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침해 무차별 고소ㆍ고발…계도 선행돼야

작년 저작권 침해 피고소 50%가 미성년자
저작권 교육ㆍ홍보 강화… 인식제고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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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침해 무차별 고소ㆍ고발…계도 선행돼야
■ 저작권 보호 인식전환이 출발점
(상) 청소년 울리는 저작권 파파라치


#김영석(17ㆍ가명)군은 얼마 전 경찰로부터 저작권법을 위반했으니 출두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지난해 무심코 모 포털사이트에 올렸던 동영상 파일이 문제가 된 것이다. 부모님께 혼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학교에 알려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이러다 졸지에 범법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눈앞이 캄캄했다. 결국 김 군은 어렵사리 부모님과 상의 끝에 고소를 한 법무법인과 70여만원에 합의하기로 했다.

#지난달 초 주부 이정희(42ㆍ가명)씨는 아들(15)의 경찰 출석요구서를 받고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대중 음악을 좋아하는 아들이 한 웹하드에서 인기 가요를 다운로드받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하지만 이씨는 마음을 가라앉힌 후 저작권위원회에 문의, 아들처럼 경미한 저작권 침해의 경우 벌금형이나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기소유예를 하는 제도가 있음을 알았다.

지난 7월 개정 저작권법의 시행으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지만, 무차별 고소ㆍ고발을 남발한 후 합의금을 노리는, 일명 `저작권 파파라치'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면서 청소년들을 위협하고 있다.

대검찰청이 최근 발표한 `2009 범죄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형법과 특별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은 미성년자 13만4992명 가운데 저작권법 위반 혐의자가 2만272명에 달했다. 지난해 범죄 혐의로 경찰서를 드나든 미성년자의 15%가 저작권법 위반 때문이었던 셈이다.

또 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저작권 침해 고소대상자의 50% 이상이 미성년자, 즉 청소년인 것으로 추정된다. 총범죄 중 미성년 피의자율은 6%이나 저작권법 위반 사건은 23%에 달한다. 여기에 부모 인적사항으로 기입한 경우를 포함하면, 실제 미성년자 피의자 비율은 50% 이상에 달한다는 의견이다. 저작권 파파라치들이 청소년들을 범법자로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경찰에 의해 적발된 서울 모 법무법인의 사례를 보면 저작권 파파라치가 얼마나 기승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은 변호사 부인 명의로 출판사를 차려놓고 저작권 소송을 진행했으며, 법무법인은 출판사의 직원을 뽑는다며 300여명을 채용해 저작권 위반 사례를 수집했다. 이렇게 1년 동안 벌어들인 돈만 70여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저작권 파파라치들이 대체로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 저작권자의 위임을 받고 소송을 대리하는 데다, 저작권을 보호한다는 명분까지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김영석군처럼 대부분의 청소년이 저작권 파파라치들의 합의금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저작권 파파라치들로부터 청소년을 지키고, 나아가 저작권도 보호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가. 이정희씨처럼 문화체육관광부와 대검찰청이 실시하고 있는 `저작권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저작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소년은 물론 일반인들의 저작권 인식 제고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사실 저작권법 개정 이후 문화부와 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 교육 및 홍보를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저작권위원회가 저작권 교육을 실시한 교사와 청소년은 각각 2802명과 3만7979명으로 전체 교사수와 전국 초중고 학생수의 0.49%와 0.50%에 불과하다. 실제 저작권위원회가 올 상반기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 청소년 참가자 203명을 대상으로 저작권 교육 경험자를 조사한 결과, 94%가 저작권 교육경험이 없다고 응답했다.

교육 뿐 아니라 청소년에 대한 저작권 인식 제고 활동도 미흡하다. 현재 저작권위원회에서는 전국 규모의 청소년 글짓기 대회와 청소년 저작권교실 온라인 홈페이지 운영 및 저작권 퀴즈대회 등의 청소년 저작권 인식 제고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나, 학교 생활에서 저작권 현장 체험 등 청소년 대상 접근이 용이한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인식 제고 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저작권 교육 수준은 훨씬 더 심각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저작권법 위반사범 중 20대 이상 일반인의 비중이 87.6%에 달하고 있으나, 지난해 전체 인구대비 일반인 저작권 교육 현황은 0.024%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저작권 인식 제고 활동 부족에는 열악한 저작권 홍보 및 교육 여건도 한몫하고 있다. 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저작권 핵심 인력과 현장 전문 인력은 각각 540명과 2만509명이다. 이는 문화콘텐츠산업 성장률 10.5%를 기준으로 할 때 핵심 인력 193명과 현장 전문 인력 1만1167명이 부족한 수치다.

한민옥기자 mohan@

공동기획 : 디지털타임스ㆍ한국저작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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