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고려대 정보경영공학부 교수
1997년쯤 미국의 명문대학 카네기멜론에서 놀라운 기술이 개발되었다. 소위 캡차(CAPTCHA)라 불리는 것이 그것이다. 포털에 가입할 때 자주 이것을 접하게 된다. 이상하게 비틀려 읽기 어렵게 만들어진 문자 조합이 그 핵심기술이다.
로봇을 이용해서 대량으로 포털에 가입해 스팸 메일을 보내는 것을 막기 위해 이게 도입되었다. 사람이라면 아무리 비틀어도 무슨 글자인지 알 수 있지만 기계는 그럴 수 없다는 가정 아래.
기계는 비틀린 글자를 아직 완벽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기계가 인간 수준으로 그 글자들을 인식할 수 있을 때쯤이면 인간은 기계의 노예로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튜링 테스트는 기계가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지능을 지녔는지 확인하기 위해 제안되었다. 제안한 사람은 컴퓨터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앨런 튜링이다. 캡차는 튜링 테스트의 일종이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기계는 인간만큼 지능이 뛰어나지 못하다. 로봇은 패턴인식 기술에 의존해 캡차를 돌파한다. 그런데 패턴인식 기술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렇다고 안심할 때도 아니다. 공격자들도 만만치 않다. 그들에게는 아주 손쉬운 대안이 있다.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면 된다. 수천 개의 캡차를 깨트리는데 수천 원의 일당을 준대도 지원할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기술만능주의에 빠진 엔지니어들은 기술과 전혀 무관한 우회로가 있다는 것을 가끔 망각한다. 명심할 일이다.
로봇이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이 당분간은 불가능해 보인다. 패턴 인식을 좋은 목적에 쓴다는데도 그렇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리캡차(reCAPTCHA) 기술이다. 기술이라기 보다 발상의 전환이라는 게 정확한 표현일 터.
세계적으로 캡차의 글자 판독에 하루 15만 시간쯤 투입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그 시간을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과거의 문헌이나 신문 등을 디지털 정보로 변환하는 작업이 세계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기계판독 기술의 한계로 모든 글자를 명확히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캡차 기술을 이용한다. 우선 캡차 글자와 기계 판독이 어려운 글자를 보여주고 둘 다 입력하게 한다. 캡차 글자를 제대로 입력했다면 다른 글자도 정확할 가능성이 높다. 왜? 캡차를 맞출 정도였으니 지능이 높은 인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통해 판독하기 어려웠던 글자 조합 하나가 판독되니 좋지 아니한가?
이 아이디어를 낸 학자가 카네기멜론의 교수 `루이스 본 안'이다. 그는 2006년 맥아더 펠로우십을 비롯해 다양한 명예를 차지한 천재이다. 그는 캡차를 이론적으로 연구해 명성을 얻었으며, 2006년 목적이 있는 게임 즉, GWAP(game with a purpose) 아이디어를 담은 박사학위 논문을 완성했다.
게임이 즐거움을 주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간만 죽이는 무익한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게임이 재미도 있고 유용하다면? 두 사람에게 같은 사진을 보여주고 그 사진에 가장 적합한 단어를 입력하게 하는 게임이 있다. 입력한 단어가 상대방의 것과 일치하면 포인트를 얻게 된다. 그게 유용하다고? 그렇다. 그림이나 비디오에 태그를 붙이는데 크게 기여한다. 그 ESP(초감각적 지각) 게임이 구글 이미지 검색의 정확성을 높이는데 활용되고 있다.
그가 공익적 목적을 위해 리캡차를 제안했다. 그가 1979년 출생했으니 이제 30세의 젊은이다. 리캡차를 위해 매일 3000만 개 이상의 영상이 제공되어 하루 160권 이상의 도서에 해당하는 정보를 처리해서 1만 맨아워의 노동력에 맞먹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인터넷 서점들은 빈약한 요약문에 장황한 마케팅 서평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그런데 구글은 책을 통째로 복사해서 웹에 대부분 올린다. 저작권 보호 등을 이유로 그림이나 일부 페이지를 제외시키지만 키워드 검색도 가능해서 여간 편리한 게 아니다. 대부분의 페이지를 그대로 볼 수 있다. 여기에도 리캡차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
지난 여름 당신이 한 일을 알 수 있다? 당신이 태어나기 전부터의 모든 기록이 웹에 올라갈지 모른다. 정보가 넘쳐난다. 그 정보를 이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우리 몫이다. 차세대 먹거리를 위해 상상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살고 있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로봇을 이용해서 대량으로 포털에 가입해 스팸 메일을 보내는 것을 막기 위해 이게 도입되었다. 사람이라면 아무리 비틀어도 무슨 글자인지 알 수 있지만 기계는 그럴 수 없다는 가정 아래.
기계는 비틀린 글자를 아직 완벽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기계가 인간 수준으로 그 글자들을 인식할 수 있을 때쯤이면 인간은 기계의 노예로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튜링 테스트는 기계가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지능을 지녔는지 확인하기 위해 제안되었다. 제안한 사람은 컴퓨터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앨런 튜링이다. 캡차는 튜링 테스트의 일종이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기계는 인간만큼 지능이 뛰어나지 못하다. 로봇은 패턴인식 기술에 의존해 캡차를 돌파한다. 그런데 패턴인식 기술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렇다고 안심할 때도 아니다. 공격자들도 만만치 않다. 그들에게는 아주 손쉬운 대안이 있다.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면 된다. 수천 개의 캡차를 깨트리는데 수천 원의 일당을 준대도 지원할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기술만능주의에 빠진 엔지니어들은 기술과 전혀 무관한 우회로가 있다는 것을 가끔 망각한다. 명심할 일이다.
로봇이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이 당분간은 불가능해 보인다. 패턴 인식을 좋은 목적에 쓴다는데도 그렇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리캡차(reCAPTCHA) 기술이다. 기술이라기 보다 발상의 전환이라는 게 정확한 표현일 터.
세계적으로 캡차의 글자 판독에 하루 15만 시간쯤 투입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그 시간을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과거의 문헌이나 신문 등을 디지털 정보로 변환하는 작업이 세계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기계판독 기술의 한계로 모든 글자를 명확히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캡차 기술을 이용한다. 우선 캡차 글자와 기계 판독이 어려운 글자를 보여주고 둘 다 입력하게 한다. 캡차 글자를 제대로 입력했다면 다른 글자도 정확할 가능성이 높다. 왜? 캡차를 맞출 정도였으니 지능이 높은 인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통해 판독하기 어려웠던 글자 조합 하나가 판독되니 좋지 아니한가?
이 아이디어를 낸 학자가 카네기멜론의 교수 `루이스 본 안'이다. 그는 2006년 맥아더 펠로우십을 비롯해 다양한 명예를 차지한 천재이다. 그는 캡차를 이론적으로 연구해 명성을 얻었으며, 2006년 목적이 있는 게임 즉, GWAP(game with a purpose) 아이디어를 담은 박사학위 논문을 완성했다.
게임이 즐거움을 주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간만 죽이는 무익한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게임이 재미도 있고 유용하다면? 두 사람에게 같은 사진을 보여주고 그 사진에 가장 적합한 단어를 입력하게 하는 게임이 있다. 입력한 단어가 상대방의 것과 일치하면 포인트를 얻게 된다. 그게 유용하다고? 그렇다. 그림이나 비디오에 태그를 붙이는데 크게 기여한다. 그 ESP(초감각적 지각) 게임이 구글 이미지 검색의 정확성을 높이는데 활용되고 있다.
그가 공익적 목적을 위해 리캡차를 제안했다. 그가 1979년 출생했으니 이제 30세의 젊은이다. 리캡차를 위해 매일 3000만 개 이상의 영상이 제공되어 하루 160권 이상의 도서에 해당하는 정보를 처리해서 1만 맨아워의 노동력에 맞먹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인터넷 서점들은 빈약한 요약문에 장황한 마케팅 서평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그런데 구글은 책을 통째로 복사해서 웹에 대부분 올린다. 저작권 보호 등을 이유로 그림이나 일부 페이지를 제외시키지만 키워드 검색도 가능해서 여간 편리한 게 아니다. 대부분의 페이지를 그대로 볼 수 있다. 여기에도 리캡차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
지난 여름 당신이 한 일을 알 수 있다? 당신이 태어나기 전부터의 모든 기록이 웹에 올라갈지 모른다. 정보가 넘쳐난다. 그 정보를 이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우리 몫이다. 차세대 먹거리를 위해 상상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살고 있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