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심성 요금인하 공약 더 이상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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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4-2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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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다시 통신요금 인하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때만 되면 반복되는 이런 압박이 모처럼 자리잡아가고 있는 사업자간 자율적 요금인하 경쟁 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우려가된다.

그간 통신업계는 자발적 요금인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게 사실이다. 1%의 요금인하가 곧 그에 상응하는 수익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스스로 요금을 인하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탓이다. 특히 `대규모 네트워크 투자→내수시장활성화→단말ㆍ장비 등 연관산업 경쟁력 강화→글로벌시장 주도'로 이어지는 IT산업의 선순환고리 창출의 한가운데서, 정부의 인프라 투자압박도 만만치 않았다. 수익의 상당부분을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에 할애해야하는 통신산업의 특성상, 수익감소를 감내하는 요금인하에 인색할 수밖에 없었던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과거 규제기관이었던 정보통신부나 지금의 방송통신위원회도 투자와 요금인하를 놓고 적정선을 찾기 위한 저울질은 마찬가지다. 통신사업자들의 차세대 투자분과 소비자들의 요금인하, 사업자 경쟁력 유지를 위해 수익을 보존해 줘야 했던 만큼, 결국 정치권과 소비자단체들의 요금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다행스럽게 최근 통신시장은 시장경쟁을 통한 자율적 요금인하 분위기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3사 모두 가진 것을 상당부분 버리더라도 새로운 융합시장에서 주도권을 찾겠다는 전략을 펴면서 요금경쟁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요금을 1초당 부과하는 초당요금제, 무선인터넷요금을 파격적으로 할인하는 정액제, 와이파이망 확대를 통한 무선인터넷요금 절감, 유무선ㆍ방송통신융합서비스를 묶은 요금할인상품, 유무선통합(FMC)ㆍ유무선대체(FMS)상품을 통한 소비자선택권 확대 등 실질적 요금인하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경쟁이 시장경쟁을 통해 발현되고 있다.

정치권의 선거공약처럼 기본료를 폐지하고, 요금을 지금보다 몇% 인하하는 것이 가장 눈에 띄는 효과처럼 보일지 모르나, 이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한계가 있다. 기본요금을 인하하면 초당 혹은 10초당 요금은 당연히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일괄적인 몇% 요금인하는 사업자들의 요금인하여력을 축소시켜 다양한 형태의 할인상품 출시를 억제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통신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특히 애플 `아이폰 쇼크'는 지금 통신서비스뿐 만 아니라 단말업체를 포함한 전체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산업전반에 R&D를 강화함으로써 잠시 한발 뒤진 모바일 경쟁력을 회복해야한다.

정치권은 당장 표를 얻을 수 있는 선심성 공약을 버리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야한다. 사업자 경쟁력이 높아져야 국가적 인프라 투자도 가능하며, 궁극적으로 소비자 혜택도 유지될 수 있다. 정부가 강제한 정책 때문에 과거 화려한 명성을 뒤로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의 예는 허다하다.

더 이상 선거전에서 표를 의식한 요금인하 공약은 남발되어서는 안 된다. 통신시장에 대해 보다 애정을 갖고 접근하고, 과학적으로 시장을 분석해 봐야한다. 지금 글로벌 통신시장에서 우리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 어떤 것인지, 정치권은 좀더 치열하게 고민해 주길 바란다.

가까스로 시장에 뿌리내리고 있는 자율적 요금인하 경쟁에 찬물을 끼얹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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