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라인 300㎜ 전환시점 200㎜ 유휴팹 활용 대안
반도체 업계가 공략해야할 신시장으로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 산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실질적인 발전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국내 파운드리 업체를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이 200mm에서 300mm로 전환되는 시점이 이런 파운드리 산업 기반을 확충하는 호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파운드리 기반, 왜 필요한가=반도체 생산은 수 천억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투자를 요하는 장치 산업이다. 때문에 반도체 업계는 설비투자 능력이 있으며 자체 반도체 제품도 갖춘 `종합반도체기업(IDM)'과 제품 설계와 개발을 전문으로 한 `팹리스(fabless)', 반도체의 생산만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파운드리(foundry)'로 나뉘어 발전해 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수년간 시스템반도체 발전을 이끌어온 팹리스 업계는 시스템반도체 발전을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국내 파운드리가 절실하다고 외쳐왔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채 대만,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 파운드리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문제가 심각한 부분은 90나노급 이하 디지털IC용 파운드리 서비스다. 전력용반도체나 아날로그IC의 경우 동부하이텍과 매그나칩이 보유한 300나노에서 110나노공정으로 50여개가 넘는 많은 팹리스 업체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반면 90나노 이하 미세공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디지털IC의 경우는 파운드리 선택폭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65나노 및 90나노급 파운드리 서비스를 일부 국내 팹리스 업체에 개방하고 있지만 아직은 폐쇄적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에 납품을 위한 디지털IC나 삼성과 공동개발을 위한 생산 중심으로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파운드리 수요가 최대로 올라가는 성수기에는 삼성전자 자체 시스템IC 생산 때문에 우선순위에 밀려 낭패를 겪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경우 매모리 생산을 위한 나노급 설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외부 파운드리 서비스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
◇메모리용 200㎜ 팹을 파운드리로=반도체 업계에서는 그동안 국산 파운드리 구축에 대체적으로 뾰족한 묘안이 없다는 반응이었지만, 최근 일각에서는 300mm로 반도체 생산라인이 전환되는 지금의 시기가 국산 파운드리 구축의 호기라는 의견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 효율이 떨어져 퇴출되고 있는 200㎜ 웨이퍼 장비를 활용하자는 것이며, 자체 파운드리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는 하이닉스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먼저 하이닉스는 국내에 이미 가동을 중단한 M7(이천), M9(청주) 등 60∼80나노급 200㎜ 유휴팹이 있는 상황이라 가장 적합한 후보로 평가되고 있다. 과거 가동을 중단한 중국 우시공장의 팹을 CSMC에 매각한 사례와 현재 추진 중인 미국 유진 공장(E1) 매각과 같이 처분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국내 시스템IC 발전을 위해 활용하는 것도 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자구책을 마련해야하는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스스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고, 정부가 직접 나서 하이닉스 채권단을 설득해 파운드리 전문 업체를 설립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일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이닉스가 자체 시스템IC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도 후보로서 적합하다는 평가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자체 보유한 디지털TV용 IC나 휴대폰용 반도체를 보유하고 있어 파운드리 업체로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삼성과 디지털TV 부문 경쟁관계에 있는 LG전자는 DTV용 IC를 대만 TSMC를 통해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팹리스 업체 사장은 "IDM이 자체 제품을 보유한 채로 파운드리 사업을 진행해서는 팹리스를 비롯한 고객과 긴밀한 관계를 갖기 힘들다"며 "파운드리 산업이 발전하려면 고객이 마치 자기 팹처럼 느끼고 써야하는데, 국내에서는 파운드리가 되려 호의를 베푸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IP종속성 벗기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한편 국내 파운드리 구축에는 IP제공 수준도 큰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내 팹리스가 TSMC나 UMC, SMIC 등 해외 파운드리를 이용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다양한 IP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팹리스를 비롯한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계는 아직 규모가 영세해 자체 IP를 보유한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필요로하는 IP를 제공하는 파운드리에 생산을 맡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파운드리 구축시 다양한 IP를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일도 필수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팹리스업체 사장은 "만일 하이닉스 팹을 이용한 국산 파운드리 서비스를 구축하더라도 관련 IP를 확보하고 생산에 안정적으로 적용하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제대로 육성하려면 몇 년이 걸리든 반드시 추진해야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은기자 link@
◇파운드리 기반, 왜 필요한가=반도체 생산은 수 천억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투자를 요하는 장치 산업이다. 때문에 반도체 업계는 설비투자 능력이 있으며 자체 반도체 제품도 갖춘 `종합반도체기업(IDM)'과 제품 설계와 개발을 전문으로 한 `팹리스(fabless)', 반도체의 생산만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파운드리(foundry)'로 나뉘어 발전해 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수년간 시스템반도체 발전을 이끌어온 팹리스 업계는 시스템반도체 발전을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국내 파운드리가 절실하다고 외쳐왔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채 대만,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 파운드리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문제가 심각한 부분은 90나노급 이하 디지털IC용 파운드리 서비스다. 전력용반도체나 아날로그IC의 경우 동부하이텍과 매그나칩이 보유한 300나노에서 110나노공정으로 50여개가 넘는 많은 팹리스 업체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반면 90나노 이하 미세공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디지털IC의 경우는 파운드리 선택폭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65나노 및 90나노급 파운드리 서비스를 일부 국내 팹리스 업체에 개방하고 있지만 아직은 폐쇄적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에 납품을 위한 디지털IC나 삼성과 공동개발을 위한 생산 중심으로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파운드리 수요가 최대로 올라가는 성수기에는 삼성전자 자체 시스템IC 생산 때문에 우선순위에 밀려 낭패를 겪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경우 매모리 생산을 위한 나노급 설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외부 파운드리 서비스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
◇메모리용 200㎜ 팹을 파운드리로=반도체 업계에서는 그동안 국산 파운드리 구축에 대체적으로 뾰족한 묘안이 없다는 반응이었지만, 최근 일각에서는 300mm로 반도체 생산라인이 전환되는 지금의 시기가 국산 파운드리 구축의 호기라는 의견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 효율이 떨어져 퇴출되고 있는 200㎜ 웨이퍼 장비를 활용하자는 것이며, 자체 파운드리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는 하이닉스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먼저 하이닉스는 국내에 이미 가동을 중단한 M7(이천), M9(청주) 등 60∼80나노급 200㎜ 유휴팹이 있는 상황이라 가장 적합한 후보로 평가되고 있다. 과거 가동을 중단한 중국 우시공장의 팹을 CSMC에 매각한 사례와 현재 추진 중인 미국 유진 공장(E1) 매각과 같이 처분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국내 시스템IC 발전을 위해 활용하는 것도 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자구책을 마련해야하는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스스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고, 정부가 직접 나서 하이닉스 채권단을 설득해 파운드리 전문 업체를 설립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일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이닉스가 자체 시스템IC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도 후보로서 적합하다는 평가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자체 보유한 디지털TV용 IC나 휴대폰용 반도체를 보유하고 있어 파운드리 업체로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삼성과 디지털TV 부문 경쟁관계에 있는 LG전자는 DTV용 IC를 대만 TSMC를 통해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팹리스 업체 사장은 "IDM이 자체 제품을 보유한 채로 파운드리 사업을 진행해서는 팹리스를 비롯한 고객과 긴밀한 관계를 갖기 힘들다"며 "파운드리 산업이 발전하려면 고객이 마치 자기 팹처럼 느끼고 써야하는데, 국내에서는 파운드리가 되려 호의를 베푸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IP종속성 벗기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한편 국내 파운드리 구축에는 IP제공 수준도 큰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내 팹리스가 TSMC나 UMC, SMIC 등 해외 파운드리를 이용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다양한 IP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팹리스를 비롯한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계는 아직 규모가 영세해 자체 IP를 보유한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필요로하는 IP를 제공하는 파운드리에 생산을 맡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파운드리 구축시 다양한 IP를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일도 필수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팹리스업체 사장은 "만일 하이닉스 팹을 이용한 국산 파운드리 서비스를 구축하더라도 관련 IP를 확보하고 생산에 안정적으로 적용하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제대로 육성하려면 몇 년이 걸리든 반드시 추진해야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은기자 lin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