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연 6.9% 성장… 2012년 1000억 시장
파이오링크ㆍ라드웨어ㆍLG노텔 선두권 형성
파이오링크ㆍ라드웨어ㆍLG노텔 선두권 형성
최근 국내 통신장비 시장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파이오링크와 라드웨어코리아가 시장조사업체 한국IDC가 발표한 L4-L7 스위치 시장보고서를 놓고 `진실공방`을 벌인 것이다. 국내 업체인 파이오링크가 올 1분기 L4-L7 스위치 시장에서 점유율 32%로 2위 업체와 2배 이상의 격차를 벌렸다고 밝히자 라드웨어는 전혀 근거가 없는 내용이라며 발끈했다. 한국IDC는 공식적으로 자료를 전달한 적이 없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줄곧 국내 시장 1위를 자신해온 라드웨어로서는 자존심을 구긴 셈이 됐다.
◇시장포화가 낳은 치열한 경쟁〓이번 일은 시장조사업체의 마케팅 전략 혼선이 빚은 촌극이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 L4-L7 스위치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에 있다. 현재 국내 L4-L7 스위치 시장에서 활약 중인 업체는 어림잡아 10여 개에 달한다. 라드웨어, 파이오링크, 시스코가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F5네트웍스, 시트릭스, 파운드리 등이 맹렬한 기세로 추격하고 있다. 시장 자체는 800억원 내외의 작지 않은 규모지만 시장포화로 인해 신규 고객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의 성장이 더디고 독주하는 회사가 없기에 각 업체들은 시장보고서의 점유율 순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단기적인 시장점유율 변동에도 업체들의 희비는 엇갈린다. 업계 전문가들은 L4-L7 스위치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한국IDC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애플리케이션 네트워킹 장비시장은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6.9%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오는 2012년에 약 1000억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신규 고객 확보와 더불어 상대 업체의 고객을 빼앗아오는 `윈백(win-back)` 전략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4-L7 스위치 시장에서 `권토중래` 노리는 LG노텔〓올 1월에 세계 통신장비 시장의 이목이 한 곳에 쏠렸다. 캐나다 최대 통신장비 기업인 노텔네트웍스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보호 신청을 한 것이다. 일사천리로 각 사업부의 매각이 진행된 가운데 노텔네트웍스의 스위치 사업부인 `알테온`은 라드웨어에 매각됐다.
히지만 알테온은 국내 L4-L7 스위치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알테온의 국내 사업권을 놓고 LG노텔과 라드웨어코리아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LG노텔은 알테온을 절대로 라드웨어코리아에 넘겨줄 수 없다며 `알테온 사수`를 외쳤다.
LG노텔이 알테온에 집착한 이유는 간단했다. 굳이 마케팅과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도 매출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효자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노텔의 전체 매출 1조원 중 알테온의 비중은 250여억원에 불과했지만 전 세계 알테온 매출의 30%에 달할 정도로 세계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 매출 대비 수익성뿐만 아니라 기타 통신장비 사업부와 연계되어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도 무시 못할 요소였다.
알테온을 둘러싼 LG노텔과 라드웨어코리아의 줄다리기는 근 한 달을 넘도록 이어지다 결국 라드웨어코리아의 승리로 끝났다. 라드웨어코리아는 알테온을 손에 넣음으로써 단숨에 국내 L4-L7 스위치 시장의 강자로 올라섰다. 알테온에 적잖은 공을 들인 LG노텔로은 적잖은 당혹감에 빠졌다.
하지만 LG노텔은 이내 시트릭스와 전격 제휴를 선언하며 다시 스위치 시장 공략에 뛰어들었다. 두 회사의 제휴는 세계 L4-L7 스위치 시장 2위를 점유하고 있는 시트릭스에 LG노텔의 막강한 영업력과 판매망이 더해진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국내 스위치 시장 구도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하이엔드급 스위치에 주력해온 시트릭스도 제품 라인업을 한층 다양화할 수 있어 두 회사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LG노텔의 자회사인 지엔텔이 보유한 400여명의 유지보수 전문인력도 강력한 장점으로 꼽힌다. LG노텔은 올해 안으로 시트릭스와 공동으로 개발한 보급형 L4-L7 스위치를 선보이는 한편 해외 수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후발업체들의 도전도 거세〓국내 L4-L7 스위치 시장은 올 상반기 여러 곡절을 겪으면서 크게 파이오링크, 라드웨어(알테온), LG노텔(시트릭스)의 3강 구도로 재편됐다. 하지만 후발업체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먼저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F5네트웍스는 여전히 다크호스로 불린다. F5네트웍스는 그동안 세계에서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높은 가격대와 영업 미숙 등으로 고전을 거듭하며 한때 `한국시장 철수`라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전격적으로 지사장 교체를 단행하며 세계 시장 1위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전통의 강호인 시스코도 꾸준히 시장 공략을 이어가고 있다. 시스코에 있어 L4-L7 스위치 시장은 매출 면에서 그리 큰 규모가 아니지만 워낙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기존 고객들로부터의 매출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이밖에 시트릭스도 LG노텔과의 협력과는 별개로 시장에서의 고삐를 쥐고 있으며 브로케이드도 최근 파운드리네트웍스 인수를 통해 점유율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L4-L7 시장의 판도가 보안 성능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단일 스위치 안에 로드밸런싱, 트래픽 분산, 웹ㆍ왠 가속기, 침입방지시스템 등의 기능이 탑재되면서 보안 성능이 제품의 전체적인 성능을 결정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일어난 7ㆍ7 사이버 공격에서 알 수 있듯이 보안기능에 충실하지 않은 L4-L7 장비는 한순간에 고객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며 "보안이 통신장비의 핵심기능으로 떠오름에 따라 가격뿐만 아니라 얼마나 보안기능에 충실한 제품을 내놓느냐에 따라 시장의 성패가 엇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zscape@
◆용어설명=L4-L7 스위치
트래픽 부하를 분산하고 지능형 트래픽 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L4 기능과 네트워크 보안기능을 제공하는 L7 기능을 결합한 스위치. 각종 바이러스 및 분산서비스 거부(DDoS) 공격 등의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TCP/UDP 포트 정보만을 바탕으로 데이터(패킷)를 분류하는 L4 스위치와 달리 패킷 URL 정보 등의 데이터를 지능적으로 판단해 적절한 서버에 전달하는 기능을 갖췄다.
◇시장포화가 낳은 치열한 경쟁〓이번 일은 시장조사업체의 마케팅 전략 혼선이 빚은 촌극이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 L4-L7 스위치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에 있다. 현재 국내 L4-L7 스위치 시장에서 활약 중인 업체는 어림잡아 10여 개에 달한다. 라드웨어, 파이오링크, 시스코가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F5네트웍스, 시트릭스, 파운드리 등이 맹렬한 기세로 추격하고 있다. 시장 자체는 800억원 내외의 작지 않은 규모지만 시장포화로 인해 신규 고객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의 성장이 더디고 독주하는 회사가 없기에 각 업체들은 시장보고서의 점유율 순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단기적인 시장점유율 변동에도 업체들의 희비는 엇갈린다. 업계 전문가들은 L4-L7 스위치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한국IDC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애플리케이션 네트워킹 장비시장은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6.9%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오는 2012년에 약 1000억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신규 고객 확보와 더불어 상대 업체의 고객을 빼앗아오는 `윈백(win-back)` 전략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4-L7 스위치 시장에서 `권토중래` 노리는 LG노텔〓올 1월에 세계 통신장비 시장의 이목이 한 곳에 쏠렸다. 캐나다 최대 통신장비 기업인 노텔네트웍스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보호 신청을 한 것이다. 일사천리로 각 사업부의 매각이 진행된 가운데 노텔네트웍스의 스위치 사업부인 `알테온`은 라드웨어에 매각됐다.
히지만 알테온은 국내 L4-L7 스위치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알테온의 국내 사업권을 놓고 LG노텔과 라드웨어코리아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LG노텔은 알테온을 절대로 라드웨어코리아에 넘겨줄 수 없다며 `알테온 사수`를 외쳤다.
LG노텔이 알테온에 집착한 이유는 간단했다. 굳이 마케팅과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도 매출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효자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노텔의 전체 매출 1조원 중 알테온의 비중은 250여억원에 불과했지만 전 세계 알테온 매출의 30%에 달할 정도로 세계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 매출 대비 수익성뿐만 아니라 기타 통신장비 사업부와 연계되어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도 무시 못할 요소였다.
알테온을 둘러싼 LG노텔과 라드웨어코리아의 줄다리기는 근 한 달을 넘도록 이어지다 결국 라드웨어코리아의 승리로 끝났다. 라드웨어코리아는 알테온을 손에 넣음으로써 단숨에 국내 L4-L7 스위치 시장의 강자로 올라섰다. 알테온에 적잖은 공을 들인 LG노텔로은 적잖은 당혹감에 빠졌다.
하지만 LG노텔은 이내 시트릭스와 전격 제휴를 선언하며 다시 스위치 시장 공략에 뛰어들었다. 두 회사의 제휴는 세계 L4-L7 스위치 시장 2위를 점유하고 있는 시트릭스에 LG노텔의 막강한 영업력과 판매망이 더해진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국내 스위치 시장 구도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하이엔드급 스위치에 주력해온 시트릭스도 제품 라인업을 한층 다양화할 수 있어 두 회사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LG노텔의 자회사인 지엔텔이 보유한 400여명의 유지보수 전문인력도 강력한 장점으로 꼽힌다. LG노텔은 올해 안으로 시트릭스와 공동으로 개발한 보급형 L4-L7 스위치를 선보이는 한편 해외 수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후발업체들의 도전도 거세〓국내 L4-L7 스위치 시장은 올 상반기 여러 곡절을 겪으면서 크게 파이오링크, 라드웨어(알테온), LG노텔(시트릭스)의 3강 구도로 재편됐다. 하지만 후발업체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먼저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F5네트웍스는 여전히 다크호스로 불린다. F5네트웍스는 그동안 세계에서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높은 가격대와 영업 미숙 등으로 고전을 거듭하며 한때 `한국시장 철수`라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전격적으로 지사장 교체를 단행하며 세계 시장 1위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전통의 강호인 시스코도 꾸준히 시장 공략을 이어가고 있다. 시스코에 있어 L4-L7 스위치 시장은 매출 면에서 그리 큰 규모가 아니지만 워낙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기존 고객들로부터의 매출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이밖에 시트릭스도 LG노텔과의 협력과는 별개로 시장에서의 고삐를 쥐고 있으며 브로케이드도 최근 파운드리네트웍스 인수를 통해 점유율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L4-L7 시장의 판도가 보안 성능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단일 스위치 안에 로드밸런싱, 트래픽 분산, 웹ㆍ왠 가속기, 침입방지시스템 등의 기능이 탑재되면서 보안 성능이 제품의 전체적인 성능을 결정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일어난 7ㆍ7 사이버 공격에서 알 수 있듯이 보안기능에 충실하지 않은 L4-L7 장비는 한순간에 고객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며 "보안이 통신장비의 핵심기능으로 떠오름에 따라 가격뿐만 아니라 얼마나 보안기능에 충실한 제품을 내놓느냐에 따라 시장의 성패가 엇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zscape@
◆용어설명=L4-L7 스위치
트래픽 부하를 분산하고 지능형 트래픽 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L4 기능과 네트워크 보안기능을 제공하는 L7 기능을 결합한 스위치. 각종 바이러스 및 분산서비스 거부(DDoS) 공격 등의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TCP/UDP 포트 정보만을 바탕으로 데이터(패킷)를 분류하는 L4 스위치와 달리 패킷 URL 정보 등의 데이터를 지능적으로 판단해 적절한 서버에 전달하는 기능을 갖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