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광장] 제대로 키워야 할 차세대 산업

고경철 선문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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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9-23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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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어느 여름, 출장 차 홍콩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정말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바로 홍콩시민들이 거리에서 휴대폰으로 통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떤 여자는 걸어가며 무언가 열심히 이야기하고, 어떤 남자는 가로수 밑에서 어깨를 기대고 통화하는 등 여기저기에서 무전기같은 휴대폰을 들고 있는 것이었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고정된 전화기가 건물 밖으로 나와 사람 대 사람으로 무선으로 통신하던 시대가 이미 홍콩엔 와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때, 우리나라에도 휴대 통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바로 카폰이었다. 당시 금액으로 등록비 150만원에, 기계값이 200만원 그러니까 당시 어지간한 소형차 한 대 값 수준이었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자동차가 당시 100만대 시절이었고, 열 집에 차 한 대 수준이었다.

그리고 3년이 흘러, 1993년 LG정보통신, 삼성전자, 그리고 한국전자통신연구소가 힘을 합쳐 세계최초로 CDMA 상용화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그리고 다시 4년 후 1997년 소위 PCS라 하여, 1.4㎓의 디지털 휴대폰시대가 본격 시작되었다. 지금은 일부 통합되었지만 019, 018, 017, 016 등의 이동통신사들이 새로 생기면서, 당시 100만원대인 이동통신기기가 20만~30만원대로 값이 내려오게 됐다.

그리고 다시 12년이 흐른 현재, 이동통신시대가 활짝 피어, 이제 핸드폰 가입자 2000만명 시대에 접어들고, 초등학생도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시대가 됐다. 물론 휴대폰 수출 600억 달러, 휴대폰 생산량 1억5000만대, 삼성, LG 전세계 시장점유율 2위, 3위 등 대한민국은 이동통신 IT기술 강국이 돼 이제 IT없이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글로벌 이동통신 강국으로 자리잡았다.

사실 IT는 고속도로와 같고 기존 산업은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와 같다. 즉 길이 나면 자동차는 자연스럽게 잘 달리게 돼 있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참여정부시절 부처 평가 1위를 달리던 정보통신부를 폐지하고 산업자원부와 함께 지식경제부로 합치더니, IT융합산업이란 키워드로 정책방향을 잡았다. 기존 굴뚝산업을 IT와 결합시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국제적 경제력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니트(EIU)'가 매년 실시하는 IT 경쟁력 지수 평가에서 한국의 정보기술(IT) 경쟁력은 세계 16위로 작년보다 8계단이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통부의 흡수 합병은 마치 도로공사와 현대차를 통합한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여기에 IT산업분야에서 점점 가까이 추격해오는 중국, 인도를 생각하면, 이제 제2, 제3의 차세대 성장동력 품목을 보다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할 시점이 더 늦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새 정부 들어서 우리나라 차세대를 책임질 산업으로 지능형 로봇 분야를 비롯하여 22개 신성장 동력 품목을 선정한 바 있다. 필자도 참여한 지능형 로봇 육성방안 기획작업은 400여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차세대 먹거리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한 결과라고 자신한다. 그러나 과연 이 분야들이 철강, 반도체, 자동차, 조선, 이동통신의 신화를 이어갈 대한민국의 차세대 주자가 될 수 있을까? 이는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 추진 의지, 대기업들의 적극적 참여와 국민적 관심이 한데 어울릴 때 가능하리라 본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과거 정부 5년의 정책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진정한 의지를 느끼기 어렵다. 보여주기식 국가 R&D전략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은 지난 5년의 학습에서 알 수 있다.우리가 다가올 미래를 미리 준비하고 점점 약화되는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을 생각하면,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손질이 시급히 필요한 때다.

이공계 인력양성 정책에도 전환이 필요하다. 포항공대 수석졸업자의 의대 편입, 주요 대학 입학 성적에서의 이공계 몰락, 박사 자격 취득 후 돌아오지 않는 해외인력, 불꺼진 국가출연 연구소, 인력부족으로 흔들리는 벤처 산업 등이 현재 대한민국 미래 산업을 가늠할 수 있는 자화상일 것이다. 미래 성장동력 품목에 보다 관심을 갖고, 이공계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학기술정책에 집중하는 정책 수립에 대해 심도있는 고찰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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