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시론] 스마트폰의 힘, 디테일 감성

이정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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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7-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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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 시론] 스마트폰의 힘, 디테일 감성
지난 해 말 시작된 아이폰 열풍이 계속될 모양이다.

iOS4의 업그레이드로 관련 인터넷 동호회가 요란하고, 아이폰4의 국내 출시일은 해외 물량부족을 핑계로 계속 미루어지고 있다. 더불어 아이패드의 경우에도 국내 출시일이 불투명해 지면서, 아이패드의 구매를 희망하는 소비자는 해외구매 대행업체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이폰의 출시로 인한 시장의 변화는 이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식상할 정도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변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애플 이외의 다른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기업의 생존을 걸고 아이폰 따라잡기를 위한 `반격'을 하고 있다. 삼성은 갤럭시A에 이어서 갤럭시S를 내놓았고 팬택은 시리우스 알파를 내달 출시한다. 갤럭시S의 홍보작전은 기술의 수월성에 집중되어 있다. 아몰레드보다 더 밝고 선명한 슈퍼 아몰레드 화면, 최적화된 반응속도와 보다 슬림한 디자인을 내세우는 갤럭시S의 마케팅의 초점은 기술력의 과시에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언론에서도 우리 기업이 이제 진검승부의 칼을 빼 들었다고 약간은 애국심이 섞인 논조로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아이폰을 쓰는 이유를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몇 가지 포인트로 대별이 되는 데 우선 디자인이 좋다는 것이 그 하나고, 또 하나는 필요한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설치하는 것이 그 동안의 스마트폰들과는 달리 쉽게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또한 다른 스마트폰에서는 막혀 있던 와이파이의 `공짜' 활용 등을 들고 있다. 조금 학술적인 용어로 번역하자면 디테일에 충실한 디자인, 놀이하는 인간인 호모루덴스의 감성을 자극하는 쉬운 프로그램들의 다양성, 규제되어 있던 플랫폼의 개방과 `공짜' 무선인터넷 접속의 가능성 정도로 풀어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기술적 요소들만 봐서는 마우스가 컴퓨팅의 일상적인 주변기기로 자리잡은 것처럼, 그 동안 기술적인 수월성을 자랑하면서 홍보하여 왔던 무수한 각종 스마트폰을 제치고 단순해 보이는 인터페이스를 가진 휴대폰 한 종류로 산업구조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아이폰은 이제 장난스러운 디바이스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영향력이 너무 크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서비스까지 결합시킨 상품으로서의 아이폰은 어쩌면 디테일 감성의 시대를 대표하는, 어렵지 않은 기술로 부가가치를 높인 상품으로 후대에 평가될 것이다. 디테일 감성의 시대라고 립서비스는 열심히 하지만 아직도 실제에 있어서는 기술적 수월성을 지향하면서 실행력을 중시하는 산업화 패러다임에 살면서, 이 패러다임을 유지하기 위한 통제와 규제에 우리 모두가 너무 익숙한 것은 아닌가 싶다.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는 기술적으로는 자그마한 이 기기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갤럭시S가 기술적으로 얼마나 뛰어나건 일반 사용자의 시작에서는 아이폰을 흉내 낸 클론처럼 보인다. 디테일 감성의 시대에 이렇게 뒤따라가기만 하는 혁신으로 선진국의 지위를 지켜 나갈 수 있을 것인지 조금 의문스럽다.

정치와 마찬가지로 기업들도 민심을 읽어야 성공을 한다. 아니 오히려 정치판보다도 시장에서의 민심은 더욱 더 잔인하고 차갑다. 민심이 직접적으로 판매와 매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치적, 제도적 조작과 통제를 통한, 내지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상품과 서비스 홍보의 한계를 이제는 깨달아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 된 데에는 사실 통신사나 대기업들의 투자도 투자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휴대폰들을 구매하여 사용하는 테스트 마켓을 제공하여왔고 또한 상대적으로 비싼 통신비와 인터넷 사용료를 말없이 부담하면서 발전을 근간을 제공하여 왔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민심을 읽어내는 수월성이 기술적 수월성보다 우선한다는 기본을 아이폰이 대변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옛날 오랜 부잣집 가문들의 가훈의 내용이 주위 주민들의 민심을 살피는 것을 우선으로 꼽았던 식견에 놀란다.

독과점적 시장 지배자로서의 오만했던 자세의 변화가 필요하고, 세금과 기금을 투자해서 인프라만 해 놓으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는 안이한 자세는 바뀌어야 한다. 기업으로서의 생존을 위한 오만이 아니라 생존의 근간이 되는 고객들의 심중을 살피고 좀더 가까이 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읽어나가는, 보다 기초적인 연구의 자세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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