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과정 막대한 종이문서 요구… 연간 100억대 낭비
저탄소 녹색성장이 국가의 주요 정책과제로 채택되고 그린IT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정작 정부와 공공기관의 정보화 사업 추진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종이문서가 소모되고 있어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정부 공공기관이 정보화사업 입찰시 종이책자형 입찰제안서를 요구해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7일 정부기관과 관련기업에 따르면, 정부 공공기관의 각종 정보화 프로젝트는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과정부터 막대한 양의 종이문서를 요구하고 있다.
공공기관 정보화 사업 입찰 참여기업은 통상 200~300페이지의 사업제안서를 적게는 10부에서 많게는 50부까지 제출한다. 별도로 제안 요약서와 발표자료, 제안서 별첨자료를 심사위원 수에 맞게 준비한다.
사업자 선정 후에도 종이문서 요구가 계속돼 통상 시스템 개발과 설치, 운영 매뉴얼이 종이문서로 제공되고, 개발보고서도 매달 종이문서로 제출된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보화 프로젝트의 사업제안서는 보관용을 포함해 많은 경우 50부까지 받고, 각종 보고서도 타 기관 배포까지 고려해 넉넉한 수량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 소프트웨어(SW) 기업 관계자는 "보통 4~5개 기업이 입찰에 참여하는데 사업제안서 등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참여기업들의 인쇄비용을 합치면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입찰 참여업체들에 따르면, 200페이지의 제안서 20부를 요구할 경우 흑백 프린트를 기준으로 A4용지와 토너비용을 합쳐 페이지당 60원씩, 24만원이 투입되고, 입찰 참가기업이 5개일 경우 총 120만원의 인쇄비가 소요된다.
공공기관의 정보화 사업 수를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렵지만, 지식경제부의 SW수요예보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패키지SW와 하드웨어 구매 건을 제외하고 시스템 구축 및 SW 개발 프로젝트수만 계산해도 3241건에 달한다. 이를 감안하면 연간 적어도 39억원이 사업제안서 인쇄에 들어가는 셈이다. 또 사업제안서에 사용되는 A4지가 대략 6500만장에 달하는데, 이를 만들기 위해 30년 이상 된 원목 6000그루 이상이 필요하다. 6000그루의 나무는 1년에 최대 60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또 보통 사업제안서보다 요약서, 발표자료, 제안서 별첨자료 등 부수적인 문서의 분량이 더 많은 것을 감안하면 입찰 제안 과정에 들어가는 인쇄비용은 1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그만큼 더 많은 나무가 필요하게 된다. 여기에 각종 매뉴얼과 보고서 등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공공기관이 요구하는 종이문서까지 포함하면 인쇄비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최근 이같은 문제점을 먼저 인식한 일부 공공기관은 개선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정보화기획단에서 발주하는 정보화 사업 일부를 대상으로 사업제안서를 종이문서에서 전자문서로 대체하기 위해 디지털 제안서 관리시스템을 시범적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정보화 사업과 관련한 인쇄비용이 연간 2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부터 정보화 사업을 위해 기업이 제출하는 종이문서를 최소화하고 이를 CD 등 전자적인 형태로 바꾸기로 했다.
우정사업본부 오광수 사무관은 "기업들이 제출하는 막대한 양의 종이문서가 그린IT 방침에 어긋난다고 판단해 일단 매뉴얼과 개발 보고서를 CD로 받기로 했으며, 사업제안서도 종이문서를 탈피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종이문서 사용과 관련해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고 있다. 많은 정보화 사업 담당자와 심사위원들이 익숙한 종이문서를 전자문서로 대체해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정보화 사업에서 종이문서 요구를 줄이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에 명시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특히 사업제안서의 경우 제안내용이 계약조건과 직접 관계돼 있어 기존의 방식을 바꾸는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며 "전자문서로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관련 고시 등에 이를 규정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보화 사업 관련 고시인 SW사업 관리감독에 관한 일반기준은 제안서 작성 시 유의사항으로 `제안서는 A4지를 사용하여 제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정보화 사업 관련 제출문서를 CD 등으로 대체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국가계약법 등 보다 큰 틀에서 이를 검토하는 것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식기자 dskang@
17일 정부기관과 관련기업에 따르면, 정부 공공기관의 각종 정보화 프로젝트는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과정부터 막대한 양의 종이문서를 요구하고 있다.
공공기관 정보화 사업 입찰 참여기업은 통상 200~300페이지의 사업제안서를 적게는 10부에서 많게는 50부까지 제출한다. 별도로 제안 요약서와 발표자료, 제안서 별첨자료를 심사위원 수에 맞게 준비한다.
사업자 선정 후에도 종이문서 요구가 계속돼 통상 시스템 개발과 설치, 운영 매뉴얼이 종이문서로 제공되고, 개발보고서도 매달 종이문서로 제출된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보화 프로젝트의 사업제안서는 보관용을 포함해 많은 경우 50부까지 받고, 각종 보고서도 타 기관 배포까지 고려해 넉넉한 수량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 소프트웨어(SW) 기업 관계자는 "보통 4~5개 기업이 입찰에 참여하는데 사업제안서 등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참여기업들의 인쇄비용을 합치면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입찰 참여업체들에 따르면, 200페이지의 제안서 20부를 요구할 경우 흑백 프린트를 기준으로 A4용지와 토너비용을 합쳐 페이지당 60원씩, 24만원이 투입되고, 입찰 참가기업이 5개일 경우 총 120만원의 인쇄비가 소요된다.
공공기관의 정보화 사업 수를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렵지만, 지식경제부의 SW수요예보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패키지SW와 하드웨어 구매 건을 제외하고 시스템 구축 및 SW 개발 프로젝트수만 계산해도 3241건에 달한다. 이를 감안하면 연간 적어도 39억원이 사업제안서 인쇄에 들어가는 셈이다. 또 사업제안서에 사용되는 A4지가 대략 6500만장에 달하는데, 이를 만들기 위해 30년 이상 된 원목 6000그루 이상이 필요하다. 6000그루의 나무는 1년에 최대 60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또 보통 사업제안서보다 요약서, 발표자료, 제안서 별첨자료 등 부수적인 문서의 분량이 더 많은 것을 감안하면 입찰 제안 과정에 들어가는 인쇄비용은 1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그만큼 더 많은 나무가 필요하게 된다. 여기에 각종 매뉴얼과 보고서 등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공공기관이 요구하는 종이문서까지 포함하면 인쇄비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최근 이같은 문제점을 먼저 인식한 일부 공공기관은 개선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정보화기획단에서 발주하는 정보화 사업 일부를 대상으로 사업제안서를 종이문서에서 전자문서로 대체하기 위해 디지털 제안서 관리시스템을 시범적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정보화 사업과 관련한 인쇄비용이 연간 2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부터 정보화 사업을 위해 기업이 제출하는 종이문서를 최소화하고 이를 CD 등 전자적인 형태로 바꾸기로 했다.
우정사업본부 오광수 사무관은 "기업들이 제출하는 막대한 양의 종이문서가 그린IT 방침에 어긋난다고 판단해 일단 매뉴얼과 개발 보고서를 CD로 받기로 했으며, 사업제안서도 종이문서를 탈피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종이문서 사용과 관련해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고 있다. 많은 정보화 사업 담당자와 심사위원들이 익숙한 종이문서를 전자문서로 대체해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정보화 사업에서 종이문서 요구를 줄이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에 명시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특히 사업제안서의 경우 제안내용이 계약조건과 직접 관계돼 있어 기존의 방식을 바꾸는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며 "전자문서로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관련 고시 등에 이를 규정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보화 사업 관련 고시인 SW사업 관리감독에 관한 일반기준은 제안서 작성 시 유의사항으로 `제안서는 A4지를 사용하여 제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정보화 사업 관련 제출문서를 CD 등으로 대체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국가계약법 등 보다 큰 틀에서 이를 검토하는 것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식기자 dska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