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광장] `1등의 자만`이 위기 부른다

고경철 선문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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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3-1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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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잘 나가던 제조왕국 일본이 도요타 리콜사태로 그 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다. 이번 리콜사태를 불러온 도요타 가속페달 결함의 원인이 단순 브레이크 제어시스템에서 자동차 전자제어시스템(ECU) 오류 문제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대응조치를 보면, 이제는 한 회사의 흥망문제에서 미ㆍ일 외교 분쟁으로 번질 기세다. 일본 내부에서는 잃어버린 20년이 될 지도 모른다는 엄살도 있다.

"We need change.(우리는 변해야 합니다.)" 이 말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후보 당시 슬로건이다.

"나는 실패한 대통령이 되더라도, 대한민국 혁신의 전도사가 되겠다"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부혁신 의지를 잘 표현해 주는 문장이다. 변화와 혁신, 그리고 개혁은 무슨 의미를 닮고 있을까.

참여정부 당시 개혁의 로드맵을 만들 때 일이다. 다시 공무원들은 청와대 눈치를 보며, 여기저기 혁신 릴레이 운동의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그 때뿐, 정권이 바뀌고 윗사람 관심이 멀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현실에 안주해 버린다. 사실 혁신의 길은 개혁을 외치는 자기 자신도 개혁의 대상이 된다고 느껴지는 순간 적당히 타협해 버리기 쉬운, 참으로 가기 어려운 길이다.

당시 정부혁신을 외쳤던 당국자들, 참여정부의 비서진들은 현재 어떤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갈까. 그저 자기 살아갈 앞길에만 전전긍긍하며, 다시 권력을 잡기만을 노심초사 기다리지는 않을까.

개선과 개혁. 이 둘은 변화라는 측면에선 같지만, 동전 앞뒷면처럼 완전히 다르다. 속도 면에서 개선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개혁은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시간적 개념의 차이일까. 아니면 개선은 리모델링처럼 부분적 개량이고, 개혁은 재건축처럼 완전히 뜯어고치는 공간적 개념의 차이일까. 이 개념도 맞지만, 이번 도요타 사태를 보면서 새로운 개념의 차이를 발견했다.

도요타는 늘 세계 자동차 시장의 2위 그룹이었다. 1등에는 항상 제너럴모터스라는 훌륭한 목표가 있었다. 즉 가야 할 목표와 길이 뚜렷이 보였다. 도요타로선 1등을 이기기 위한 공정개선, 즉 `가이젠'(개선)에만 몰두하면 됐다. 그러나 2007년 GM을 누르고 1등의 지위에 오르게 된 순간 상황은 달라졌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도요타에게 이젠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가이카쿠'(개혁)가 요구된 것이다.

그렇다. 바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완전히 탈바꿈하는 도약에는 반드시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1등이라는 자만에 빠질 때 바로 위기와 파멸은 시작된다는 역사적 교훈은 로마, 영국, 미국 등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우리가 올린 성과에 세계가 놀라고, 일본이 부러워하고 있다. 우리의 국격이 한 단계 올라갔다고 정부는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겪는 시련을 통해 우리도 개혁에 실패하면, 언제나 위기가 다시 닥칠 수 있다는 걸 새겨야 한다. 진정 우리 정부는 개혁 의지가 있는가.

애플 아이폰 열풍과 대비되면서, 해마다 한 단계씩 떨어지는 IT강국 코리아의 산업경쟁력 저하, 우수인력의 이공계기피로 창조력을 잃어가는 대한민국 경쟁력이 우리사회가 처한 절실한 상황이다. 일선 부처의 혁신의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대기업 위주의 녹색성장 정책 현실 속에서, G20에 들어갔다고 들떠 변화를 도외시하고 현재에 안주하는 자만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히 돌아 볼 때다. 과연 우리는 변화 의지가 있는가. 구성원 모두가 창의적 역량을 집중할 때, 그 조직은 막강한 경쟁력을 갖는다. 리더 그룹이 폐쇄적이고 혈관이 막힌 환자처럼 현실에 안주할 때, 그 시스템은 서서히 병들어간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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