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종 정보미디어부 기자
"KT와 사업하면 망한다" 오래 전부터 벤처기업들 사이에서 돌던 얘기다. 지난 6월 29일 이석채 KT 회장도 협력사와의 상생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 말을 인용했다. 이 회장은 한 협력사 대표로부터 이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 이후 KT와 협력사간의 관계는 어떻게 변했을까. 최근 KT는 `KT CAS 공동개발협력사`를 선정한 바 있다. 모두 4곳이 참여해 2곳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KT가 이 과정에서 공개한 제안요청서(RFP)를 보면 KT의 `상생방안` 방안이 실제 현장에서는 얼마나 잘 이행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RFP에 따르면 KT는 CAS 공동개발의 비용을 4억8000만원 이하로 책정했으며 셋톱박스당 라이선스 비용을 2500원 이하로 제안하도록 했다. 방송 시스템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이 조건을 보며 한결같이 쓴웃음을 지었다.
기존에 방송사들이 CAS 업체에 주는 셋톱박스당 라이선스 비용은 1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비해 2500원은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라는 것이다. 상한선이 그 정도니 당연히 입찰에 참여했던 기업들은 그 이하 가격으로 써냈을 터다.
대당 공급가를 최대 2500원으로 책정할 경우 KT가 100만대의 셋톱박스에 해당 업체의 CAS를 적용해야 겨우 25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CAS 업체 입장에서는 이 정도로는 개발비도 못 건지는 수준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KT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이 업체가 다른 방송 사업자에 CAS 시스템을 공급할 경우 KT 보다 높은 수준의 공급대가를 요구할 수는 없다. 이는 다른 국산 CAS 업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국산 CAS의 공급가격이 전체적으로 낮아지게 되는 결과가 된다.
한 방송사의 CTO는 "국산 CAS 기업이 어려워지면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못하게 돼 결국 그 피해가 방송사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벤처기업들도 이와 같은 상황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KT라는 거대한 레퍼런스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불리한 조건이라도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IT 중견 기업의 임원은 "KT는 달콤하지만 독이 든 사과와 마찬가지다. 그 유혹이 너무 강해 독이 든 걸 알면서도 떨치지 못한다" 고 말했다. KT가 통신업계의 맏형으로써 협력사들과 진정한 파트너십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보미디어부 강희종기자 mindle@
그 이후 KT와 협력사간의 관계는 어떻게 변했을까. 최근 KT는 `KT CAS 공동개발협력사`를 선정한 바 있다. 모두 4곳이 참여해 2곳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KT가 이 과정에서 공개한 제안요청서(RFP)를 보면 KT의 `상생방안` 방안이 실제 현장에서는 얼마나 잘 이행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RFP에 따르면 KT는 CAS 공동개발의 비용을 4억8000만원 이하로 책정했으며 셋톱박스당 라이선스 비용을 2500원 이하로 제안하도록 했다. 방송 시스템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이 조건을 보며 한결같이 쓴웃음을 지었다.
기존에 방송사들이 CAS 업체에 주는 셋톱박스당 라이선스 비용은 1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비해 2500원은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라는 것이다. 상한선이 그 정도니 당연히 입찰에 참여했던 기업들은 그 이하 가격으로 써냈을 터다.
대당 공급가를 최대 2500원으로 책정할 경우 KT가 100만대의 셋톱박스에 해당 업체의 CAS를 적용해야 겨우 25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CAS 업체 입장에서는 이 정도로는 개발비도 못 건지는 수준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KT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이 업체가 다른 방송 사업자에 CAS 시스템을 공급할 경우 KT 보다 높은 수준의 공급대가를 요구할 수는 없다. 이는 다른 국산 CAS 업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국산 CAS의 공급가격이 전체적으로 낮아지게 되는 결과가 된다.
한 방송사의 CTO는 "국산 CAS 기업이 어려워지면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못하게 돼 결국 그 피해가 방송사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벤처기업들도 이와 같은 상황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KT라는 거대한 레퍼런스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불리한 조건이라도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IT 중견 기업의 임원은 "KT는 달콤하지만 독이 든 사과와 마찬가지다. 그 유혹이 너무 강해 독이 든 걸 알면서도 떨치지 못한다" 고 말했다. KT가 통신업계의 맏형으로써 협력사들과 진정한 파트너십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보미디어부 강희종기자 mind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