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DT 시론] 기술ㆍ철학의 격전장,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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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애플의 아이폰이 세계적 돌풍을 일으켰고, 구글 안드로이드 폰이 격돌하고 있다. 이 와중에 어느 스마트폰을 사야할 지 즐거운 고민이다. 과연 누가 궁극적 승자가 될까? 우리나라 스마트폰 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하지 못한 이유를 아이폰이 한꺼번에 해결했다. 앱스토어를 통해 응용소프트웨어가 대량 공급되고 정액제로 사용료가 줄었으며, 작은 화면의 한계를 극복하는 인터페이스를 구현했기 때문이다. 이런 종합적 문제 해결의 안목이 우리 IT인에게 더욱 절실함을 실감한다.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은 기술의 싸움만큼 철학의 싸움이다. 한 기업이 하드웨어와 OS를 통합 개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가, 아니면 분리하여 각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더 큰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의 철학의 싸움이다.

이와 같은 철학의 충돌은 처음이 아니다. 먼저 생각나는 것은 80년대초 PC시장에서의 애플의 경험이다. PC시장은 애플이 먼저 개척하였다. 그 당시도 애플은 하드웨어와 OS를 통합한 제품으로 기술에 앞서 나갔다. 그러나 MS DOS를 채택한 열린PC의 추격이 시장의 표준이 되어 버렸다. 메인프래임의 절대강자 IBM이 UNIX 서버에게 시장을 내주었던 교훈도 참고가 된다. 이 경험을 유추하여 스마트 폰 시장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까?

올 상반기 미국시장 실적으로 안드로이트폰이 28%를 점유하여 21%를 차지한 애플 아이폰을 능가한 것은 이런 예측의 신빙성을 높혀준다. 시대에 따라 지식은 바뀌어도 지혜는 더 오래 간직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미래는 과거의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무엇이 과거와 다른가?


지금의 스마트폰은 PC와 연계되어야 한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PC에 입력한 주소와 일정 정보를 스마폰에서 동일하게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전신인 PDA의 선발주자였던 팜이 웹과의 통합을 제공하지 못해 스마트폰에게 그 자리를 내 준 것이 통합의 중요성을 말해 준다.
통합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애플의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OS는 PC시장으로 전선을 확장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역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 들었지만 올해의 실적은 오히려 7.9% 수준으로 감소한 추세이다. 웹2.0개념의 참여형 앱스토어를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백과사전의 절대강자 브리타니카도 위키피디어와 같은 웹2.0의 열린 지식 공급체계에 무릎을 꿇고 문을 닫은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 경쟁구도에서 우리 기업이 주도할 미래가 남아있는 것인가?

한글학회의 학자 김선기 선생은 어느 날 단어를 만들어야 새로운 개념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나의 어리석음을 훈계하셨다. 예를 들어서 `원자'라는 개념과 `탄'이란 개념을 합친 `원자탄'을 정의하면 새로운 가치와 필요한 기술을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조용히 고객이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여 새로운 개념의 단어를 정의하는 것이다. 소니의 워크맨을 돌이켜 본다. 걸으면서 오디오시스템 수준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워크맨'이란 개념이 정의되면 필요한 기술이 정의된다. 물론 모든 시도가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창의적 도전이 미래의 혁신을 이루어 낼 수 있다.

PC와 스마트폰의 OS가 통합되는 시대에 고객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하나의 단말기로 이 두 가지의 목적을 달성하는 `PC폰'이 아닐까? 휴대가능하며, 화면을 확장할 수 있어 PC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이 PC폰의 개념이다. 이런 제품을 설계하여 열린 OS와 웹2.0 개념으로 개발하는 과정에 많은 중간제품도 파생될 수 있을 것이다.

PC폰은 구현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모든 문제를 해결한 설계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꿈을 향한 도전에서 우리들에게 많은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 진정한 수요가 존재한다면 남들이 안되다고 할 때, 그때에 기회가 있다. 외숙부께서 살아계셨다면 더 좋은 이름을 지어 주셨을텐데 그 분의 지혜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