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산책] IT는 경쟁 통해 진화한다

김성천 한국은행 전자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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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12-30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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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산책] IT는 경쟁 통해 진화한다
지난 9월 20일자 뉴욕타임스는 일본의 휴대폰 제조업 분야가 세계 최첨단을 달리면서도 세계시장에서 왜 성공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분석기사를 다루었다. 뒤이어 지난 9월 23일 방송통신위원회는 2년만에 한국에서 아이폰 출시가 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지난 9월 24일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이를 주요하게 보도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통신환경이 발달한 나라에서 아이폰을 만날 수 없었던 것이 아이러니이고 아이폰 출시로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폐쇄된 한국의 이동전화 시장이 깨뜨려져 개방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의 갈라파고스 신드롬이란 남태평양의 작은 섬이 대륙에서 멀리 떨어져 독자적으로 진화한 특수종이 일반 진화한 일반종에 멸종되는 위기를 빗대어 폐쇄적인 시장이 세계시장으로도 진출이 차단되고 그 내수시장마저 국제적인 시장에 의하여 잃어버릴 위기에 직면한다는 의미이다.

일본은 휴대폰 분야뿐 아니라 전반적인 IT분야에서 갈라파고스화가 심했다. 이런 현상은 IT분야만이 아니고 일본의 경우만이 아니다. GM이 `갈라파고스화'된 미국시장만을 고려한 제품, 브랜드, 생산 전략에 편승하여 경제위기에 취약하게 됐다.

한국의 유선인터넷과 무선인터넷도 갈라파고스화 돼 고립의 위기에 있다고 IT전문가들은 걱정한다.

그럼, 갈라파고스화는 과연 독일까? 갈라파고스화는 필자가 지난 1월 22일자 본 컬럼란에 기고한 진입장벽의 이동에 대한 글에서 보듯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당시의 시대적 환경에 맞춘 나름대로 규제, 전략, 정책에 따라 제품이나 서비스 전략은 일정기간 성공할 수 있었지만 시장의 규모나 특성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즉, 진입장벽의 이동에 적응하지 못하면 갈라파고스 신드롬에 걸리는 것이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진입장벽, 즉 다른 기업이나 다른 나라가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어 놓은 진입장벽이 언젠가는 더 큰 시장, 변화하는 시장으로의 적응과 성장을 가로막게 되고 오히려 자신이 뚫지 못하는 진입장벽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02년 한ㆍ일 월드컵이 열렸을 때, 전 세계의 인터넷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때 일본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한 말은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 "어떤 산업이든 겨울이 있는 법이고 봄은 반드시 온다. 역사는 반복된다. 그런 계절 변화를 겪으면서도 총체적 성장으로 간다면, 단기적 변곡은 문제가 안 된다." 문제는 변화하는 시장을 무시하는 데 있는 것이다.

그동안 액티브X 같은 마이크로소프트 플랫폼에 절대 의존적이던 한국의 인터넷뱅킹이나 전자지급결제 솔루션들이 전자상거래와 전자금융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이제는 네트워크 형태, 고객의 선호, 국제적 시장 등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이 때 우리나라의 전자지급결제 관련된 여러 인터페이스, 인증, 보안 등의 솔루션들도 갈라파고스 신드롬에 걸리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이제 전 세계의 인구가 점점 무선단말기로 연결되고 있다. 가맹점 단말기 네트워크 확장의 어려움으로 오프라인 전자지급결제 분야에서 오히려 이미 전 세계가 연결된 무선단말기가 해답을 줄 수도 있고 원전 수출의 규모가 오히려 작아 보이는 정도의 시장 창출도 가능할 것이다. 몇 십만조원 규모의 전자지급결제 시장을 누가 제패할 지가 오히려 걱정이 된다. 문제는 국제 표준과 시장의 질서가 변화하고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는데 있다. 그동안의 우리나라 IT성장이 향후 갈라파고스화를 비껴나가기를 2010년에는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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