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세영 "에듀넷ㆍ차세대 NEIS 결합 `교육 2.0` 실현"

■ 월요초대석 - 천세영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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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업체 진입 쉽게…마켓플레이스 형태로 에듀넷 변화 필요
디지털교과서 사업 콘텐츠 무료화가 관건…단말기 표준화도 숙제


"우리 교육은 새롭게 나아갈 필요가 있고 `2.0' 패러다임이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2월 천세영 충남대학교 교수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6대 원장으로 취임했을 때 주변에서는 사상 첫 교육 실무전문가 출신 KERIS 원장에 대해 큰 기대를 표시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 청와대 교육비서관을 역임하면서 정부의 굵직한 교육정책 수립에 깊숙이 관여한 이력 때문에 더욱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에듀넷이나 교육학술정보시스템 등 기존 서비스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역할을 해야 할 때이고, 핵심은 참여와 공유로 요약되는 `교육 2.0'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어느덧 취임 6개월이 지난 현재 천 원장에게 KERIS와 우리 교육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 이근형 정경과학부 부장

- 밖에서 보던 KERIS와 실제 수장으로서 일해 보니 어떤게 다른지?

"KERIS 업무에 대해서는 취임 이전부터 다 파악한 상태였다. 업무 자체가 어렵기보다는 우리나라가 어려운 나라다. 역사 이래로 이렇게 짧은 시기에 급작스런 변화를 겪은 나라가 없다. 참고할 만한 전거(典據)가 없기 때문에 매일 새로운 상황이다. 어떤 때는 손가락질 받기도 하지만 일단 해보는 것이다. 문제가 생기는 것은 필연적이다."

- 지난 10여년간 우리나라 교육정보화에 대해 평가한다면?

"정보화 개념은 간단하다. 선생님이 수업할 때 좋은 시청각 교재가 있으면 좋겠고 디지털 매체라면 더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렇게 아무것도 없던 1990년대 중반에 만든 에듀넷이 이제는 선생님들 대부분이 사용한다. 지금은 오히려 새로운 역할을 고민해야 할 때다. 예를 들어 이러닝의 경우 지금은 오히려 민간기업들이 더 잘한다. 어떤 측면에서는 국가가 할 일을 다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국가는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고 `2.0' 패러다임이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 교육에 2.0 개념을 도입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콘텐츠를 국가나 잘하는 일부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것이다. 개념은 쉽지만 교육분야에 적용하기는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이러닝의 경우 지난 10여년간의 경험을 통해 `클라식(classic, 대표양식)'이라고 할만한 것을 갖고 있지만 `2.0'에 대해서는 아직 그런 것이 없다. 새로운 문명사적 구조이고 우리는 아직까지 여기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지 못하다. 특히 IT 기술은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삼성이 아이폰에 당했던 것처럼 한순간이다. 내일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예측하면서 준비해야 한다. 숙제가 잔득 쌓여 있다."

- KERIS의 주요 사업별로 어떻게 구체화되나?

"먼저 에듀넷은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국가가 만든 콘텐츠를 무료로 공급한다는 취지였지만 지금은 민간영역에 더 좋은 콘텐츠가 있고 소비자들도 더 많은 돈을 주고 산다. 국가가 세금으로 더 좋은 것을 만들 수 있지만 그러려면 세금을 올리거나 민간시장을 죽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론 안 된다. 국가는 민간이 부당이익을 취하거나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것을 막는 역할로 충분하다. 대신 에듀넷은 새로운 업체가 시장이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플랫폼, 일종의 마켓플레이스가 돼야 한다. 기존에 우리 직원들이 주력해 온 모델을 바꾸는 것이어서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향후 KERIS의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다."

- 학술연구자를 위한 지원책은 어떻게 바뀌나?

"에듀넷이 초ㆍ중등 지원이 목적이라면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 www.riss.kr)는 대학 도서관을 공유해 학술연구활동을 지원해보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특히 우리는 `가상 도서관(Virtual Library)' 관점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 인프라를 갖고 있다. 명지대, 성균관대 도서관의 검색 시스템은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책이다. 미국의 국회도서관에는 3200만권이 넘는 책이 있지만 우리 중앙도서관은 어떤가. KERIS는 국가 라이선스 사업 등을 통해 공동 구매하는 등 효율적으로 보유권수를 높일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기업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연세대도서관 짓는데 삼성이 300억원을 냈다. 이중 100억원만 책 구입에 썼다면 상황이 훨씬 좋아졌을 것이다. 건물 짓는 경쟁보다 책 구입이 더 중요하다. 앞으로 기업을 상대로 한 책 구입 지원 캠페인을 벌일 것이다."

-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 NEIS)에도 2.0 개념이 도입되나?

"지난 2004년 당시 4000여개 서버에 나눠서 구축했다. 당시로서는 사연이 좀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바보짓이었다. 이제 시스템 교체 시기가 됐고 기술과 내용 측면에서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향후 나이스는 정보기반 인재정책의 기반 시스템이 될 것이다. 나이스에는 지난 5∼6년간 재무, 학사행정 관련 데이터가 쌓여있다. 그러나 이 데이터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다. 전학을 갔다면 왜 갔는지 한번도 연구하지 않았다. 정보 분석과 공개를 위한 사회적인 어젠다와 정보 수집도 강화를 검토해야 한다. 성적과 건강상태, 부모 정보 등은 모두 연관성을 갖고 있다. 지금은 학생들 배경을 전혀 알 수 없고 실제로 부모 정보도 입력돼 있지 않지만 학생을 둘러싼 소셜 네트워크를 알아야 학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 최근 진보성향 교육감이 대거 당선됐다. 나이스 운영을 둘러싼 충돌도 예상되는데?

"진보든 보수든 교육감 선거 이후 교육은 바뀌게 돼 있었다. 정부는 예산과 권한 대부분을 교육감에게 넘겼고 안줘도 가져갔다.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지 궁금하다고 정부에 이야기하지만 정부는 이제 학교에 대한 감독 권한이 없다. 옛날엔 급식사고 나면 교장 불러서 혼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안된다. 결국은 학부모들이 잘 판단해야 한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어떤 선생님들이 있고 전년도 학교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보고 권리를 주장하거나 필요하면 지원도 해야 한다. 그런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정보기반 서비스를 크게 강화하려고 한다. 전국 단위 학업 성취도 검사와 성적 공시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이다. 일제고사가 학교장 재량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는데 원하는 학교가 있다면 KERIS가 시스템 측면에서 지원할 것이다."

- 나이스와 에듀넷 개편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에듀넷 개편은 가능한 한 빨리 간다. 사실 이 문제는 발상의 전환이 핵심이다. 에듀넷은 이미 민간에 많이 가 있다. 차세대 나이스가 내년 후반쯤 구축될 예정인데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할 때 에듀넷과 나이스의 결합을 분명히 할 것이다. 에듀넷은 국가만 갖고 있는 콘텐츠가 아니므로 전세계에서 만들어지는 콘텐츠를 이용해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선생님이 이를 제어하면서 사용 기록이 누적되도록 할 것이다. 내년 후반기쯤 되면 학습관리시스템(LMS)까지 완성돼 본격 가동될 것이다. 나이스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바뀌는 것은 없지만 관리 측면에서는 4000여개 서버가 100여개로 통합된다. 남는 서버는 백업, 미러링 용도로 사용되고, 에듀넷이나 입학사정관, 창의적 체험활동을 지원하는 기능이 추가될 것이다. 과거의 나이스가 행정실 기능이었다면 이제는 선생님의 교육서비스 플랫폼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 디지털교과서 사업은 어떻게 바뀌게 되나?

"유선시대는 조만간 막을 내리게 될 것이므로 디지털 단말기는 접속기기 기능만으로도 충분하다. 운영체제도 콘텐츠도 단말기에 다 넣을 이유가 없다. 문제는 콘텐츠가 프리(Free, 무료)해야 한다는 점이다. 저작권 문제가 특히 민감한데 현행법상 지금은 교사가 자기 반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괜찮지만 다른 반 학생에게 보여주면 저작권 위반이다. 상식적이지 않지만 이런 것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 저작권은 소리바다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무조건 소리바다 식으로 접근한다. 교수가 강의하려고 원더걸스 음악 받아서 올려놓고 강의를 공개하면 저작권에 걸리는 식이다. 기술적으로도 아직 단말기가 없다. 단말기 표준화를 급하게 추진하면 결국 외국 단말기 들여와야 한다. 시범사업은 HP로 하고 있는데 본 사업까지 HP로 한다면 국내 기업들이 가만히 있겠나."

- 국내 교육정보화 성과에 대한 해외 수출을 활발하게 시도하고 한다는데?

"외국의 요구는 간단하다. 한국의 KERIS 모델을 그대로 갖다 쓰겠다는 것이다. 교육은 정치적으로도 효과가 크기 때문에 요구가 많다. 중앙에 KERIS와 같은 기관은 놓고 일선 선생님 훈련시키는 `한국식 모델'을 이미 심기 시작했다. 첫 사업이 우즈베키스탄이었는데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도 함께 들어간다. 두번째 사이트는 아마도 남미가 될 것 같다. 1년간 2개월에 한번씩 로드쇼해서 한두개 나라에 제2의 우즈벡 사이트를 만들 것이다. 국제적인 어젠다를 끌고 갈 것이다. 우리 이러닝 업체들의 해외 진출 관련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영문화다. 중소기업들이 직접 진출하기에는 투자 대비 누수가 생각보다 많다.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 앞으로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촛불시위 이후 학교로 돌아가면서 도원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읽었다. 그러나 결국 인간은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동양의 선비는 개똥 파면서 세상을 바꾼다. 공자는 벼슬을 구하러 다녔고 제자에게 장사하고 관리가 되라며 다 내보내며 끊임없이 세상을 바꾸려고 하지 않았나. 그것이 바른 세상이고 내가 살아있는 이유다. 물론 잘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도망갈 수는 없다. 내 스스로 최선을 다하고 결과가 좋기를 기도할 뿐이다."

정리= 박상훈기자 nanugi@

사진= 김동욱기자 g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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