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과 폐쇄` 두 얼굴의 아이폰

사용자 시장형성 기회 제공…타사 SW는 배제
기존 모바일시장 파괴 '새 게임의 법칙'만들어
개방성 앞선 안드로이드 신대항마 부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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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에 열광하는 소비자라면 애플 아이폰의 폐쇄성을 언급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폰의 성공요인은 개방과 폐쇄란 야누스적 요소를 잘 활용한 측면이 크다.

아이폰이 전세계 모바일 시장에 기여한 가장 큰 공은 이통사 중심의 폐쇄적인 모바일 생태계를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이른바 이통사가 수십년간 둘러쳐 온 `월드 가든'(Walled Garden)이란 장막을 허물어 소비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가 스스로 모바일 생태계를 거닐 수 있도록 길을 연 것이다.

하지만 애플 역시 폐쇄적인 구조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다른 플랫폼, 다른 소프트웨어, 다른 애플리케이션 장터를 허락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애플 아이폰의 폐쇄성은 네트워크(망)에 기반한 이통사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망,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 등은 소비자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개방적이고 자유롭다. 때문에 이통사의 폐쇄성에 진절머리가 났던 소비자들에게 애플의 폐쇄성은 오히려 개방에 가까웠다. 결국 애플은 자신의 폐쇄성을 무기로 이통사의 폐쇄성을 무장해제시킨 셈이다.

이런 점에서 애플 아이폰의 등장은 개방성의 등장을 의미할 수도, 또 다른 폐쇄성의 등장을 의미할 수도 있다. 현재까지는 애플의 야누스적 개방과 폐쇄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아이폰은 앞으로 등장할 또 다른 개방성(예를 들면 안드로이드)과 폐쇄성(다양한 온라인 애플리케이션 장터)에 그 선도적 위치를 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모두 모바일 시장 경쟁과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편집자주>

◇아이폰, 이통사 무장해제시키다〓아직도 세계 모든 이통사들은 자신들이 구축한 네트워크(망)에서 자신들이 공급하는 솔루션과 애플리케이션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모바일 시장은 이통사의 울타리 안에서만 의미가 있고, 이를 거부하면 시장 진입 자체가 막혀있다.

이런 폐쇄성은 불합리한 무선인터넷 요금체계와 제약적인 콘텐츠 및 서비스를 낳았고, 결국 네트워크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무선인터넷 산업은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암울한 현실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애플 아이폰은 앱스토어(온라인 애플리케이션 장터)를 통해 사용자들이 이통사 입김 없이 스스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앱스토어에 등록된 애플리케이션은 10만건이 넘고 하루 다운로드 수도 수십만건에 이른다. 이런 앱스토어에 힘입어 아이폰은 지난 2007년 출시이래 3400만대가 판매됐으며, 아이폰에 열광하는 `아이포니악'(iPhoniac)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아이폰의 등장은 또 이통사의 혈관인 이통망 대신 다른 무선망(와이파이 등)을 통해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는 아이폰의 막강한 콘텐츠 경쟁력과 결합하면서 폭발적인 무선데이터 트래픽을 일으키고 있다.

한마디로 아이폰은 이통사가 세웠던 질서를 허물고 새로운 모바일 시장의 `게임의 법칙'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개방과 폐쇄 야누스 아이폰〓그렇다고 애플 아이폰이 개방성만으로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애플 역시 독자 플랫폼과 그에 기반한 애플리케이션, 앱스토어라는 유일한 온라인 장터 등 애플식(式)의 또 다른 폐쇄적 생태계를 조성해가고 있다.

이같은 애플의 폐쇄성은 아이폰이 처음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아이폰 못지않은 열혈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매킨토시, 맥북, 아이팟터치 등도 모두 이런 구조다. 다른 OS(운영체제)나 플랫폼, 계통이 다른 소프트웨어 기술 등을 허용하지 않는 보수적인 소프트웨어 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매킨토시나 맥북은 제품의 우수함과 독특함에도 불구하고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인식되고 있다.

아이폰 역시 처음 등장했을 때는 SDK(개발도구)가 공개되지 않았다. 또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자바(JAVA)나 어도비의 플래시, 파이어폭스 웹브라우저 등 일반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소프트웨어 및 관련기술을 아이폰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런 정책에 대해 일부에서는 "애플은 광범위하게 타사의 소프트웨어를 배제하고 있는 셈"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폐쇄성은 다른 휴대폰 제조업체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세계 1위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는 아이폰 출시 당시 "휴대폰은 모든 것에 개방되어야 한다(Phones should be open to anything)'거나 "좋은 기기는 제한이 없어야 한다(The best devices have no limits)라는 다분히 아이폰을 겨냥한 광고 카피를 사용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폐쇄성이 결국 아이폰을 매킨토시의 전철을 밟게 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완전한 개방체계를 채택하고 있는 안드로이드가 아이폰의 경쟁자로 부각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관련해 최근 뉴스위크지는 안드로이드가 2012년부터 아이폰의 OS를 앞지를 것이란 가트너의 전망을 인용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받아들이면서 사실상 세계시장을 점유했듯이, 안드로이드 역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받아들이며 시장을 넓힐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에 애플의 폐쇄성이 결국에는 밀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일부에서는 "아이폰이 폐쇄적이라기 보다는 소비자 관점에서 폐쇄성을 잘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 놓고 있다. 아이폰이 상당히 보급된 이후 SDK(개발도구)를 공개하는 시차적인 개방성을 구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애플리케이션 심사과정을 까다롭게 하면서 품질 문제를 해결해 오히려 소비자 가치를 더 제공했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의 부각〓이런 개방과 폐쇄의 논란은 자연스럽게 아이폰의 대항마 논의로 이어진다. 그 중심에는 안드로이드가 서있다. 안드로이드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온라인 장터에서 개발, 구입, 판매 할 수 있다는 컨셉트는 비슷하지만, 플랫폼 개방성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 안드로이드는 수많은 제조사나 이통사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플랫폼을 손볼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은 통신과 이종산업간 융합의 관점에서도 아이폰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 자동차, 전력, e-북 등 이른바 비(非) 통신영역의 요구사항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통신과 비 통신 부문의 융합은 서비스는 물론 단말기 역시 다양성을 확보해야하는 데 완전한 개방성을 표방한 안드로이가 가장 최적이란 분석도 있다.

물론 애플의 아이폰 플랫폼도 통신과 비 통신 융합을 위한 단말과 서비스 구현이 가능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폐쇄적인 정책으로는 제조사나 이통사와의 협업이 쉽지 않다는 게 그 근거다.

이통사 입장에서도 안드로이드의 등장은 반길 일이다. 아이폰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기는 하지만, 아이폰을 공급했던 다른 해외 이통사의 사례를 볼 때 보조금 지급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아 이통사 입장에서는 이익을 제대로 환수할 수 있는 아이폰 대체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이폰을 먼저 출시한 KT와 아이폰 방어에 집중하는 SK텔레콤이 안드로이드를 스마트폰 라인업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폰 그 이후〓KT가 아이폰 개통을 시작한 지난 28일부터 지금까지 총 10만여명이 개통했거나 개통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폰 판매대수는 예측이 분분하지만 30만명에서 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폰의 판매대수가 아닌, 아이폰이 몰고 올 시장의 변화와 아이폰 이후의 한국 모바일 시장의 변화란 지적이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이통사의 월드 가든은 이통사 스스로에 의해, 아이폰과 같은 외부 세력에 의해 더욱 개방의 길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은 이같은 변화의 중심에 서있으며, 보다 자유롭고, 보다 편리하고, 보다 친(親) 소비자적인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폰 후속 제품이든, 안드로이드이든, 또 다른 제3의 플랫폼과 단말기이든 아이폰 이후가 기대되는 이유다.

김응열기자 uy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