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체계 경쟁ㆍ성과 중심 '대수술'
민간 전문가 주도 '전략기획단' 선도기술 과제 발굴
7년간 총 3조원 투입… 중간평가ㆍ예산 관리 철저히
자원은 없고 사람만 있는 나라. 그래서 인재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나라. 인재들이 모여 창의적인 혁신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나라. 국가의 전략적 R&D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나라. 대한민국입니다.
국민소득 4만달러, 진정한 선진국 진입을 위해선 정부의 전략적 R&D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지만, 그동안 정부 R&D는 `나눠주기식', `눈먼돈', `시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최근 이같은 정부 R&D 관행에 날카로운 매스를 가해 수술을 시작했습니다. 수술을 먼저 자청한 건 산업기술 R&D를 맡고 있고, 약 4조4000억원의 R&D 예산을 집행하는 지식경제부입니다. 지경부는 지난 3월 민간 주도형, 철저한 경쟁시스템, 사업화 성과 등을 특징으로 하는 `지식경제 R&D 혁신전략'을 내놓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R&D 전략기획단을 만들어 장관급인 단장에 황창규 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을 임명했습니다. 국가 부 창출과 직접 연관을 맺고 있는 산업기술 정부 R&D에 대수술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지식경제 R&D 수술 왜?=정부의 R&D 투자는 지난 1999년 3조7000억원 규모에서 2009년 13조7000억원 규모로 10년 사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세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수출품목 수는 2000년 87개에서 2007년 53개로 줄어들었습니다. 정부가 R&D에 매해 막대한 국민세금을 쏟아 붓고 있지만, 정작 산업과 국가경제에 보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왜 그럴까요. 지경부가 유력 컨설팅 전문업체와 산학연 전문가들을 통해 문제점을 분석했더니, 정부 R&D 투자가 시장과 연계되지 못한 것이 많았고 논문이나 특허 등을 과제 평가수단으로 하다보니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R&D 과제 기획이 전략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예산을 쪼개 여기저기 나눠주는 식이다 보니 `선택과 집중'이 안됐고, 과거 메모리반도체나 CDMA 등 대형 국책과제에 집중해 성공한 사례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R&D과제 수행시 경쟁체제가 없고, 평가에도 온정주의가 만연해 기술개발의 질 자체가 크게 떨어졌다는 문제점도 지적됐습니다. 한마디로 시장의 기업 R&D 따로, 정부 R&D 따로 놀았다는 것이죠.
◇어떻게 달라지나=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경부는 정부 R&D체계를 마치 민간 기업 R&D 체계처럼 전환해 경쟁개념을 도입하고, 성과를 냈을 때는 인센티브를 주는 등 과감하게 혁신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지식경제 전체 R&D 투자의 방향을 설정하고 집중할 대형 국책과제를 발굴하는 역할을 담당할 민간주도의 `전략기획단'을 신설, 민간의 시장과 기술 분야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키로 했습니다. 주력기간산업, 에너지, 융합신산업, 부품소재 등 5개 분야에 각각 민간 전문가인 MD(Managing Director)를 선정중이며, 조만간 선출될 예정입니다. 전략기획단을 중심으로 향후 국가를 먹여 살릴 10대 융합신산업 선도기술개발 과제를 발굴하고 7년간 민관 합동으로 총 3조원을 투입키로 했습니다. 즉 쪼개 나눠주기식은 지양하고, 될성부른 산업기술 분야에 정부 R&D 예산을 집중 투자하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 4세대 이동통신, 한국형 원전, 태양전지,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스마트그리드 등 각 분야에 5∼7년간 3000억원 예산을 투입하는 것입니다. 과제 선정은 기획단계에서 5배수 정도로 후보를 정하고, 초기개발단계에선 2배수로 압축하며, 본 개발시 최종 선정하는 경쟁방식을 적용합니다. 과제 경쟁에는 개별 기업이 참가하는 게 아니라 산학연관의 최고 전문가 드림팀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유도됩니다. 기술인력을 많이 두고 있는 대기업과 대형 국책연구소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중소ㆍ중견 기업에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20대 핵심 부품소재 개발과제를 발굴해 역할을 맡길 것이라고 지경부는 설명했습니다. 느슨했던 과제 평가는 성과위주로 대폭 강화됩니다. 평가위원들은 철저하게 정부 R&D 관련한 업무 이력이 관리되고, 부적격 평가위원은 그 즉시 퇴출됩니다. 과제도 중간 평가를 실시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조기에 탈락시키고, 더 빨리 과제에 성공하면 예산절감액만큼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소중한 국민세금으로 이뤄진 R&D예산 관리도 철저해져 연구비 실시간 관리시스템을 통해 투명하게 쓰이도록 감시됩니다.
김승룡기자 srkim@
7년간 총 3조원 투입… 중간평가ㆍ예산 관리 철저히
자원은 없고 사람만 있는 나라. 그래서 인재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나라. 인재들이 모여 창의적인 혁신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나라. 국가의 전략적 R&D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나라. 대한민국입니다.
국민소득 4만달러, 진정한 선진국 진입을 위해선 정부의 전략적 R&D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지만, 그동안 정부 R&D는 `나눠주기식', `눈먼돈', `시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최근 이같은 정부 R&D 관행에 날카로운 매스를 가해 수술을 시작했습니다. 수술을 먼저 자청한 건 산업기술 R&D를 맡고 있고, 약 4조4000억원의 R&D 예산을 집행하는 지식경제부입니다. 지경부는 지난 3월 민간 주도형, 철저한 경쟁시스템, 사업화 성과 등을 특징으로 하는 `지식경제 R&D 혁신전략'을 내놓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R&D 전략기획단을 만들어 장관급인 단장에 황창규 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을 임명했습니다. 국가 부 창출과 직접 연관을 맺고 있는 산업기술 정부 R&D에 대수술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지식경제 R&D 수술 왜?=정부의 R&D 투자는 지난 1999년 3조7000억원 규모에서 2009년 13조7000억원 규모로 10년 사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세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수출품목 수는 2000년 87개에서 2007년 53개로 줄어들었습니다. 정부가 R&D에 매해 막대한 국민세금을 쏟아 붓고 있지만, 정작 산업과 국가경제에 보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왜 그럴까요. 지경부가 유력 컨설팅 전문업체와 산학연 전문가들을 통해 문제점을 분석했더니, 정부 R&D 투자가 시장과 연계되지 못한 것이 많았고 논문이나 특허 등을 과제 평가수단으로 하다보니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R&D 과제 기획이 전략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예산을 쪼개 여기저기 나눠주는 식이다 보니 `선택과 집중'이 안됐고, 과거 메모리반도체나 CDMA 등 대형 국책과제에 집중해 성공한 사례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R&D과제 수행시 경쟁체제가 없고, 평가에도 온정주의가 만연해 기술개발의 질 자체가 크게 떨어졌다는 문제점도 지적됐습니다. 한마디로 시장의 기업 R&D 따로, 정부 R&D 따로 놀았다는 것이죠.
◇어떻게 달라지나=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경부는 정부 R&D체계를 마치 민간 기업 R&D 체계처럼 전환해 경쟁개념을 도입하고, 성과를 냈을 때는 인센티브를 주는 등 과감하게 혁신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지식경제 전체 R&D 투자의 방향을 설정하고 집중할 대형 국책과제를 발굴하는 역할을 담당할 민간주도의 `전략기획단'을 신설, 민간의 시장과 기술 분야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키로 했습니다. 주력기간산업, 에너지, 융합신산업, 부품소재 등 5개 분야에 각각 민간 전문가인 MD(Managing Director)를 선정중이며, 조만간 선출될 예정입니다. 전략기획단을 중심으로 향후 국가를 먹여 살릴 10대 융합신산업 선도기술개발 과제를 발굴하고 7년간 민관 합동으로 총 3조원을 투입키로 했습니다. 즉 쪼개 나눠주기식은 지양하고, 될성부른 산업기술 분야에 정부 R&D 예산을 집중 투자하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 4세대 이동통신, 한국형 원전, 태양전지,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스마트그리드 등 각 분야에 5∼7년간 3000억원 예산을 투입하는 것입니다. 과제 선정은 기획단계에서 5배수 정도로 후보를 정하고, 초기개발단계에선 2배수로 압축하며, 본 개발시 최종 선정하는 경쟁방식을 적용합니다. 과제 경쟁에는 개별 기업이 참가하는 게 아니라 산학연관의 최고 전문가 드림팀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유도됩니다. 기술인력을 많이 두고 있는 대기업과 대형 국책연구소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중소ㆍ중견 기업에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20대 핵심 부품소재 개발과제를 발굴해 역할을 맡길 것이라고 지경부는 설명했습니다. 느슨했던 과제 평가는 성과위주로 대폭 강화됩니다. 평가위원들은 철저하게 정부 R&D 관련한 업무 이력이 관리되고, 부적격 평가위원은 그 즉시 퇴출됩니다. 과제도 중간 평가를 실시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조기에 탈락시키고, 더 빨리 과제에 성공하면 예산절감액만큼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소중한 국민세금으로 이뤄진 R&D예산 관리도 철저해져 연구비 실시간 관리시스템을 통해 투명하게 쓰이도록 감시됩니다.
김승룡기자 sr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