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산책] 개인정보보호 입법화 나서야

소재선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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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6-02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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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라는 시대적 화두가 완결될 수 있기 위해서는 균형잡힌 정보가치관과 정보환경을 구축하여 사회 구성원의 권리를 상호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 중심에 주민등록제도가 있음을 재인식하고, 이를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의 선행없이는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정보시장에 대응할 수 없다. 개인정보보호법 제정보다 시급한 것이 주민등록제도의 개인정보보호 차원으로의 개편이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주민등록번호는 군사정권시대인 1968년 주민통제 및 행정편의를 목적으로 지구촌 유일하게 개인식별번호로서 생년월일, 성별, 출생지역 정보를 고스란히 담고있어 공공기관이나 민간기관 할 것 없이 주민등록번호 남용에 따른 개인정보의 유출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제의 잔재로, 주민등록의 전신인 기유제도(寄留制度)는 일제가 1942년 조선기유령(朝鮮寄留令)을 발동하여 거주자등록제도로 실시하였는바, 조선민족을 강제동원하여 민족을 수탈하고, 전쟁에 강제동원하고 심지어는 정신대로 끌고 갈 소녀들을 모집하는 등 우리민족을 수탈하는 일에 포괄적이고 적극적으로 사용된 악랄한 제도이다. 이러한 식민지 수탈정책의 핵심으로 창안된 기유제도가 1950년 한국 전쟁중에 주민의 신분을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시ㆍ도민증을 발급하기에 이르고, 결국 이승만 독재정권에서 이 제도를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하여 악용된 것을 급기야 군사정권에선 1962년 5월 국민들의 거주관계 및 상시 인구 동태파악을 목적으로 주민등록법을 제정, 모든 국민의 이름, 생년월일, 주소, 전출입 사항 등을 시ㆍ읍ㆍ면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하고, 1968년 9월에는 주민등록번호가 도입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전국민에게 생년월일과 고유번호로 부여되는 주민증록번호는 성별, 출생지역 등 개인의 주요한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있어, 개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개인정보가 노출되고 있으며, 긍정적인 면 보다는 부정적인 면에서 남용되어 개인정보의 노출은 물론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일제는 우리민족의 수탈을 목적으로, 이승만 정권은 독재정권의 유지를 목적으로, 군사정권은 인구동태파악의 목적으로 사용되어 결국 동서갈등의 온상이 되어왔던 주민등록번호가 정보화시대인 IT시대에는 개인정보침해의 온상이 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출시로 그 피해의 심각성이 날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주민등록정보는 대부분 행정청의 기본적인 정보로 사용하고 있는데, 주민등록법 관련 개인정보 등록은 개인당 무려 400여개가 넘는 법령에서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모두 개인정보를 침해할 위험성이 민감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주민등록법 시행령 별지1호 서식에는 혈액형, 직업, 혼인관계, 학력 등까지 수집되어 G4C시스템 및 전자정부의 이름으로 공동 이용되고 있어 본래 주민등록법이 가지고 있는 `주민의 주거관계 등 인구의 동태를 상시로 명확히 파악'한다는 기본목적을 일탈하여 포괄적으로 남용되고 침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개인의 모든 정보가 그대로 노출되는 주민등록번호 13자리는 시행규칙, 법, 시행령에 포괄적으로 위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에서의 각종 회원가입, 인터넷 뱅킹 등 거의 모든 서비스 이용시 주민등록번호가 본인확인 및 성인인증 등을 수단으로 폭넓게 이용되고, 이에 따른 주민등록번호의 유출 및 도용으로 인한 개인정보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하다. 이는 결국 행정편의주의의 목적으로 사용한 주민등록번호 13자리만 노출되면 어디서든지 도용되고 남용되고 있는데도 이를 관장하는 행정안전부에 포괄위임된체 방치되고 있기 때문에 실은 정부가 책임을 져야할 문제이다.

외국의 경우 대부분의 국가가 개인신분번호가 없다. 우리와 지형적으로 유사한 이탈리아의 경우 세무번호(Codice Fiscale)가 존재할 뿐이고, 기유제를 통하여 우리민족을 수탈했던 일본에서 조차 현재는 개인신분번호가 없고, 주민기본대장법상의 `주민코드'가 유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네델란드는 2007년 11월부터 시민서비스번호(BSN: Burger Sercice Number)가 도입되어 종래의 사회보장번호(SoFi: Social Fiscal Number)를 대신하고 있다. 미국은 원칙적으로 개인신분번호가 없고 사회보장번호(SSN: Social Security Number)가 있을 뿐이며, 스페인이 우리 주민등록증과 유사한 국가신분증(DNI: Documento Nacional de Identidad) 제도를, 스웨덴만이 우리와 유사하게 개인식별번호(PIN; Personal Identify Number)제도를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 일부학자들이 스웨덴의 개인식별번호 제도를 도입하여 주민등록번호와 분리사용하는 개선안을 내놓고 있다. 이는 종래 주민등록에 포함된 개인의 연령, 성별 및 출생지 등을 알 수 없도록 무작위 번호를, 번호체계의 내용 및 조합의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고 하고 있으나, 이미 주민등록제도를 통해 노출돼 버린 개인정보의 보호책이 없이 다른 제도의 도입이 된다한들 또 다른 제2의 고유번호를 통한 개인의 정보만 노출돼 피해만 가중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한국의 개인정보보호의 강국이기를 기대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인정보보호를 향한 입법정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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