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광장] 아이폰 출시, 스마트폰 발전 기회로

윤용석 KTH 플랫폼사업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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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12-09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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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 광장] 아이폰 출시, 스마트폰 발전 기회로
춘추전국시대 진(秦)나라는 원래 중국 서쪽 변방에 치우쳐 있던 보잘것없는 부족국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나라가 어떻게 중원의 강대국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전국을 통일할 수 있었을까?

목공, 효공, 진시황제 등 걸출했던 세 명 왕들의 공통점을 보면 인재기용에 매우 호의적이었고, 개방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제 때의 대표적인 사람이 초나라 출신의 승상 이사(李斯)다. 이사가 진시황의 객경(외국 출신에게 주는 고위 자문직)으로 있을 무렵 진나라의 수구 기득권층인 왕족과 대신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외국 출신 관리들을 추방해야 한다며 들고 일어 났다. 역사상 그 유명한 축객령(逐客令)이 내려진 것이다.

이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원래 출세에 강한 집착을 보였던 이사는 붓을 들어 자신의 생각을 적어 진시황에게 올렸다. 그리고 진시황 앞에서 축객령의 부당함에 대해 강력하게 설파했다. 이것이 천하의 명문으로 남아 있는 간축객서(諫逐客書)이다.

그는 이 글에서 목공과 효공의 예를 들어 진나라가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의 인재나 문물을 배척하지 않는 점을 들었다. "태산은 단 한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높은 것이며,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았기에 그렇게 깊은 것"이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

아이폰이 지난달 28일 드디어 한국에서도 출시됐다. 수 백명의 매니아들이 밤을 세워가며 아이폰을 먼저 이용하기 위해 줄을 섰고, 아이폰을 손에 쥔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2000년 전 진나라에서 일어났던 축객령처럼 외국산 기기라는 이유만으로 아이폰에 대한 시선이 마치 곱지 않은 것 같다.

단말기 제조업체는 국내시장에 강력한 라이벌이 생겼다는 점에서, 이동통신사는 애플의 수익모델이 자사의 수익을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연일 아이폰의 단점만을 부각시켜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아이폰은 이미 대세이고, 대한민국의 모든 IT업계가 넘어야 할 산이요, 건너야 할 바다라는 사실이다.

2000년대 중반 `IT강국 코리아'라는 찬사에 안주하며 잠깐이나마 외국의 부러운 시선을 즐기는 사이 언제부터인가 한국은 무선인터넷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쓰는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이폰이 국내에 도입된 지 10일 남짓 되었지만 IT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단말 제조업체와 통신사들을 자극해 스마트폰을 앞다투어 출시하는가 하면, 구글폰 등 다양한 스마트폰 발전의 전기를 마련하였다. 또한 모바일 SW의 붐을 넘어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국내 모바일산업 발전의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금 IT업계가 해야 할 일은 아이폰 도입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아니라 아이폰보다 더 뛰어난 스마트폰을 만들어 4%도 넘지 못하는 세계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앱스토어 같은 플랫폼을 만들어 우수한 SW를 개발하는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KTH가 개발한 음악 추천 애플리케이션 `뮤직오로라'('모바일콘텐츠 2009 어워드'에서 모바일 서비스 부문 대상)의 경우에도 처음엔 판로가 마땅치 않았지만, 앱스토어에서 1~2위를 하는 등 큰 인기를 끌자 휴대폰, MP3플레이어, 내비게이션 업체 등에서 앞다투어 탑재 제안이 들어 왔다.

아이폰은 우리가 배척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용하고 활용해서 밑거름으로 사용해야 할 또 하나의 도구인 것이다. 타국의 인재를 등용하여 부국강병을 이루고 전국을 통일했던 진나라를 교훈삼아 흠집 내고, 배척해야 할 것이 아니라 자극제가 되어 IT산업이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오늘 우리의 고민들이 씨앗이 되어, 가까운 미래의 어느날 우리나라 업체가 만든 단말기를 사기 위해 외국인들이 밤 세워 줄 서서 기다린다는 뉴스가 전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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