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시론] 끝나지 않은 `디지털 월드컵`

장석권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정보통신정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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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7-15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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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 시론] 끝나지 않은 `디지털 월드컵`
월드컵은 이제 끝났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국내 감독하에 자력으로 16강에 오르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8강으로 갈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이는 너무 지나친 기대였을까? 그 아쉬움을 달래기라도 한 듯, 8강 탈락이후에 한가지 희망을 주는 언론보도가 눈에 띄었다. 바로 우리나라가 페어플레이상의 후보중 하나라는 것이었다.

이제 그 모든 것이 끝난 지금, 그 희망 역시 깨지고 말았다. 스페인이 월드컵 우승은 물론, 페어플레이상과 골키퍼상까지 모두 휩쓸었다. 아마 한국적 정서라면, 우승은 거머쥐었으니, 페어플레이상이나 골키퍼상은 다른 국가에 양보할 수도 있었을 텐데 현실은 야속했다. 우승과 페어플레이상과 골키퍼상은 수상자가 누구냐에 상관없이 독립적인 엄격한 평가기준에서 최고의 성과를 낸 팀에게 주어지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스페인이 이 세가지를 모두 휩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수한 골키퍼가 방어를 잘한데다가, 옐로카드를 적게 받아 퇴장당한 선수가 없었던 것이 큰 몫을 했다. 다시 말하면, 골키퍼상과 페어플레이상을 받을 만한 선수들의 플레이가 스페인의 우승을 이끌어 냈다는 얘기다.

이번 월드컵을 바라보면서, 문득 글로벌 IT시장의 경쟁양상이 떠 오른 것은 그 저변의 메커니즘이 닮은 데가 있어서다. 현재 글로벌 IT시장은 애플ㆍ구글ㆍ마이크로소프트ㆍ오라클ㆍ아마존 등 미국을 기반으로 한 컴퓨팅사업자들과, AT&Tㆍ버라이존ㆍBTㆍFTㆍTIㆍNTTㆍKTㆍSKTㆍLG U+ 등 국가별 통신사업자들이 스마트폰ㆍ스마트TVㆍ스마트오피스 시장을 놓고 한판 디지털 월드컵을 겨루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재 이 디지털 월드컵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월드컵과는 달리 디지털 월드컵은 아직 세계적 호응을 끌어내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월드컵과 같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디지털 월드컵의 경기규칙을 잘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는 월드컵도 극심한 재정난을 겪었었다. 그러나 비즈니스모델과 경기도구, 경기규칙을 재정비해 나가면서 월드컵은 점차 흥행에 성공하기 시작했고,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우리돈으로 3조 8000억원, 총 32억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만들어 냈다. 시장파이를 키우는 게임에 있어서는 대대적 성공을 이루어낸 것이다.

월드컵은 세계최고의 스포츠 비즈니스이다. 흥행의 성공을 위해 중계권료, 스폰서 수입 등 프로다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고, 이와 함께 흥행의 핵심 메커니즘인 공정한 경기규칙의 정립과 규칙의 엄정한 집행을 위해 심판제도를 보강해 왔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오심이 왜 큰 이슈가 되었을까? 공정한 게임운영이 되지 않으면, 엄청난 규모의 돈과 국가간 명예를 놓고 겨루는 국가간 경쟁에서 그 어느 누구도 승패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바로 월드컵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월드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전체 시장파이를 키우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바로 월드컵과 같이 공정한 글로벌 경기규칙을 마련해 나가야 하고, 경기규칙을 엄격하게 집행할 국제심판제도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 시장경쟁규칙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명확하다면, 글로벌 사업자는 물론, 각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사업자들도 자신들의 지역기반을 글로벌 경쟁기반과 섞어 전체 파이를 키우는 작업에 적극 동참하게 될 것이다.

포스트 망중립성 정책의 개발, 미래 네트워크 기반구축을 위한 법제도의 정비, 콘텐츠 트래픽 흐름의 인위적 왜곡이나 조세회피지역을 활용한 기회주의적 행위 방지 등 디지털 월드컵에서 공정한 경기규칙을 마련해야 할 분야는 매우 많다.

우리가 나서야 한다. 방송통신 보급률이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과 속도, 그리고 디지털 네티즌십과 디지털 문화수준에 있어서 가장 앞선 우리나라가 모범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 한번 공정하고 합리적인 디지털월드컵 규칙을 만들어 보자고 말이다.

월드컵의 지속가능성은 월드컵의 장기비전과 운영철학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FIFA가 지금 흥행에 크게 성공하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월드컵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월드컵의 화려한 성공으로 주최국 남아공의 적자가 가려져서는 안 되듯, 디지털 월드컵의 흥행성공이 소수 선진국의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 글로벌 배분정의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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