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시론] `세컨드라이프` 철수서 얻는 교훈

김형중 고려대 정보경영공학부 교수

  •  
  • 입력: 2009-11-19 21:02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DT 시론] `세컨드라이프` 철수서 얻는 교훈
마이스페이스는 이미 한국에서 철수했다. 세컨드라이프도 한국에서 철수한다. 구글도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 미국에서 펄펄 나는 인터넷 서비스가 왜 한국에서 비틀대는지 그 이유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 미국에서 성공했는데 한국에서는 성공하지 못하는 것일까?

물론 정확한 이유를 알자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과학적 연구도 필요할 것이다. 그때 타산지석으로 삼기로 하고 몇 가지 점에 대해 주목해보자.

우선 언어의 장벽을 들 수 있다. 미국 서비스를 한글로 단순 번역하는 것은 한국에서 서비스를 오래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를 바 없다. 서비스는 철저히 현지화되어야 한다. 필자는 구글을 애용하지만 가끔 다음이나 네이버를 쓰지 않을 수 없다. 아무래도 국내 검색서비스가 한글 특성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물론 구글도 나름대로 한국화에 많은 공을 들여 그 격차를 점차 좁히고 있다. 그렇지만 구글이 영어권을 넘기 어려운 것은 이런 언어장벽이 생각보다 높기 때문이다. 서비스 제공자는 "작은 차이인데 뭘" 하고 말할지 모르나 선택하는 소비자에게는 약간의 차이가 결정적인 차이가 된다. 다른 서비스도 그래서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한 것은 아닐까?

또 회원의 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야 새로운 서비스가 정착할 수 있다. 그런데 동종 분야에서 확실하게 자리잡은 터줏대감 서비스가 한국에 많다. 그래서 후발주자가 선발주자의 회원을 빼앗아 오기 어렵다. 그렇다고 체면이 있는데 틈새시장을 노리기도 어렵다. 회원 수는 수익과 직결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의 유무 때문이다. 서비스 제공자가 콘텐츠를 무한히 생산할 수는 없다. 서비스 제공자는 약간의 콘텐츠와 안정적인 플랫폼을 제공할 뿐이고 회원들의 시간과 자발적으로 올린 사진, 글, 음악, 영상 등 콘텐츠로 채워져야 비로소 서비스가 굴러가게 된다. 여기에 회원들이 구축한 인간관계는 값으로 계량하기 힘든 무형의 자산이 된다.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인터넷 서비스의 성공을 좌우한다.

문화적 차이도 극복하기 힘든 장벽이다. 한국과 다른 문화를 배경으로 출발한 서비스가 한국 시장에 정착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식 문화골격에 그나마 한복도 아닌 달랑 노리개 하나 다는 정도로 한국 고객의 주목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일촌, 동갑모임, 번개모임, 아바타 선물 등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가 제대로 반영됐을까? 신용카드 대신 문화상품권 같은 것을 이용하는 결제방식도 독특한 한국만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사이버머니에 대한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수단 확보도 넘어야 할 산이었을 것이다. 고객이 선호하는 음악도 미국과 다르다. 선호하는 아바타 모양도 그렇다. 한국에서 즐기는 게임은 화투나 바둑이 주류를 이룬다. 인터넷 서비스는 그 국가의 문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정착하기 힘들다.

정작 중요한 것은 다른 데 있다. 한국에서는 이미 실험을 마친 서비스가 뒤늦게 들어와 자리잡으려 하니 문제이다. 한국의 인터넷 수준이 높고 세련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한국에서는 오래 전에 소셜네트워킹이 정착됐다. 나중에 출발한 마이스페이스나 세컨드라이프 같은 것을 학자들이 소셜네트워킹이라고 명명하고 호들갑을 떨면서 분석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1999년에 아이러브스쿨이나 싸이월드 서비스가 출범했다. 이 모델은 각 나라에서 서로 다른 이름으로 성공적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마이페이스나 페이스북, 캐나다에서는 넥소피아 등 이루 셀 수가 없을 정도이다. 당시 특허를 출원해 두었더라면 정말 좋았을 것을.

한국은 이처럼 창의적이며 앞선 인터넷 서비스를 많이 만들고도 늘 변방으로 취급되는 것은 왜일까?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환경과 우수한 인력에 이제는 자본까지 보유하고 있으나 왜 중심에 서지 못하는 것일까? 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위키피디아 같은 곳에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특허를 출원하는 것도 아니고, 표준화를 주도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서둘러 서비스하다 실패하면 잊어버리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한국은 일등을 쫓아가며 베끼던 시대를 지나 일등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인터넷 서비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세계적인 서비스가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에 주목하기 보다 이제는 한국 안에서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서비스에 주목하고 그것을 키울 준비를 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인지 모른다.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