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자율기구 통해 스스로 책임질수 있는 분위기 만들어가야
■ WEEKEND & 게임라이프 - [주목! 핫이슈] `게임규제` 논쟁
스마트폰 등 급격히 변화하는 게임 환경이 국내 규제관련 실정법들과 잇따라 갈등을 빚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최근 구글이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의 심의 요청에 반발해 안드로이드마켓의 '게임 카테고리' 를 5월 이내에 차단하기로 하면서 게임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업계와 일부 모바일 이용자들은 정부 주도의 사전심의 등 게임관련 규제들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정부의 경직성을 꼬집고 있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와 학부모단체 등은 게임중독과 모방범죄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왜 좀 더 강력한 규제를 마련하지 않느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가 게임문제에 대해 모든 것을 떠 안고 가려다보니 생기는 문제라며, 자율심의 등 역할 분산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시대 흐름 읽는 게임규제 필요=국내 게임규제는 미국ㆍ일본 등 게임산업이 일찍 발달한 나라들에 비해 독특한 역사를 지녔다. 1990년대 후반 국가차원의 IT산업 발전 정책으로 초고속 통신망 등이 짧은 시간 내에 비약적으로 발전하자 이를 인프라로 활용한 게임산업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한편으로는 바다이야기 사태와 같은 부작용을 낳았다.
국내 게임산업의 역사가 짧고 튼실한 기업이 없었던 당시 환경상 게임회사가 언제 생겼다가 사라질지 모르는 불안한 환경에서 게임이 주요산업으로 떠오르다보니, 정부가 전면에 나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정부가 게임 심의와 규제에 대한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국가는 전 세계를 통해 한국과 독일, 호주 정도다.
하지만 최근 게임을 둘러싼 기술적ㆍ사회적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더 이상 정부 혼자 힘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시대가 왔다. 애플과 구글의 게임 오픈마켓 철수 논란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오픈마켓은 이용자가 곧 개발자가 되며, 국내/국외 시장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기존 심의는 `국내'의 `개발자'만을 대상으로 했기에, 게임위의 20여명 인력만으로는 오픈마켓에서 대량의 이용자 겸 개발자들이 실시간으로 올리는 게임을 일일이 심의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도 하다. 결국 게임위는 애플 구글 등과 접점을 찾지 못하고 금지하는 쪽으로 기울었고, 시대 환경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게임 및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최근 일련의 국회토론회 등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들이 게임중독 예방대책으로 셧다운제, 폭력성 게임 전면금지, 게임심의 세분화 등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데, 이 주장 역시 결국은 구글 문제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게임업계가 정부의 심의를 `방패막'처럼 여겨 기대고 있다 보니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발전시킬 기회를 가지지 못해왔다는 진단이다. 업계는 최근에야 자율심의안을 정부에 제출하고 `게임문화재단'을 추진하는 등 자구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게임규제 기능 분산이 해법=전문가들은 정부가 이제껏 행사해 오던 게임규제에 대한 권한을 업계쪽으로 서서히 넘겨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것만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지적한다. 현재 게임위는 연구와 정책 가이드라인만을 담당하도록 특화시켜야한다. 소수의 인원이 전적으로 게임 심의에만 매달려 있는 현재의 게임위 구조는 판단을 더디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게임산업의 역사가 20여년 앞서 있는 미국과 일본, 유럽은 각각 업계자율 기구가 내용심의와 등급분류 등 현재 우리나라의 게임위가 하고 있는 역할을 거의 동일하게 수행한다. 미국의 민간자율기구인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등급위원회(ESRB)는 자체 심의 규정을 위반한 업체에 대해 재포장 또는 해당 게임의 리콜 등의 조치를 취하고, 거의 모든 업계가 이를 자율적으로 따른다. 애플 역시 이 기구에 속해 있어 이 기구가 아이폰에 대한 심의 규정을 정할 경우, 애플 측도 무시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많다.
유럽의 자율기구인 범유럽게임정보(PEGI) 역시 라이센스 박탈 및 1000만∼2500만유로의 과징금 등의 재제 권한을 가졌다. 이들은 변화하는 게임 플랫폼과 심의 방안 등을 연구하며, 최근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아이폰 앱스토어'게임을 어떻게 심의할 지가 쟁점이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게임산업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게임법)은 자율심의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하루 빨리 자율규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현재 사회적으로 게임업계에 대한 신뢰가 쌓이지 않은 상황임을 인정한다"며 "작은 자율권부터라도 단계적으로 신뢰를 쌓아갈 기회를 게임업계에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게임위 관계자는 "현재 자율규제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다만 2008년 비슷한 쟁점이 있었을 때는 당사자들이 생산적 논의를 하지 않다가, 해외마켓이 들어오자 뒤늦게 논의의 장이 열리는 건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spark@
스마트폰 등 급격히 변화하는 게임 환경이 국내 규제관련 실정법들과 잇따라 갈등을 빚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최근 구글이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의 심의 요청에 반발해 안드로이드마켓의 '게임 카테고리' 를 5월 이내에 차단하기로 하면서 게임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업계와 일부 모바일 이용자들은 정부 주도의 사전심의 등 게임관련 규제들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정부의 경직성을 꼬집고 있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와 학부모단체 등은 게임중독과 모방범죄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왜 좀 더 강력한 규제를 마련하지 않느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가 게임문제에 대해 모든 것을 떠 안고 가려다보니 생기는 문제라며, 자율심의 등 역할 분산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시대 흐름 읽는 게임규제 필요=국내 게임규제는 미국ㆍ일본 등 게임산업이 일찍 발달한 나라들에 비해 독특한 역사를 지녔다. 1990년대 후반 국가차원의 IT산업 발전 정책으로 초고속 통신망 등이 짧은 시간 내에 비약적으로 발전하자 이를 인프라로 활용한 게임산업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한편으로는 바다이야기 사태와 같은 부작용을 낳았다.
국내 게임산업의 역사가 짧고 튼실한 기업이 없었던 당시 환경상 게임회사가 언제 생겼다가 사라질지 모르는 불안한 환경에서 게임이 주요산업으로 떠오르다보니, 정부가 전면에 나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정부가 게임 심의와 규제에 대한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국가는 전 세계를 통해 한국과 독일, 호주 정도다.
하지만 최근 게임을 둘러싼 기술적ㆍ사회적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더 이상 정부 혼자 힘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시대가 왔다. 애플과 구글의 게임 오픈마켓 철수 논란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오픈마켓은 이용자가 곧 개발자가 되며, 국내/국외 시장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기존 심의는 `국내'의 `개발자'만을 대상으로 했기에, 게임위의 20여명 인력만으로는 오픈마켓에서 대량의 이용자 겸 개발자들이 실시간으로 올리는 게임을 일일이 심의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도 하다. 결국 게임위는 애플 구글 등과 접점을 찾지 못하고 금지하는 쪽으로 기울었고, 시대 환경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게임 및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최근 일련의 국회토론회 등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들이 게임중독 예방대책으로 셧다운제, 폭력성 게임 전면금지, 게임심의 세분화 등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데, 이 주장 역시 결국은 구글 문제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게임업계가 정부의 심의를 `방패막'처럼 여겨 기대고 있다 보니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발전시킬 기회를 가지지 못해왔다는 진단이다. 업계는 최근에야 자율심의안을 정부에 제출하고 `게임문화재단'을 추진하는 등 자구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게임규제 기능 분산이 해법=전문가들은 정부가 이제껏 행사해 오던 게임규제에 대한 권한을 업계쪽으로 서서히 넘겨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것만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지적한다. 현재 게임위는 연구와 정책 가이드라인만을 담당하도록 특화시켜야한다. 소수의 인원이 전적으로 게임 심의에만 매달려 있는 현재의 게임위 구조는 판단을 더디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게임산업의 역사가 20여년 앞서 있는 미국과 일본, 유럽은 각각 업계자율 기구가 내용심의와 등급분류 등 현재 우리나라의 게임위가 하고 있는 역할을 거의 동일하게 수행한다. 미국의 민간자율기구인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등급위원회(ESRB)는 자체 심의 규정을 위반한 업체에 대해 재포장 또는 해당 게임의 리콜 등의 조치를 취하고, 거의 모든 업계가 이를 자율적으로 따른다. 애플 역시 이 기구에 속해 있어 이 기구가 아이폰에 대한 심의 규정을 정할 경우, 애플 측도 무시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많다.
유럽의 자율기구인 범유럽게임정보(PEGI) 역시 라이센스 박탈 및 1000만∼2500만유로의 과징금 등의 재제 권한을 가졌다. 이들은 변화하는 게임 플랫폼과 심의 방안 등을 연구하며, 최근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아이폰 앱스토어'게임을 어떻게 심의할 지가 쟁점이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게임산업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게임법)은 자율심의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하루 빨리 자율규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현재 사회적으로 게임업계에 대한 신뢰가 쌓이지 않은 상황임을 인정한다"며 "작은 자율권부터라도 단계적으로 신뢰를 쌓아갈 기회를 게임업계에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게임위 관계자는 "현재 자율규제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다만 2008년 비슷한 쟁점이 있었을 때는 당사자들이 생산적 논의를 하지 않다가, 해외마켓이 들어오자 뒤늦게 논의의 장이 열리는 건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s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