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ㆍIT 융합 '전통산업 르네상스' 실현"
"제조업에 IT를 융합해 `전통산업의 르네상스'를 실현하겠습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하 KEIT) 서영주 원장은 제조업과 IT기술의 `융합'을 강조한다. 서 원장은 "이제 융합은 피할 수 없는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한국의 장점인 IT와 자동차, 조선, 기계, 섬유 등 제조업의 융합이 잘 이뤄진다면 우리 경제가 세계 시장에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지식경제부 소관 산업기술 연구개발(R&D)을 기획하고 평가ㆍ관리하는 기관의 사령탑으로 서 원장이 그리는 `융합기술'의 밑그림은 수요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 원장은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창의적 연구개발도 좋지만 기존의 기술을 `다르게' 바라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융합'의 특성상 기존 기술을 접목시키는 아이디어만으로도 새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시장과 연계된 R&D의 기획과 평가관리가 필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서 원장의 복안은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린다. 전 세계가 융합기술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가운데, 우리의 제조업에 IT를 융합해 나가는 밑그림인 R&D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기관의 수장인 서 원장을 만나 그 구상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 서낙영 지식산업부장>
융합기술분야 개발
조선ㆍ국방으로 확산
선점땐 세계 주도
- 기술융합의 시대이다. 미래의 유망 융합기술에는 무엇이 있는가?
"2년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가전쇼 CES 기조연설에서 빌 게이츠는 다음의 IT시장을 자동차라고 말했다. 이 말은 지난 20여년간 IT분야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던 PC, 반도체, 휴대폰과 같은 스타 상품이 더 나오기 힘들다는 점과 앞으로는 IT와 융합된 자동차가 IT산업의 성장을 이끌 최대의 상품이 될 것이란 점에서 화제가 됐다.
자동차에서 IT제품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12∼13%이지만 앞으로 40%에 달할 전망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 이미 IT제품의 원가 비중이 35%를 넘고 이어 자동차는 앞으로 기계산업이 아닌 전자산업으로 분류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조선, 국방, 섬유 등에서도 IT기술 융합이 본격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융합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50∼80%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 IT기술이 세계 수준에 와 있어 융합기술에 대한 지원을 전략적ㆍ체계적으로 추진한다면 5년 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주력산업과 IT를 융합하는 기술개발 계획을 발표했는데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산업융합기술 분야는 지경부의 14대 전략분야 중 하나로, 지난해 전략기술과 부품소재, 중소기업 로드맵을 통합 연계하는 지식경제 통합기술 청사진에 포함돼 있다. KEIT는 기술개발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IT융합 전략기술 로드맵을 수립한 바 있다. 6대 주력산업별로 운영되고 있는 ITㆍ비IT분야 전문가 포럼의 의견을 R&D 기획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지경부는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융합기술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는데 연간 10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가장 두각을 보이는 IT융합 분야는 조선이다. 지난해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의 e-내비게이션을 의무화하는 국제법을 2012년부터 적용키로 의결했다. 그럴 경우 현재 선박 원가의 5∼10%를 차지하는 첨단 IT 기자재의 비중이 15%까지 증가해 10년뒤 30조원의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이에 지경부는 지난해 e-내비게이션 구축을 위한 기술개발 과제를 선정,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세계 1위의 조선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IT기반 선박용 토털 솔루션 개발', `지능형 디지털 선박의 통합관리시스템 개발' 등의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 지경부의 IT융합 지원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었을 때 기대 효과는?
"지난 10년간 전 산업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1%다. 각 요소의 기여도를 보면 IT가 90%다. IT기반 융합기술 개발을 선도할 경우 여러 산업에서 선진국과의 원천기술 격차가 해소되고 시장선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IT산업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지속성장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 IT산업과 다른 산업간 융합은 세계적으로 기술개발 초기단계에 있어 향후 성장과 기술발전의 기회가 무한하다. IT강국인 우리에게는 조선, 반도체 같은 세계 일류산업을 늘려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본다."
- 전통산업과 IT기술이 융합되려면 소프트웨어(SW)가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SW 산업이 약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부문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와 산업육성 계획은?
"지난해 삼성전자는 100여개의 휴대폰 모델을 쏟아내면서 세계 시장 판매량 2위와 스마트폰 판매량 5위를 기록했다. 반면 자체 생산시설도 없는 애플은 2개의 모델만으로 휴대폰 판매량 6위, 스마트폰 판매량 3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성공 비결에 대해 하드웨어에 매달렸던 기존 휴대폰 업체와 달리 소프트웨어에 주목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휴대폰이 점점 PC를 닮아가면서 하드웨어보다 SW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SW야말로 전통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IT분야에서 신규서비스를 창출할 수 미래형 녹색성장 산업이다. 현재 전통산업에서의 SW 비중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HW 분야를 이미 추월했으며, 관련 제품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SW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정부도 기존의 HW 주도형 정책에서 SW가 서비스와 시스템을 주도하는 정책으로 변환을 꾀하고 있다. 지경부는 SW가 IT산업뿐 아니라 전 산업에 걸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B.O.N.E 프로그램'을 수립, 2010년부터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B.O.N.E는 기반기술과 창의기술 확보를 위한 가치지향형 R&D인 B(Basis), O(Opportunity)와 기술과 산업간 교량 역할을 하는 시장지향형 R&D인 N(National Needs), E(Empowerment)로 구성, 원천기술과 응용기술의 적절한 안배를 통해 추진된다. 또 연구수행 주체별 역할을 명확히 하고, 국내 SW 생태계를 복원하는 등 SW 산업을 경쟁력 있는 산업구조로 전환시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IT산업의 새로운 경쟁기반을 확보하고, 전통산업의 효율성과 고부가가치를 실현해 SW가 전 산업의 중심이 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다른 분야 전문가간
인적교류 등 선행돼야
시너지 효과 발휘
- 녹색산업의 성공을 위해서도 IT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지경부는 지난 1월 `녹색성장을 위한 IT산업전략(Green IT)'을 발표하고 세계 최고수준의 에너지 고효율 IT기술 확보와 녹색성장 기반조성, 신시장 창출이라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IT기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IT를 활용해 사회 전반의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여하는 그린IT 기술을 중점 발굴할 예정이다. 고효율 PC 및 IDC, 그린컴퓨팅, 친환경 조명 등이 사례다. IT활용 분야에서는 친환경 u-산업단지, 실시간에너지 절감기술, 그린홈 등을 통해 `Green of IT', `Green by IT'를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IT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에서 녹색 R&D에 대한 투자를 2013년까지 올해 대비 2배 이상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 KEIT는 PD(프로그램 디렉터)를 두고 융합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성과가 있는지 궁금하다.
"KEIT는 이미 2∼3년전부터 각 산업에서 융합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산업융합기술 R&D과제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으로 융합기술에 대한 경쟁이 본격화하고,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융합기술 개발의 전략적 추진이 절실하다. 이에 산업별로 산발적으로 추진되던 융합기술에 대한 R&D지원을 올해부터 IT융합 PD로 단일화해 세계의 트렌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융합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현재 `IT융합 산업 기술개발 로드맵'을 바탕으로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융합기술 R&D 지원을 추진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 향후 융합 산업기술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MIT에서 1940년부터 1945년까지 레이더 개발을 담당한 `레드랩'의 사례는 융합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당시 이 연구소에는 물리학자와 엔지니어, 화학자, 통계학자, 경제학자, 음악가까지 뒤섞여 있었다. 이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융합해 단기간에 실용적인 레이더를 개발했다. 레이더의 개발은 미국이 2차대전에서 승리하는 데 결정적 계기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에게도 이런 시도가 필요하다.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 다른 전공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인적교류와 토론의 장이 선행돼야 한다. 지경부는 지난해 초부터 6개의 IT-융합 포럼을 운영 중인데, 이를 더욱 활성화하고 그 범위를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융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력이다. `1+1=2'가 아니라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새로 나오는 TV화질이 좋아질수록 주류 판매가 줄어든다고 한다. 퇴근 후 술자리를 갖던 직장인들이 집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즐겨보기 때문이란다. 주류 회사 마케팅부서가 첨단기술을 경쟁관계로 의식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게임회사는 드라마를 경쟁상대로 인식하고, 자양강장제를 생산하는 회사는 테이크아웃 커피점을 라이벌로 여긴다고 한다. IT기술과 제조업이 활발하게 융합되려면 이렇게 산업간 경계를 넘나들면서 경쟁상대를 탐색하고 필요한 기술을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한다. 지경부는 IT융합기술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지난해 말 자동차와 조선 분야에서 `IT 융ㆍ복합 인력 양성 센터'를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분야뿐만 아니라 건설, 에너지, 의료 등 다른 주요 산업 분야로 융ㆍ복합 인력양성센터의 설립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 국내 R&D와 관련한 기관을 맡고 있는데, 그동안의 평가와 문제점, 개선점은 무엇인가?
"지경부의 R&D 예산이 4조원대에 이르고 있지만 R&D 프로세스는 1조원대의 방식을 답습하고 있어 중복지원과 비효율성의 문제가 제기되곤 했다. 그러나 이번 R&D기관 통합으로 지원 창구가 단순해졌고, 행정업무도 간소해졌다. 또 통합을 계기로 이전 기관들의 장점을 취합해 R&D과제 기획ㆍ평가ㆍ관리에 대한 전문성이 한층 강화됐다. 과제 선정 때 잡혔던 방향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하고, 아니면 과감하게 수정하고 지원방법을 바꿔보는 등 R&D 수행과정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과제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평가 방법을 그 특성에 맞게 적용하는 툴을 정립하는 중이다.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게 되면 세계 최고의 평가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 R&D 기관 통폐합에 따라 다양한 조직의 사람들이 한 곳에서 일하게 됐다. 그동안 이들의 조직적 융합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여러 기관이 하나로 통합되다 보니 조직문화가 다르고, 기관별로 인사제도 등이 달라 하나의 체제로 묶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때문에 물리적 통합에서 화학적 결합을 도모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방법은 서둘지 않고,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는 것이다. 현재 동호회ㆍ봉사단을 활성화시키는 한편 직원간 융화를 위해 월 1회 `팀 워크 데이'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선후배간 `멘토-멘티' 문화를 조성하고 `칭찬캠페인' 등을 통해 지금까지의 조직이 지녔던 상이한 문화를 서로 존중하고 수용하면서, 실용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KEIT만의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또 통합기관의 경영목표를 공유하고 개인의 성과가 부서와 기관의 성과로 이어지도록 업무 연계성을 강화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직원들이 통합을 계기로 자신의 역량을 새롭게 혁신하려는 의지가 강한 상황이라 업무 추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직원들의 열정이 피부로 느껴진다."
정리= 이근형기자 rilla@
사진= 이수용기자 lsy@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하 KEIT) 서영주 원장은 제조업과 IT기술의 `융합'을 강조한다. 서 원장은 "이제 융합은 피할 수 없는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한국의 장점인 IT와 자동차, 조선, 기계, 섬유 등 제조업의 융합이 잘 이뤄진다면 우리 경제가 세계 시장에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지식경제부 소관 산업기술 연구개발(R&D)을 기획하고 평가ㆍ관리하는 기관의 사령탑으로 서 원장이 그리는 `융합기술'의 밑그림은 수요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 원장은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창의적 연구개발도 좋지만 기존의 기술을 `다르게' 바라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융합'의 특성상 기존 기술을 접목시키는 아이디어만으로도 새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시장과 연계된 R&D의 기획과 평가관리가 필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서 원장의 복안은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린다. 전 세계가 융합기술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가운데, 우리의 제조업에 IT를 융합해 나가는 밑그림인 R&D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기관의 수장인 서 원장을 만나 그 구상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 서낙영 지식산업부장>
조선ㆍ국방으로 확산
선점땐 세계 주도
- 기술융합의 시대이다. 미래의 유망 융합기술에는 무엇이 있는가?
"2년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가전쇼 CES 기조연설에서 빌 게이츠는 다음의 IT시장을 자동차라고 말했다. 이 말은 지난 20여년간 IT분야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던 PC, 반도체, 휴대폰과 같은 스타 상품이 더 나오기 힘들다는 점과 앞으로는 IT와 융합된 자동차가 IT산업의 성장을 이끌 최대의 상품이 될 것이란 점에서 화제가 됐다.
자동차에서 IT제품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12∼13%이지만 앞으로 40%에 달할 전망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 이미 IT제품의 원가 비중이 35%를 넘고 이어 자동차는 앞으로 기계산업이 아닌 전자산업으로 분류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조선, 국방, 섬유 등에서도 IT기술 융합이 본격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융합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50∼80%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 IT기술이 세계 수준에 와 있어 융합기술에 대한 지원을 전략적ㆍ체계적으로 추진한다면 5년 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주력산업과 IT를 융합하는 기술개발 계획을 발표했는데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산업융합기술 분야는 지경부의 14대 전략분야 중 하나로, 지난해 전략기술과 부품소재, 중소기업 로드맵을 통합 연계하는 지식경제 통합기술 청사진에 포함돼 있다. KEIT는 기술개발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IT융합 전략기술 로드맵을 수립한 바 있다. 6대 주력산업별로 운영되고 있는 ITㆍ비IT분야 전문가 포럼의 의견을 R&D 기획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지경부는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융합기술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는데 연간 10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가장 두각을 보이는 IT융합 분야는 조선이다. 지난해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의 e-내비게이션을 의무화하는 국제법을 2012년부터 적용키로 의결했다. 그럴 경우 현재 선박 원가의 5∼10%를 차지하는 첨단 IT 기자재의 비중이 15%까지 증가해 10년뒤 30조원의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이에 지경부는 지난해 e-내비게이션 구축을 위한 기술개발 과제를 선정,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세계 1위의 조선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IT기반 선박용 토털 솔루션 개발', `지능형 디지털 선박의 통합관리시스템 개발' 등의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 지경부의 IT융합 지원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었을 때 기대 효과는?
"지난 10년간 전 산업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1%다. 각 요소의 기여도를 보면 IT가 90%다. IT기반 융합기술 개발을 선도할 경우 여러 산업에서 선진국과의 원천기술 격차가 해소되고 시장선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IT산업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지속성장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 IT산업과 다른 산업간 융합은 세계적으로 기술개발 초기단계에 있어 향후 성장과 기술발전의 기회가 무한하다. IT강국인 우리에게는 조선, 반도체 같은 세계 일류산업을 늘려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본다."
- 전통산업과 IT기술이 융합되려면 소프트웨어(SW)가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SW 산업이 약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부문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와 산업육성 계획은?
"지난해 삼성전자는 100여개의 휴대폰 모델을 쏟아내면서 세계 시장 판매량 2위와 스마트폰 판매량 5위를 기록했다. 반면 자체 생산시설도 없는 애플은 2개의 모델만으로 휴대폰 판매량 6위, 스마트폰 판매량 3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성공 비결에 대해 하드웨어에 매달렸던 기존 휴대폰 업체와 달리 소프트웨어에 주목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휴대폰이 점점 PC를 닮아가면서 하드웨어보다 SW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SW야말로 전통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IT분야에서 신규서비스를 창출할 수 미래형 녹색성장 산업이다. 현재 전통산업에서의 SW 비중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HW 분야를 이미 추월했으며, 관련 제품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SW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정부도 기존의 HW 주도형 정책에서 SW가 서비스와 시스템을 주도하는 정책으로 변환을 꾀하고 있다. 지경부는 SW가 IT산업뿐 아니라 전 산업에 걸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B.O.N.E 프로그램'을 수립, 2010년부터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B.O.N.E는 기반기술과 창의기술 확보를 위한 가치지향형 R&D인 B(Basis), O(Opportunity)와 기술과 산업간 교량 역할을 하는 시장지향형 R&D인 N(National Needs), E(Empowerment)로 구성, 원천기술과 응용기술의 적절한 안배를 통해 추진된다. 또 연구수행 주체별 역할을 명확히 하고, 국내 SW 생태계를 복원하는 등 SW 산업을 경쟁력 있는 산업구조로 전환시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IT산업의 새로운 경쟁기반을 확보하고, 전통산업의 효율성과 고부가가치를 실현해 SW가 전 산업의 중심이 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인적교류 등 선행돼야
시너지 효과 발휘
- 녹색산업의 성공을 위해서도 IT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지경부는 지난 1월 `녹색성장을 위한 IT산업전략(Green IT)'을 발표하고 세계 최고수준의 에너지 고효율 IT기술 확보와 녹색성장 기반조성, 신시장 창출이라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IT기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IT를 활용해 사회 전반의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여하는 그린IT 기술을 중점 발굴할 예정이다. 고효율 PC 및 IDC, 그린컴퓨팅, 친환경 조명 등이 사례다. IT활용 분야에서는 친환경 u-산업단지, 실시간에너지 절감기술, 그린홈 등을 통해 `Green of IT', `Green by IT'를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IT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에서 녹색 R&D에 대한 투자를 2013년까지 올해 대비 2배 이상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 KEIT는 PD(프로그램 디렉터)를 두고 융합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성과가 있는지 궁금하다.
"KEIT는 이미 2∼3년전부터 각 산업에서 융합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산업융합기술 R&D과제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으로 융합기술에 대한 경쟁이 본격화하고,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융합기술 개발의 전략적 추진이 절실하다. 이에 산업별로 산발적으로 추진되던 융합기술에 대한 R&D지원을 올해부터 IT융합 PD로 단일화해 세계의 트렌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융합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현재 `IT융합 산업 기술개발 로드맵'을 바탕으로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융합기술 R&D 지원을 추진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 향후 융합 산업기술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MIT에서 1940년부터 1945년까지 레이더 개발을 담당한 `레드랩'의 사례는 융합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당시 이 연구소에는 물리학자와 엔지니어, 화학자, 통계학자, 경제학자, 음악가까지 뒤섞여 있었다. 이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융합해 단기간에 실용적인 레이더를 개발했다. 레이더의 개발은 미국이 2차대전에서 승리하는 데 결정적 계기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에게도 이런 시도가 필요하다.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 다른 전공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인적교류와 토론의 장이 선행돼야 한다. 지경부는 지난해 초부터 6개의 IT-융합 포럼을 운영 중인데, 이를 더욱 활성화하고 그 범위를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융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력이다. `1+1=2'가 아니라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새로 나오는 TV화질이 좋아질수록 주류 판매가 줄어든다고 한다. 퇴근 후 술자리를 갖던 직장인들이 집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즐겨보기 때문이란다. 주류 회사 마케팅부서가 첨단기술을 경쟁관계로 의식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게임회사는 드라마를 경쟁상대로 인식하고, 자양강장제를 생산하는 회사는 테이크아웃 커피점을 라이벌로 여긴다고 한다. IT기술과 제조업이 활발하게 융합되려면 이렇게 산업간 경계를 넘나들면서 경쟁상대를 탐색하고 필요한 기술을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한다. 지경부는 IT융합기술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지난해 말 자동차와 조선 분야에서 `IT 융ㆍ복합 인력 양성 센터'를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분야뿐만 아니라 건설, 에너지, 의료 등 다른 주요 산업 분야로 융ㆍ복합 인력양성센터의 설립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 국내 R&D와 관련한 기관을 맡고 있는데, 그동안의 평가와 문제점, 개선점은 무엇인가?
"지경부의 R&D 예산이 4조원대에 이르고 있지만 R&D 프로세스는 1조원대의 방식을 답습하고 있어 중복지원과 비효율성의 문제가 제기되곤 했다. 그러나 이번 R&D기관 통합으로 지원 창구가 단순해졌고, 행정업무도 간소해졌다. 또 통합을 계기로 이전 기관들의 장점을 취합해 R&D과제 기획ㆍ평가ㆍ관리에 대한 전문성이 한층 강화됐다. 과제 선정 때 잡혔던 방향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하고, 아니면 과감하게 수정하고 지원방법을 바꿔보는 등 R&D 수행과정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과제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평가 방법을 그 특성에 맞게 적용하는 툴을 정립하는 중이다.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게 되면 세계 최고의 평가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 R&D 기관 통폐합에 따라 다양한 조직의 사람들이 한 곳에서 일하게 됐다. 그동안 이들의 조직적 융합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여러 기관이 하나로 통합되다 보니 조직문화가 다르고, 기관별로 인사제도 등이 달라 하나의 체제로 묶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때문에 물리적 통합에서 화학적 결합을 도모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방법은 서둘지 않고,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는 것이다. 현재 동호회ㆍ봉사단을 활성화시키는 한편 직원간 융화를 위해 월 1회 `팀 워크 데이'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선후배간 `멘토-멘티' 문화를 조성하고 `칭찬캠페인' 등을 통해 지금까지의 조직이 지녔던 상이한 문화를 서로 존중하고 수용하면서, 실용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KEIT만의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또 통합기관의 경영목표를 공유하고 개인의 성과가 부서와 기관의 성과로 이어지도록 업무 연계성을 강화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직원들이 통합을 계기로 자신의 역량을 새롭게 혁신하려는 의지가 강한 상황이라 업무 추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직원들의 열정이 피부로 느껴진다."
정리= 이근형기자 rilla@
사진= 이수용기자 ls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