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선택기회 확대…이통사엔 리스크도
한국이 뒤늦게 애플 아이폰 출시국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아이폰 국내 시판 허용으로 KT가 출시를 서두르면서 오는 10월말 혹은 11월에는 아이폰을 구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애플 아이폰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07년 중반. 지난 2년여 동안 아이폰을 도입한 국가는 미국, 영국, 유럽, 일본, 인도, 중국 등 90여개 국가로 확대됐다. 한국이 아이폰 도입을 둘러싼 갑론을박을 계속하는 지난 2년 동안 세계는 아이폰 도입에 따른 명과 암을 쏟아내고 있다.
아이폰이 주목받게된 것은 이른바 `월드 가든'(Walled Garden)으로 불리는 이통사들의 폐쇄성을 허무는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동통신 소비자들은 이통사가 구축한 네트워크(망)에서 이통사가 공급하는 솔루션과 애플리케이션만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폰은 앱스토어를 통해 사용자들이 이통사 입김 없이 스스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앱스토어의 하루 거래량은 수백만건에 이른다. 여기에 이통사의 혈관인 이통망 대신 다른 무선망을 통해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와이파이) 기회를 제공했다. 이는 아이폰만의 특징은 아니지만, 막강한 콘텐츠 경쟁력과 결합하면서 폭발적인 무선데이터 트래픽을 일으켰다.
한마디로 아이폰은 이통사들이 모바일이라는 시장에 처 놓은 높은 담장을 허물거나 걷어내고, 제조사와 소비자가 직접 지나다니는 길을 연 셈이다.
한국의 많은 소비자들이 아이폰에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들에게는 새로운 선택권을 솔루션 및 애플리케이션 사업자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감은 한국 이통산업이 당면한 과제와 맞물려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은 IT강국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무선 데이터 분야에서는 취약하다. 일본이 이통사 매출의 40%를 무선에서 거둬들이는데 비해 한국은 채 20%도 안된다. 한국의 무선인터넷은 `청소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무선인터넷활성화를 위해 요금, 단말기, 망개방 등의 분야에서 세부적인 시행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폰의 등장은 이런 흐름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아이폰 도입은 분명 소비자와 솔루션 업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통사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우리보다 먼저 아이폰을 도입한 해외 이통사들은 최근들어 속속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아이폰으로 가입자 증가와 가입자당매출(ARPU) 증대 효과를 봤다는 미국 AT&T는 아이폰 이용자의 트래픽 폭주로 예상치 못했던 망구축 비용 증가란 고민에 빠졌다. AT&T 스마트폰 고객들의 데이터 트래픽은 아이폰으로 인해 다른 이통사의 2배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망 투자를 하지 않으면 서비스 품질 저하로 가입자가 탈출할 것이 뻔하고, 망 투자를 하자니 계획에 없던 비용 지출로 수익구조에 타격이 가는 난처한 상황이 된 것이다. 아이폰을 통해 가입자와 매출이 늘어나는 단맛을 봤지만, 망구축 비용이란 예상치 못한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다.
최근 덴마크 컨설팅업체인 스트랜드 컨설트(Strand Consult)가 조사한 결과는 이보다 더 부정적이다. 이에 따르면 자신들이 조사한 아이폰 도입 이통사 가운데 한 곳도 결과적으로 가입자 증대나 ARPU증대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 최대 이통사인 싱텔은 아이폰 판매비용(보조금 포함)으로 오히려 영업이익률이 3~4% 감소했다. 북유럽의 최대 사업자인 텔리아소네라(스웨덴)는 북유럽 및 발트해 7개국가에서 대규모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아이폰을 출시했으나, 시장 점유율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스트랜드 컨설트는 아이폰 도입 이통사들이 "나중에 이익을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아이폰 판매비용을 부담했으나, 애플이 비독점 계약으로 선회하면서 이같은 기대가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통사들이 아이폰을 대신해 더욱 효과적으로 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아이폰 대체 상품을 필사적으로 찾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국이 그간 아이폰 도입에 목말라왔다는 점에서 초기 수요는 매우 폭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연쇄적으로 데이터 트래픽 증가와 솔루션 및 애플리케이션 등 모바일 생태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통사 스스로가 아이폰 도입 이후 득실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변곡점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응열기자 uykim@
애플 아이폰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07년 중반. 지난 2년여 동안 아이폰을 도입한 국가는 미국, 영국, 유럽, 일본, 인도, 중국 등 90여개 국가로 확대됐다. 한국이 아이폰 도입을 둘러싼 갑론을박을 계속하는 지난 2년 동안 세계는 아이폰 도입에 따른 명과 암을 쏟아내고 있다.
아이폰이 주목받게된 것은 이른바 `월드 가든'(Walled Garden)으로 불리는 이통사들의 폐쇄성을 허무는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동통신 소비자들은 이통사가 구축한 네트워크(망)에서 이통사가 공급하는 솔루션과 애플리케이션만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폰은 앱스토어를 통해 사용자들이 이통사 입김 없이 스스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앱스토어의 하루 거래량은 수백만건에 이른다. 여기에 이통사의 혈관인 이통망 대신 다른 무선망을 통해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와이파이) 기회를 제공했다. 이는 아이폰만의 특징은 아니지만, 막강한 콘텐츠 경쟁력과 결합하면서 폭발적인 무선데이터 트래픽을 일으켰다.
한마디로 아이폰은 이통사들이 모바일이라는 시장에 처 놓은 높은 담장을 허물거나 걷어내고, 제조사와 소비자가 직접 지나다니는 길을 연 셈이다.
한국의 많은 소비자들이 아이폰에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들에게는 새로운 선택권을 솔루션 및 애플리케이션 사업자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감은 한국 이통산업이 당면한 과제와 맞물려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은 IT강국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무선 데이터 분야에서는 취약하다. 일본이 이통사 매출의 40%를 무선에서 거둬들이는데 비해 한국은 채 20%도 안된다. 한국의 무선인터넷은 `청소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무선인터넷활성화를 위해 요금, 단말기, 망개방 등의 분야에서 세부적인 시행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폰의 등장은 이런 흐름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아이폰 도입은 분명 소비자와 솔루션 업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통사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우리보다 먼저 아이폰을 도입한 해외 이통사들은 최근들어 속속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아이폰으로 가입자 증가와 가입자당매출(ARPU) 증대 효과를 봤다는 미국 AT&T는 아이폰 이용자의 트래픽 폭주로 예상치 못했던 망구축 비용 증가란 고민에 빠졌다. AT&T 스마트폰 고객들의 데이터 트래픽은 아이폰으로 인해 다른 이통사의 2배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망 투자를 하지 않으면 서비스 품질 저하로 가입자가 탈출할 것이 뻔하고, 망 투자를 하자니 계획에 없던 비용 지출로 수익구조에 타격이 가는 난처한 상황이 된 것이다. 아이폰을 통해 가입자와 매출이 늘어나는 단맛을 봤지만, 망구축 비용이란 예상치 못한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다.
최근 덴마크 컨설팅업체인 스트랜드 컨설트(Strand Consult)가 조사한 결과는 이보다 더 부정적이다. 이에 따르면 자신들이 조사한 아이폰 도입 이통사 가운데 한 곳도 결과적으로 가입자 증대나 ARPU증대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 최대 이통사인 싱텔은 아이폰 판매비용(보조금 포함)으로 오히려 영업이익률이 3~4% 감소했다. 북유럽의 최대 사업자인 텔리아소네라(스웨덴)는 북유럽 및 발트해 7개국가에서 대규모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아이폰을 출시했으나, 시장 점유율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스트랜드 컨설트는 아이폰 도입 이통사들이 "나중에 이익을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아이폰 판매비용을 부담했으나, 애플이 비독점 계약으로 선회하면서 이같은 기대가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통사들이 아이폰을 대신해 더욱 효과적으로 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아이폰 대체 상품을 필사적으로 찾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국이 그간 아이폰 도입에 목말라왔다는 점에서 초기 수요는 매우 폭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연쇄적으로 데이터 트래픽 증가와 솔루션 및 애플리케이션 등 모바일 생태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통사 스스로가 아이폰 도입 이후 득실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변곡점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응열기자 uy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