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원 SKT 사장의 `대담한 선택`

초당과금제…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 초특급 가격요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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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의 대담한 행보가 통신업계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다분히 시장 주도적, 공격적이기 때문이다. 이석채 회장이 KT의 새 사령탑으로 자리한 이후 시장경쟁의 주도권을 KT에 내주고 있다는 평가도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방어만으로는 융합과 통합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들의 잇따른 유무선법인 합병 등이 결정적인 요인이다.

정 사장의 공격적 행보는 통신시장의 아킬레스건과도 같은 요금제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자기 살을 깎아내며 선택한 초당과금제는 서곡에 해당한다. 당시 상황은 국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슬슬 요금인하 요구가 일고 있었다. 정 사장의 초당요금제 카드는 이같은 요금인하 압박을 일시에 잠재웠다. 한편, 압박의 화살을 경쟁사로 돌렸다. KT와 LG유플러스는 몇 달 동안 시민단체의 압력을 버티다 결국 12월 초당요금제를 도입키로 했다. SK텔레콤으로선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정 사장의 시장주도적 공격성은 지난 14일 `종합선물세트'로 불리는 요금제 개편에서 또 나타난다. 이날 정 사장은 요금인가 대상사업자(시장지배적사업자)에게 쏟아졌던 그간의 요금인하 압박을 한풀이하듯 쏟아냈다. 무제한 데이터서비스,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가족묶음 유무선결합상품 등 파격적인 요금제 발표는 경쟁사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 순간 SK텔레콤은 적어도 1위 사업자가 아니었다. 두 사람이 SK 핸드폰을 쓰면 인터넷전화, 3명이면 초고속인터넷, 4명이면 인터넷전화+초고속인터넷, 5명 이상이면 전화+인터넷+IPTV 공짜는 파격 그 자체였다.

경쟁사들은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다. 생각보다 강도가 셌다" 는 반응이었다. 한 업체는 대책마련을 위해 태스크포스팀(TFT)까지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KT나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이 SKT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과 mVoIP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두 서비스 모두 후발 통신 사업자 `전용'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와 mVoIP는 후발 이동통신사들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먼저 내놓는 무기였다. 따라서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이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의 경우 미국의 AT&T와 영국의 오렌지가 먼저 이 카드를 썼다. 두 사업자는 해당 지역에서 2위 사업자다. 또, mVoIP의 경우 미국에서 AT&T가 스카이프를 허용하자 1위 사업자인 버라이즌이 어쩔 수 없이 따라했다.

정 사장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와 mVoIP 도입에 대해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데이터 무제한과 mVoIP는 데이터 트래픽의 급증과 매출 감소라는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특히 데이터무제한 요금제의 경우 먼저 도입했던 AT&T와 오렌지 등 해외 사업자들이 올해 초 방향을 선회했다. 일부 헤비 유저 때문에 트래픽이 급증, 네트워크에 과부화가 걸리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망부하가 발생할 경우 데이터 사용을 일부 제한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네트워크 과부하의 위험을 해소했다. 또한 기지국 용량을 현재보다 2배 늘리는 6섹터 솔루션 기술을 채택해 급증하는 데이터 수요에 대응하기로 했다. mVoIP도 월5만5000원 이상 요금제에 한해 적용함으로써 위험을 분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의 데이터무제한 서비스와 mVoIP는 의미는 퇴색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의 일부 제한에 대해서도 이용자들은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충분히 설득력 있는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다.

정 사장이 던진 요금제 카드는 일단 방송통신위원회의 인가를 얻어야 시장에 풀릴 수 있다. 방통위는 결합상품이 문제가 없는지를 놓고 인가여부를 검토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SK텔레콤의 일부 요금제는 방통위가 `고민'을 할 정도로 극단적이라고까지 평가한다.

1위 사업자의 반란, SK텔레콤이 주도하는 요금경쟁의 끝이 소비자들은 궁금할 뿐이다.

강희종기자 min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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