감독기구와의 국제협력 강화, 개인정보침해 사실의 통지의무와 같은 문제에 한하지 않는다. 개인정보보호 기준의 ISO 인증 추진, 클라우드 컴퓨팅,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의 개인정보보호 기준 강화 등 어젠다가 산적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안과 의원안의 통합안으로 마련된 개인정보보호법안이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그리함으로써 우리나라는 국내 IT산업을 업그레이드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개인정보보호의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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