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세상] 계층적 수직구조가 IT발전 막는다

임 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통신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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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4-20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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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세상] 계층적 수직구조가 IT발전 막는다
정부는 올 초에 `무선 IT 강국 도약을 위한 비전'을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은 무선인터넷시장 활성화에 적합한 요금제 도입과 무선 벤처기업에 대한 펀드ㆍ기금 지원이다. 모바일 벤처기업 지원의 경우, KTㆍSK텔레콤ㆍLG텔레콤 등 통신 3사가 IT분야 투자를 전제로 결성한 코리아IT펀드(KIF)와 주파수 할당대가를 종자돈으로 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무선인터넷산업 관련 벤처기업 지원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이러한 정부의 정책이 모바일 IT 생태계의 경쟁력, 특히 모바일 SW 플랫폼이나 모바일 콘텐츠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본 글에서는 해외사례를 통해 정부가 발표한 무선인터넷산업 육성 정책에 추가 또는 보완되었으면 하는 점들을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일본의 이동통신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먼저 높은 수준의 휴대폰과 이동통신서비스를 자국 내 소비자에게 제공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2004~2005년에 림(RIM)사의 블랙베리를 통해 제공된 모바일 이메일 서비스가 일본의 경우에는 1999년에 이미 도입되었다. 또한 같은 해에 NTT도코모가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인 아이모드(i-mode)를 개시하여 10만 이상의 CP가 게임, 모바일 금융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모바일 생태계가 창출되었다.2001년에는 이러한 서비스들이 3G 네트워크에 의해 강화되었으며 2004년부터는 모바일 지불이 가능해지고 2005년에는 모바일 TV서비스가 개시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모바일 서비스 시장의 활성화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휴대폰산업은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을 잘라파고스(일본과 갈라파고스의 합성어) 또는 갈라파고스 증후군이라고 한다.

로버트 듀재릭과 앤드레이 해규(Robert Dujarric and Andrei Hagiu)는 최근 한 논문에서 잘라파고스 현상을 산업 구조적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일본 이동통신산업의 경우, 생태계의 상층부에 리더인 통신사업자가 존재하고 다른 플레이어들인 휴대폰 제조업체와 모바일 콘텐츠 제공업체 등은 통신사업자와 종속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종속 구조에 통신사업자의 국내 지향적 성향이 더해지게 되면 다른 플레이어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제약하게 된다는 것이다. 두 학자는 일본의 산업 구조적 측면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계층적 수직구조를 깰 수 있는 보다 강력한 규제를 주장하였다.

일본 사례를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것은 다소 한계가 있을 수 있으나 두 학자의 관점 자체는 참고할 만하다. 과연 우리나라 무선인터넷 생태계가 스마트폰에서 핵심이 되는 모바일 SW 플랫폼이나 모바일 콘텐츠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는 지를 산업 구조적 측면에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산업 구조적 요인 이외에 `무선 IT 강국 도약을 위한 비전'과 관련하여 검토해보아야 할 또 다른 사항 가운데 하나는 벤처기업 지원에 관한 것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의 조쉬 러너(Josh Lerner) 교수는 최근 한 저서에서 세계 여러 국가의 벤처 육성정책에 대한 사례 연구를 통해 실패 원인을 분석하였는데, 그의 연구 결과 가운데 하나는 해외 벤처 캐피털의 유치와 같은 글로벌 연계성 없이 고립적으로 벤처기업 또는 벤처 캐피털 산업을 육성하려는 시도는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해외 벤처 캐피털의 국내 유치가 단순히 자금의 국내 유입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 선진 비즈니스 모델의 도입이나 해외 마케팅 채널 구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 무선벤처 기업 지원 정책의 경우에도 글로벌 연계를 통해 성공한 이스라엘 사례를 참고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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