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증남 울산과학기술대 석좌교수
세상이 망망대해와 같던 젊은 시절, 철학자의 말들이 내게 밝은 등대가 되곤 하였다.
"나는 생각한다, 잘되겠다고 노력하는 그 이상으로 잘 사는 방법은 없다고, 그리고 실제로 잘되어 간다고 느끼는 그 이상으로 큰 만족은 없다." 소크라테스의 이 말을 책상 앞에 써 붙여 놓았었고, "하늘이 사람에게 큰일을 맡길 때에는 반드시 먼저 그들의 마음을 괴롭히고 몸을 수고롭게 하고 또한 생활을 궁핍하게 하여 일마다 어긋나고 틀어지게 만든다.
이것은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인내심을 기르게 하고, 어려운 일을 많이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이다"라는 맹자의 말로 힘들고 지칠 때마다 읽어 위로를 받곤 하였다. "기억은 자존심에 굴복한다"는 니체의 말이 얼마나 멋있는 섬광 같은 표현인지 나이 들어서 알게 되었고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그러나 국소적으로 절대적이다"( Everything in the world is relative but locally absolute)라는 플라톤의 말은 내가 요즈음 뒤늦게 많이 인용하는 명언이다.
실로 철학적 격언들은 간결한 짜임새에 깊은 메시지가 녹아 있어 외워 되뇔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말들이다. 사춘기 학생시절, 인생이란 무엇이며, 신은 누구인가라는 의문으로 답답했을 때 철학도라면 그 답을 다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며, 일반사람들도 큰일을 꿋꿋이 잘 해낸 사람을 좋게 말하여 높게 평가할 때, `철학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플라톤은 최고의 정치 형태가 곧 철학자가 하는 정치라 주장하였고, 데카르트는 인간이 알고 이해할 수 있는 모든 것의 완전한 지식, 곧 지혜(wisdom)를 탐구하는 학문을 철학이라 정의하고, 스스로 형이상학뿐만 아니라 수학, 물리를 포함하는 자연과학, 의학 해부학과 윤리학 등 할 수 있는 모든 분야를 공부하였다. 그래서인지, `철학'이라는 단어는 두 글자만으로도 그냥 매력적이고 깊은 사색에 빠진 로댕의 조각물을 연상시킨다.
그런 `철학'의 산실인 철학과가 대학에서 축출되거나 축소되고 있다고 한다. 교육과학기술부 발표에 의하면 2009년 5월 현재 177개 4년제 일반대 중 철학과가 설치되어 있는 대학이 55개로 최근 10년 사이 8개 대학에서 폐쇄되거나 명칭이 변경되었다고 하였다. 지원하는 학생수가 줄어들면서 경쟁과 효율의 잣대로 판단하여 학과 통ㆍ폐합이란 특단의 구조 조정이 이루어진 여파 때문으로 철학과에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풀이하는 내용의 기사를 보았다. 그렇더라도 마치 지역개발로 정들게 살았던 고향 땅이 파묻혀 없어져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철학과가 대학에서 없어질 수도 없고 없어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옛날부터 `있어서 좋은 것'은 팽창과 축소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그 존재가치를 높여 왔다. 흔한 말이지만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미래사회에 큰 역할을 하는 노력을 경주한다면 `철학'이 다시 최고의 학문분야로 우뚝 재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지면을 빌어 미래 사회를 위하여 `철학인'들이 할 수 있는 역할 두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하나는 청소년을 위한 것이요 다른 하나는 노인들을 위한 것이다.
미래 사회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더 중차대한 역할을 하는 사회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회적 소프트웨어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형이상학적 원칙과 좋은 철학에 기반할 때 훌륭한 시민이 경영하는 사회가 된다.
21세기 인터넷-정보화시대를 사는 청소년들의 경우 분석적 지식은 쉽고 충분하게 습득할 수 있는 반면에, 원하는 목표 목적을 위한 융합적 지식은 창의성과 선(善)한 철학을 필요로 한다. "(공대학생들에게) 기술보다는 철학을 먼저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대교수가 있고, 철학도를 뽑아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한 대재벌 회장이 있으며, 세계적인 첼리스트 장한나 양이 하버드대학 철학도라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이처럼 `철학'이 미래지향적 교육방식인 융합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중에 이 의미를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한 방도로, 한발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청소년 교육 커리큘럼에 중-고등학생 때부터 철학 클래스를 도입하여 교육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청소년 학생들이 일찍부터 `철학'을 배워 무장한다면, `좋은 세상 만들기'에 참여한다는 높은 이상을 중심에 갖고 유행에 흔들림 없이 균형을 갖고 세상사에 임하는 자세를 갖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철학인'들이 잘 할 수 있는 일로서 초고령화로 내딛고 있는 사회시스템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할 것을 제안한다. 현실적으로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많아지면서 선진국에서는 나라마다 삶의 질을 유지, 향상시키기 위하여 여러 가지 고심 중에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가 의료 예산을 증가하고 기술적으로는 스마트홈(Smart Home)과 실버로봇의 도입 등을 통해 노인들의 독립적 생활 여건조성을 하도록 돕겠지만, 여기저기서 노인이 많아지는 현상을 두고 회색도시가 될 것이 염려된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만 많이 들린다.
여기서 우리 모두 생각의 틀을 바꿔보면 오히려 `노령인구가 많아지면서 더 좋은 세상'이 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같이 노령인구 문제를 긍정적으로 해결하는 데에 철학인들이 사회 소프트웨어적으로 중차대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즉, 가능한 한 많은 노인들을 `철학이 있는 사람'으로 교육하여 좋은 국가적 인적자원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역사를 통해 우리가 아는 것은, 물질이 풍요로웠던 나라는 그 수명이 잘해야 수백 년 정도였지만, 철학이 있어 좋은 정신적 유산을 가진 민족은 수천 년이 지나도 끄덕 없이 버티는 예를 유태인에게서 본다.
위에서 제안한 두 프로젝트만이라도 잘 성사된다면 철학계는 바빠지고 철학을 전공하겠다는 학생들도 많아질 것이며, 국가로 보아서도 큰 이익이 될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잘되겠다고 노력하는 그 이상으로 잘 사는 방법은 없다고, 그리고 실제로 잘되어 간다고 느끼는 그 이상으로 큰 만족은 없다." 소크라테스의 이 말을 책상 앞에 써 붙여 놓았었고, "하늘이 사람에게 큰일을 맡길 때에는 반드시 먼저 그들의 마음을 괴롭히고 몸을 수고롭게 하고 또한 생활을 궁핍하게 하여 일마다 어긋나고 틀어지게 만든다.
이것은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인내심을 기르게 하고, 어려운 일을 많이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이다"라는 맹자의 말로 힘들고 지칠 때마다 읽어 위로를 받곤 하였다. "기억은 자존심에 굴복한다"는 니체의 말이 얼마나 멋있는 섬광 같은 표현인지 나이 들어서 알게 되었고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그러나 국소적으로 절대적이다"( Everything in the world is relative but locally absolute)라는 플라톤의 말은 내가 요즈음 뒤늦게 많이 인용하는 명언이다.
실로 철학적 격언들은 간결한 짜임새에 깊은 메시지가 녹아 있어 외워 되뇔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말들이다. 사춘기 학생시절, 인생이란 무엇이며, 신은 누구인가라는 의문으로 답답했을 때 철학도라면 그 답을 다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며, 일반사람들도 큰일을 꿋꿋이 잘 해낸 사람을 좋게 말하여 높게 평가할 때, `철학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플라톤은 최고의 정치 형태가 곧 철학자가 하는 정치라 주장하였고, 데카르트는 인간이 알고 이해할 수 있는 모든 것의 완전한 지식, 곧 지혜(wisdom)를 탐구하는 학문을 철학이라 정의하고, 스스로 형이상학뿐만 아니라 수학, 물리를 포함하는 자연과학, 의학 해부학과 윤리학 등 할 수 있는 모든 분야를 공부하였다. 그래서인지, `철학'이라는 단어는 두 글자만으로도 그냥 매력적이고 깊은 사색에 빠진 로댕의 조각물을 연상시킨다.
그런 `철학'의 산실인 철학과가 대학에서 축출되거나 축소되고 있다고 한다. 교육과학기술부 발표에 의하면 2009년 5월 현재 177개 4년제 일반대 중 철학과가 설치되어 있는 대학이 55개로 최근 10년 사이 8개 대학에서 폐쇄되거나 명칭이 변경되었다고 하였다. 지원하는 학생수가 줄어들면서 경쟁과 효율의 잣대로 판단하여 학과 통ㆍ폐합이란 특단의 구조 조정이 이루어진 여파 때문으로 철학과에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풀이하는 내용의 기사를 보았다. 그렇더라도 마치 지역개발로 정들게 살았던 고향 땅이 파묻혀 없어져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철학과가 대학에서 없어질 수도 없고 없어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옛날부터 `있어서 좋은 것'은 팽창과 축소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그 존재가치를 높여 왔다. 흔한 말이지만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미래사회에 큰 역할을 하는 노력을 경주한다면 `철학'이 다시 최고의 학문분야로 우뚝 재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지면을 빌어 미래 사회를 위하여 `철학인'들이 할 수 있는 역할 두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하나는 청소년을 위한 것이요 다른 하나는 노인들을 위한 것이다.
미래 사회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더 중차대한 역할을 하는 사회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회적 소프트웨어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형이상학적 원칙과 좋은 철학에 기반할 때 훌륭한 시민이 경영하는 사회가 된다.
21세기 인터넷-정보화시대를 사는 청소년들의 경우 분석적 지식은 쉽고 충분하게 습득할 수 있는 반면에, 원하는 목표 목적을 위한 융합적 지식은 창의성과 선(善)한 철학을 필요로 한다. "(공대학생들에게) 기술보다는 철학을 먼저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대교수가 있고, 철학도를 뽑아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한 대재벌 회장이 있으며, 세계적인 첼리스트 장한나 양이 하버드대학 철학도라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이처럼 `철학'이 미래지향적 교육방식인 융합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중에 이 의미를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한 방도로, 한발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청소년 교육 커리큘럼에 중-고등학생 때부터 철학 클래스를 도입하여 교육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청소년 학생들이 일찍부터 `철학'을 배워 무장한다면, `좋은 세상 만들기'에 참여한다는 높은 이상을 중심에 갖고 유행에 흔들림 없이 균형을 갖고 세상사에 임하는 자세를 갖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철학인'들이 잘 할 수 있는 일로서 초고령화로 내딛고 있는 사회시스템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할 것을 제안한다. 현실적으로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많아지면서 선진국에서는 나라마다 삶의 질을 유지, 향상시키기 위하여 여러 가지 고심 중에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가 의료 예산을 증가하고 기술적으로는 스마트홈(Smart Home)과 실버로봇의 도입 등을 통해 노인들의 독립적 생활 여건조성을 하도록 돕겠지만, 여기저기서 노인이 많아지는 현상을 두고 회색도시가 될 것이 염려된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만 많이 들린다.
여기서 우리 모두 생각의 틀을 바꿔보면 오히려 `노령인구가 많아지면서 더 좋은 세상'이 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같이 노령인구 문제를 긍정적으로 해결하는 데에 철학인들이 사회 소프트웨어적으로 중차대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즉, 가능한 한 많은 노인들을 `철학이 있는 사람'으로 교육하여 좋은 국가적 인적자원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역사를 통해 우리가 아는 것은, 물질이 풍요로웠던 나라는 그 수명이 잘해야 수백 년 정도였지만, 철학이 있어 좋은 정신적 유산을 가진 민족은 수천 년이 지나도 끄덕 없이 버티는 예를 유태인에게서 본다.
위에서 제안한 두 프로젝트만이라도 잘 성사된다면 철학계는 바빠지고 철학을 전공하겠다는 학생들도 많아질 것이며, 국가로 보아서도 큰 이익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