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군의 게임산책 - 파이날 판타지13
그래픽 완성도 역대 최고수준
스피디한 실시간 배틀 인상적
대작 RPG 한글화도 훌륭
비디오게임 역사 상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던 역할수행게임(RPG) 중 하나인 `파이널 판타지'(이하 파판) 시리즈의 최신작이 플레이스테이션3(이하 PS3)로 발매되었다. 그것도 역대 정규 시리즈 중에서는 처음으로 정식 한글화를 거쳐 발매되었다. 참고로 처음 한글화되었던 파판 시리즈 게임은 `파판10'의 외전격이었던 `파판10-2'였다. 이 게임은 진중했던 분위기의 10편과는 달리 통통튀는 분위기가 이색적이었다.
사실 파판 13은 발매 후 `지나친 일직선 진행이 아니냐'라는 비난에 시달렸던 작품이기도 하다. 때문에 오늘은 이 일직선 진행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조금 자세하게 얘기해 볼까한다.
미리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는 전적인 취향의 문제로, 기존의 온라인 게임이나 자유도를 중시하는 미국식 RPG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게임에서 스토리와 연출을 중시하는 이용자들이라면 반드시 즐기고 넘어가야 할 게임이라는 것이다.
이를 좀 더 확실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위 일본식 RPG라는 것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보통 일본 RPG의 초석으로 꼽는 작품이 `드래곤 퀘스트'(이하 드퀘)인데, 드퀘의 프로듀서인 호리이 유우지씨는 맨 처음 영어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당시 미국의 유명 RPG들을 즐기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내 캐릭터가 계속 강해지고 예전에 갈 수 없는 곳도 갈 수 있게 된다'라는 게임적 요소에 주목했다.
이러한 레벨업에 따른 행동 범위, 행동 자체의 확대에 주목하고, 이러한 요소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쉽게 따라갈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을 집어넣었다. 당대 최고의 캐릭터 디자이너이자 만화가였던 토리야마 아키라에게 캐릭터를 그리게 하여 만들어 냈던 것이 바로 드퀘 시리즈의 시작인 것이다.
때문에 일본식 RPG는 그 원류를 따라갈수록 일직선에 가까운 진행을 보일 수밖에 없고, 파판13은 바로 이러한 요소가 극대화된 작품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는 역사상 가장 창의적이면서 이질적인 시스템을 보여줬던 12편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했던 데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볼 수도 있으며, 표현력에 있어서는 극에 달해 있는 현세대의 게임기를 제대로 활용해 보자는 심산인 것으로도 보인다.
이러한 일직선 진행의 강점은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연출이다. 이들 요소는 작가가 최대한 게임 내적인 상황을 콘트롤 할 수 있을 때 가능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다른 예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TV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쇼프로의 세트는 뒤에서 보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만약 방송 프로그램의 자유도가 높아져서 세트의 뒷면이나 촬영 장면까지도 한번에 볼 수 있다면 우리가 그 방송에서 느낄 수 있는 감흥은 완전히 달라지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요소를 게임 속에 잘 녹였는가'가 문제이겠지만 엔딩까지 본 입장에서 평가한다면 오랜만에 높은 몰입도를 보여주는 게임을 만났다는 느낌이다. 일단 스토리로는 정평이 나 있는 10편의 제작진이 만든 데다가, 게임의 시스템마저도 스토리를 진행해 가면서 계속 깨닫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마음을 열고 즐긴다면 누구라도 익숙해 질 수 있을 만한 수준으로 만들어져 있다.
특히 그래픽의 완성도는 가히 역대 게임 사상 최고 수준에 들어간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블루레이라는 매체의 큰 용량을 적절하게 활용했다는 것이 느껴지며, 최근 일본 게임에서 많이 사라졌다고 보이는 장인정신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후반부의 배경은 경외감마저 느껴질 정도이다.
전투 시스템의 개량 역시 칭찬해야 마땅할 부분이다. `실시간 배틀'이라는 요소를 처음 만들어 낸 파판 시리즈였지만, 시리즈가 지나갈수록 실시간 배틀의 발전이 정체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 시리즈는 테일즈 시리즈를 연상하게 하는 스피디한 배틀을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사실 게임에 대해서는 그리 할 말이 많지 않다. 워낙 훌륭한 시리즈인 만큼 가급적 많은 이용자들이 즐겨봤으며 좋겠다. 더군다나 한글화된 대작 RPG라는 게 도대체 얼마만에 나온 것인가.
끝으로 게임 자체와는 상관이 없지만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이하 SCEK)의 실망스러운 정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파판13의 경우 일본어 버전이 발매되고 반년도 안 되어서 한글 버전이 발매되었는데, 이는 사전에 한국어 버전을 발매하겠다는 계획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스케줄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아무 언급도 없이 일단 일본어 버전을 판매했다. 초기 수요를 잡아야 한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바로 반년 뒤에 한글 버전이 나올 것을 알고 있는 이들 중에 일부러 일본어 버전을 구입할 이들이 얼마나 될까.
스피디한 실시간 배틀 인상적
대작 RPG 한글화도 훌륭
비디오게임 역사 상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던 역할수행게임(RPG) 중 하나인 `파이널 판타지'(이하 파판) 시리즈의 최신작이 플레이스테이션3(이하 PS3)로 발매되었다. 그것도 역대 정규 시리즈 중에서는 처음으로 정식 한글화를 거쳐 발매되었다. 참고로 처음 한글화되었던 파판 시리즈 게임은 `파판10'의 외전격이었던 `파판10-2'였다. 이 게임은 진중했던 분위기의 10편과는 달리 통통튀는 분위기가 이색적이었다.
사실 파판 13은 발매 후 `지나친 일직선 진행이 아니냐'라는 비난에 시달렸던 작품이기도 하다. 때문에 오늘은 이 일직선 진행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조금 자세하게 얘기해 볼까한다.
미리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는 전적인 취향의 문제로, 기존의 온라인 게임이나 자유도를 중시하는 미국식 RPG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게임에서 스토리와 연출을 중시하는 이용자들이라면 반드시 즐기고 넘어가야 할 게임이라는 것이다.
이를 좀 더 확실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위 일본식 RPG라는 것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보통 일본 RPG의 초석으로 꼽는 작품이 `드래곤 퀘스트'(이하 드퀘)인데, 드퀘의 프로듀서인 호리이 유우지씨는 맨 처음 영어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당시 미국의 유명 RPG들을 즐기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내 캐릭터가 계속 강해지고 예전에 갈 수 없는 곳도 갈 수 있게 된다'라는 게임적 요소에 주목했다.
이러한 레벨업에 따른 행동 범위, 행동 자체의 확대에 주목하고, 이러한 요소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쉽게 따라갈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을 집어넣었다. 당대 최고의 캐릭터 디자이너이자 만화가였던 토리야마 아키라에게 캐릭터를 그리게 하여 만들어 냈던 것이 바로 드퀘 시리즈의 시작인 것이다.
때문에 일본식 RPG는 그 원류를 따라갈수록 일직선에 가까운 진행을 보일 수밖에 없고, 파판13은 바로 이러한 요소가 극대화된 작품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는 역사상 가장 창의적이면서 이질적인 시스템을 보여줬던 12편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했던 데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볼 수도 있으며, 표현력에 있어서는 극에 달해 있는 현세대의 게임기를 제대로 활용해 보자는 심산인 것으로도 보인다.
이러한 일직선 진행의 강점은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연출이다. 이들 요소는 작가가 최대한 게임 내적인 상황을 콘트롤 할 수 있을 때 가능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다른 예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TV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쇼프로의 세트는 뒤에서 보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만약 방송 프로그램의 자유도가 높아져서 세트의 뒷면이나 촬영 장면까지도 한번에 볼 수 있다면 우리가 그 방송에서 느낄 수 있는 감흥은 완전히 달라지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요소를 게임 속에 잘 녹였는가'가 문제이겠지만 엔딩까지 본 입장에서 평가한다면 오랜만에 높은 몰입도를 보여주는 게임을 만났다는 느낌이다. 일단 스토리로는 정평이 나 있는 10편의 제작진이 만든 데다가, 게임의 시스템마저도 스토리를 진행해 가면서 계속 깨닫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마음을 열고 즐긴다면 누구라도 익숙해 질 수 있을 만한 수준으로 만들어져 있다.
특히 그래픽의 완성도는 가히 역대 게임 사상 최고 수준에 들어간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블루레이라는 매체의 큰 용량을 적절하게 활용했다는 것이 느껴지며, 최근 일본 게임에서 많이 사라졌다고 보이는 장인정신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후반부의 배경은 경외감마저 느껴질 정도이다.
전투 시스템의 개량 역시 칭찬해야 마땅할 부분이다. `실시간 배틀'이라는 요소를 처음 만들어 낸 파판 시리즈였지만, 시리즈가 지나갈수록 실시간 배틀의 발전이 정체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 시리즈는 테일즈 시리즈를 연상하게 하는 스피디한 배틀을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사실 게임에 대해서는 그리 할 말이 많지 않다. 워낙 훌륭한 시리즈인 만큼 가급적 많은 이용자들이 즐겨봤으며 좋겠다. 더군다나 한글화된 대작 RPG라는 게 도대체 얼마만에 나온 것인가.
끝으로 게임 자체와는 상관이 없지만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이하 SCEK)의 실망스러운 정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파판13의 경우 일본어 버전이 발매되고 반년도 안 되어서 한글 버전이 발매되었는데, 이는 사전에 한국어 버전을 발매하겠다는 계획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스케줄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아무 언급도 없이 일단 일본어 버전을 판매했다. 초기 수요를 잡아야 한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바로 반년 뒤에 한글 버전이 나올 것을 알고 있는 이들 중에 일부러 일본어 버전을 구입할 이들이 얼마나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