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발 태풍에 보조금 체계 `흔들`

공짜 스마트폰 등장ㆍ정찰제 판매 등 단말시장 가격인하 연쇄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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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이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보조금 매커니즘을 뒤흔들고 있다. 보조금은 단말구입을 보조함으로써 가입 시장을 활발하게 움직이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아이폰의 국내 진입은 그러나 새로운 형태의 보조금 경쟁을 촉발시킴으로써 `게임의 법칙'을 뒤흔들고 있다.

◇아이폰발 보조금 태풍〓아이폰 도입은 국내 휴대폰 사상 유례 없는 보조금 경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KT는 아이폰 한 대당 50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물론 전용요금제를 통해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을 기존보다 1만원이상 끌어올렸다고는 하지만 보조금을 회수하기 쉽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결국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아이폰 효과에 `올인'한 것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아이폰 도입으로 인한 KT의 재무적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단순히 KT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조금이 어디까지나 경쟁사의 가입자를 유치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온 상황에서, 아이폰에 고객을 빼앗기는 SK텔레콤과 LG텔레콤도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그동안 막대한 자금력과 브랜드 충성도를 바탕으로 50.5%의 점유율을 지키며 `승자의 여유'를 누려온 SK텔레콤으로서는 비상이 걸렸다.

실제 아이폰 초기 번호이동 고객의 상당수가 SK텔레콤 가입자로 분석된다. 이는 기존 고객의 반발과 혼란을 무릅쓰고라도 자사 T옴니아2에 보조금을 투입해 아이폰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단말시장 전반에 도미노와 같은 연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 스마트폰이 일순간 공짜폰이 되고 이보다 사양이 낮은 일반폰이 더 비싼 불합리가 발생하고 있다.

◇흔들리는 보조금체계〓사실 보조금은 가입자 유치와 함께 구형 재고 단말기의 소진을 위한 목적이 크다. 이 때문에 제조사 역시 일정량을 분담한다. 또 신제품에 보조금이 실리는 경우는 흔치않다. 물론 2007년 WCDMA 초창기 가입자 유치전이나 2008년 보조금제도 일몰 뒤, 또 지난 2분기 벌어진 시장 과열기에는 일부 신 모델에도 보조금이 실리긴 했으나 이는 저가폰에 국한됐다.

그런데 아이폰은 이같은 업계의 관행을 뒤바꿨다. 아이폰 대항마인 SK텔레콤 T옴니아2의 경우 최신 전략모델임에도 보조금으로 인한 실제 판매가는 아이폰보다 낮다. 여기에 실린 보조금도 60만원 이상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20만원 가량을 분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아이폰을 사실상 정찰제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이는 곧 아이폰의 경쟁자 역시 당분간 고정된 가격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동안 보조금은 가입자 유치현황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고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도 그때마다 달랐다. 이는 지난해 보조금제도가 일몰되고 의무약정제가 실행된 이후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폰의 등장으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제조사가 보조금을 분담하는 관행도 아이폰에 의해 깨졌다. 삼성, LG 등 국내 제조사로서는 KT가 국내 제조사를 역차별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노출한 이유이기도 하다. 적어도 KT에게는 타사와 같은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이통사의 보조금 출혈경쟁이 벌어지면 단말기 판매수익이라는 과실을 고스란히 따먹던 국내 제조사들로서는 애플이 눈에 가시 같은 존재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은 형평의 문제도 촉발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원하는 고객은 아직도 전체 가입자의 일부에 머물고 그들에게 보조금이 집중되면 나머지 일반폰 사용자는 혜택에서 소외 받을 가능성도 높다. 이는 일종의 소비자 차별로도 인식될 수 있다. 보조금은 결국 요금의 착시효과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체 소비자에게 돌아갈 요금인하의 여력이 일부 스마트폰 소비자의 보조금으로 투입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조성훈기자 hoo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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