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빛의 반도체 `광자결정`

양승만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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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7-2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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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에 주로 서식하는 몰포나비의 날개나 오팔 보석을 보면 눈부시게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이 물감의 색처럼 한가지 색을 내지 않고 보는 방향에 따라 색이 변하면서 아름답게 반짝이는 이유는 독특한 물리적 구조 때문이다. 이는 일정한 공기구멍이 규칙적으로 뚫어져 있거나 동그란 입자가 규칙적으로 쌓여 있는 구조가 바로 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색을 띄게 만드는 이유이며, 과학자들은 이러한 구조를 광자결정(光子結晶, photonic crystal)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자연의 구조를 잘 모방하면 보는 각도에 따라 우리가 원하는 색을 반사하는 물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많은 과학자들은 광자결정을 이용하여 오늘날의 반도체를 대체할 미래의 새로운 정보처리의 수단으로서 `빛의 반도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에는 전자(電子, electron)가 돌아다니는 회로가 있어서 전자는 회로를 통해 정보를 실어 나른다.

앞서 언급한 빛의 반도체란, 정보를 나르는 수단으로서 전자 대신에 빛의 입자라 부르는 광자(光子, photon)를 제어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광자회로의 제작이 필요한데, 특정한 색만을 선택적으로 반사시키는 광자결정은 광자회로를 만드는데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광자결정 사이사이에 길을 만들게 되면 빛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반사시키면서 회로를 따라 진행시킬 수 있다.

또한 광자는 전자와 달리 질량이 없어서 회로를 지나면서 마찰 등에 의한 불필요한 정보의 손실이 전혀 생기지 않고, 빛의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보다 빠른 정보처리가 가능하다. 따라서 빛의 반도체 기술이 확립될 경우 오늘날의 컴퓨터보다 만 배 이상 빠른 양자(量子, quantum)컴퓨터가 구현되어 미래 정보사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몰포나비의 날개나 공작새의 깃털, 오팔 보석 등은 구조적인 특징 때문에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색을 내면서 반짝인다. 이처럼 빛의 방향에 따라 특정한 색의 빛을 반사하는 물질을 광자결정이라고 부른다. 많은 과학자들은 자연에 존재하는 광자결정 구조를 모방하여 인공 오팔 등을 제작하고 이를 이용하여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공 오팔은 일반적으로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 정도 되는 지름을 갖는 둥근 나노입자들이 담겨있는 용액을 서서히 증발시켜 만든다. 특히 나노입자들은 자신들을 가두고 있는 용액의 모양을 따라 광자결정을 이루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피라미드 모양이나 선 모양 등 원하는 광자결정을 제작할 수 있다. 동그란 물방울 안에 나노입자를 가두고 서서히 증발시킬 경우 구형 광자결정을 얻을 수 있는데 이러한 구형 광자결정은 보는 방향에 상관없이 한 가지 색만을 내기 때문에 디스플레이의 재료나 색소 등으로 사용 가능하다.

최근에는 광자결정을 미세유체기술에 접목한 연구가 활발하다. 흐르는 물에 나노입자가 있는 기름방울을 떨어뜨리고 자외선을 쪼여주면 구형 광자결정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이 방법은 용액의 증발을 통해 광자결정을 제작하는 방법보다 빠른 시간 안에 대량으로 광자결정을 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편 미세유체기술을 이용하여 한 가지 광자결정을 가지고 반사색을 조절하기도 한다. 광자결정을 유체가 지나가는 통로에 놓고 여기에 공기, 물, 에탄올, 아세톤 등 다양한 종류의 유체를 흘려주면 광자결정 내부에 유체들이 침투하게 되면서 서로 다른 색을 반사하는 특성을 나타낸다. 거꾸로 이 방법을 이용하면 광자결정이 반사하는 색을 통해서 흐르는 유체의 종류를 알아낼 수 있다.

이 외에도 광자결정은 다양한 방법으로 특성이 조절된다. 광자결정은 화학, 생물학, 의학,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센서, 디스플레이 소자, 레이저 등으로 응용이 가능해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미래에는 차세대 반도체로 주목받는 빛의 반도체를 만드는 데 응용될 것으로 기대되며 오늘날의 컴퓨터보다 만 배 이상 빠른 양자 컴퓨터의 제작을 통해 미래 정보사회에 혁신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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