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이기주의 버리고 신성장동력 창출 힘모아야
■ 긴급진단- 논의 불지핀 IT통합부처
(상) 큰 틀에서 논의 시작할 때
김형오 국회의장의 IT 정부부처 통합선언이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IT 업계 전반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 의장이 여당은 물론 국회 전체를 대표하는 최고 정치수장으로서, 또 의장이 되기 전까지 줄곧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등 IT전문가라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장의 발언이 개인적인 소신발언에 그치지 않고, 국회뿐만 아니라 해당 정부부처, 이해관계에 있는 기업들간에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는 첫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총 3회에 걸쳐 `IT 통합부처, 개편논의 서두르자'시리즈를 통해 정통부 해체에 따른 IT 업계의 2년의 명암을 진단하고, IT 부처 개편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특히, IT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IT 생태계 회복과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방법론을 도모하고자 한다.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A사. 애플의 앱스토어에 게임물을 등록하는 등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 업체 사장은 요즘 손발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정부부처를 상대해야 한다.
이전까지는 모바일 게임 수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인인증서 정책과 서비스업체와의 수익배분비율 산정 문제로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를 문턱이 달도록 들락거렸고, 최근에는 게임물 등급제 완화 정책과 관련해 문화부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 물론 IT 산업진흥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지식경제부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IT 업계의 먹이사슬에서 최 밑단에 위치한 모바일 벤처업체들의 한 단면이다. 모바일 벤처기업들뿐만 아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삼성, LG전자 등 제조업체와 연간 20조원대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KT를 비롯해 SK텔레콤, LG텔레콤 등 IT 생태계에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시장활성화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을 위해 최소 3개 이상의 부처와 상대해야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IT 생태계의 최고 중심에 있는 통신서비스업체나, 휴대폰 업체들은 똑같은 주제를 가지고 하루는 지경부에서, 또 하루는 방통위로 품을 팔러 다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부처간 이해가 엇갈려 정책중복, 투자재원을 둘러싼 갈등이라도 연출되면, 해당 업체들로서는 바짝 엎드려 부처간 헤게모니 싸움을 지켜봐야 한다.
IT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왔던 정보통신부가 연구개발과 진흥, SW(지경부), 방송통신 서비스(방통위), 콘텐츠(문화부), 전자정부(행안부) 등으로 사분오열 된지 2년, IT업계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상의 단면들이다. IT 기능분화에 따르는 불편은 고스란히 사업자들의 몫이 됐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불편이 신성장동력의 부재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부처간 갈등과 정책충돌로 서비스-제조, 연구개발-콘텐츠 산업정책이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굴러가지 못하다 보니 모바일 산업 등 글로벌 트렌드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한국의 IT경쟁력은 매년 추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통신서비스, 콘텐츠, SW 등 IT 생태계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들이 `IT 부처통합'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게 IT 업계의 주문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측은 "IT진흥을 위해서는 일관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면서 "지금과 같이 정책들이 분산된 환경에서는 하나의 목적을 위한 정책집행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통신서비스를 비롯해 IT 생태계가 서비스, 제조, SW를 따로 떼어놓고는 생존하기 힘든 구조아래 정부 차원에서도 IT 생태계 복원을 위한 큰 결단을 내려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KT 이석채 회장은 이미 지난해 "합의제 기관인 방통위가 통신정책을 담당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정통부 해체가 잘못됐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모바일 벤처업계를 대표하는 한국무선인터넷산업협회 김경선 회장도 "늦은감이 있지만, 2년여동안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이제는 보다 진일보한 형태의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총괄 컨트롤타워에서 서비스-단말기-솔루션 업체들이 하나의 정책적인 목적을 가지고 시너지가 가능했다면, 지금은 업체들이 서로 다른 기능, 서로 다른 목적으로 분산된 부처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IT 업계는 이제 IT부처 통합의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방통위와 지경부, 문화부가 부처간 기득권을 넘어서 대국적인 견지에서 새로운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이미 공개석상에서 "정통부 해체는 잘못된 것으로 본다"고 평가하고 점진적인 정부 조직개편 필요성을 역설한바 있다.
그러나 지경부, 문화부 등 나머지 업체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특히 지식경제부는 IT통합부처 신설론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꺼리면서도 통합부처 논의자체가 또 다른 혼선과 갈등만을 부추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비공식 입장을 전제로 "IT융합은 어느 부처에서나 일어나는 현상이고, IT통합부처를 만드는 것은 또 다른 갈등을 부를 것"이라며 "(부처간) 업무조정은 같은 장관급 레벨에서 하는 게 아니라 한 위 레벨인 청와대나 국무총리실에서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를 합쳐봐야 또 다른 규제를 낳을 것이고, 이는 결국 산업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최경섭기자ㆍ김승룡기자 kschoi@ㆍsrkim@
(상) 큰 틀에서 논의 시작할 때
김형오 국회의장의 IT 정부부처 통합선언이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IT 업계 전반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 의장이 여당은 물론 국회 전체를 대표하는 최고 정치수장으로서, 또 의장이 되기 전까지 줄곧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등 IT전문가라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장의 발언이 개인적인 소신발언에 그치지 않고, 국회뿐만 아니라 해당 정부부처, 이해관계에 있는 기업들간에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는 첫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총 3회에 걸쳐 `IT 통합부처, 개편논의 서두르자'시리즈를 통해 정통부 해체에 따른 IT 업계의 2년의 명암을 진단하고, IT 부처 개편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특히, IT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IT 생태계 회복과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방법론을 도모하고자 한다.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A사. 애플의 앱스토어에 게임물을 등록하는 등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 업체 사장은 요즘 손발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정부부처를 상대해야 한다.
이전까지는 모바일 게임 수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인인증서 정책과 서비스업체와의 수익배분비율 산정 문제로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를 문턱이 달도록 들락거렸고, 최근에는 게임물 등급제 완화 정책과 관련해 문화부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 물론 IT 산업진흥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지식경제부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IT 업계의 먹이사슬에서 최 밑단에 위치한 모바일 벤처업체들의 한 단면이다. 모바일 벤처기업들뿐만 아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삼성, LG전자 등 제조업체와 연간 20조원대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KT를 비롯해 SK텔레콤, LG텔레콤 등 IT 생태계에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시장활성화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을 위해 최소 3개 이상의 부처와 상대해야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IT 생태계의 최고 중심에 있는 통신서비스업체나, 휴대폰 업체들은 똑같은 주제를 가지고 하루는 지경부에서, 또 하루는 방통위로 품을 팔러 다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부처간 이해가 엇갈려 정책중복, 투자재원을 둘러싼 갈등이라도 연출되면, 해당 업체들로서는 바짝 엎드려 부처간 헤게모니 싸움을 지켜봐야 한다.
IT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왔던 정보통신부가 연구개발과 진흥, SW(지경부), 방송통신 서비스(방통위), 콘텐츠(문화부), 전자정부(행안부) 등으로 사분오열 된지 2년, IT업계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상의 단면들이다. IT 기능분화에 따르는 불편은 고스란히 사업자들의 몫이 됐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불편이 신성장동력의 부재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부처간 갈등과 정책충돌로 서비스-제조, 연구개발-콘텐츠 산업정책이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굴러가지 못하다 보니 모바일 산업 등 글로벌 트렌드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한국의 IT경쟁력은 매년 추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통신서비스, 콘텐츠, SW 등 IT 생태계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들이 `IT 부처통합'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게 IT 업계의 주문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측은 "IT진흥을 위해서는 일관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면서 "지금과 같이 정책들이 분산된 환경에서는 하나의 목적을 위한 정책집행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통신서비스를 비롯해 IT 생태계가 서비스, 제조, SW를 따로 떼어놓고는 생존하기 힘든 구조아래 정부 차원에서도 IT 생태계 복원을 위한 큰 결단을 내려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KT 이석채 회장은 이미 지난해 "합의제 기관인 방통위가 통신정책을 담당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정통부 해체가 잘못됐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모바일 벤처업계를 대표하는 한국무선인터넷산업협회 김경선 회장도 "늦은감이 있지만, 2년여동안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이제는 보다 진일보한 형태의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총괄 컨트롤타워에서 서비스-단말기-솔루션 업체들이 하나의 정책적인 목적을 가지고 시너지가 가능했다면, 지금은 업체들이 서로 다른 기능, 서로 다른 목적으로 분산된 부처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IT 업계는 이제 IT부처 통합의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방통위와 지경부, 문화부가 부처간 기득권을 넘어서 대국적인 견지에서 새로운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이미 공개석상에서 "정통부 해체는 잘못된 것으로 본다"고 평가하고 점진적인 정부 조직개편 필요성을 역설한바 있다.
그러나 지경부, 문화부 등 나머지 업체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특히 지식경제부는 IT통합부처 신설론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꺼리면서도 통합부처 논의자체가 또 다른 혼선과 갈등만을 부추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비공식 입장을 전제로 "IT융합은 어느 부처에서나 일어나는 현상이고, IT통합부처를 만드는 것은 또 다른 갈등을 부를 것"이라며 "(부처간) 업무조정은 같은 장관급 레벨에서 하는 게 아니라 한 위 레벨인 청와대나 국무총리실에서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를 합쳐봐야 또 다른 규제를 낳을 것이고, 이는 결국 산업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최경섭기자ㆍ김승룡기자 kschoi@ㆍsr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