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희 한국코닝 대표이사 사장
일년에 두 번 미국 본사에서 경영자 그룹 회의가 있다. 1월에는 새해의 목표와 그룹의 전략방향에 대한 협의를 하고, 7월에는 상반기 결과를 결산하며 다음해를 준비하는 전략을 공유한다. 꼬박 이틀을 대강당에 앉자 잠깐 허리펼 수 있는 휴식시간을 기다리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회의다.
매번 이 회의에는 외부연사를 초청해서 강연을 듣는다. 지난주에 열린 경영자그룹회의에는 처음으로 그룹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분을 연사로 모셨다. 유명 식품회사인 캘로그의 회장을 역임하고 부시 정권에서 상무비서관을 역임한 카를로스 구티에르(Carlos M. Gutierrez)씨가 초청됐다.
카를로스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주도한 사람으로 현 미국의 정책적 변화와 연관해 어떻게 비즈니스를 혁신적으로 이끌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강연을 마치고 질의응답시간에 폐사의 CTO인 밀러박사가 "Do we need to do Innovation?"(혁신을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아주 원초적인 질문을 했다. 필자는 이 질문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혁신기술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코닝에서 그 혁신을 이끌어가고 있는 리더에게서 의외의 질문이 나온 것이다. 카를로스도 순간 멈칫하는 듯 했다. 그 후 내부 전략을 리뷰하는 세션에서 기술연구소의 수석 부사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모어박사가 혁신기술을 만들어 가는 연구소의 현실과 어려움에 대해서 발표했다.
핵심을 정리하면, 혁신기술은 먼저 시간을 가지고 투자해야 하는 것으로 많은 인내심을 요구하기 때문에 경영그룹의 많은 지원과 협조를 요청한다는 것이었다.
앞에 말한 밀러박사의 질문과 모어박사의 발표로 기술개발을 통해 혁신을 이끄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특히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요즘 구조조정과 긴축재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룹 총 매출의 13%가 넘는 예산으로 연구개발의 총대를 메고 있는 리더들 입장에서는 두 어깨가 무겁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은 무섭게 변하고 있다. 과거 라디오를 통해 정보를 얻는 이용자가 5000만명이 되기까지는 38년이란 시간이 걸렸고, TV를 통해서는 13년이 걸렸다.
반면 최근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 인구가 5000만명이 넘은 것은 불과 4년밖에 걸리지 않았고, 나아가 MP3는 3년 안에 이 숫자를 돌파했다고 한다.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기술혁신을 통해 일어나고 있다. 최근 미국 유수잡지에 발표된 2010년 주목받을 직업 10가지는 2004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라고 한다.
새로운 기술정보가 앞으로 2년마다 2배 이상씩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기술 혁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내를 가지고 투자를 해야한다? 아이러니다. 앞서 말 한대로라면 지금 공학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들이 3학년에 올라가면 이미 앞에 배운 내용들을 써 먹기도 전에 구닥다리가 되고 만다는 것인데...
필자는 요즘 혁신의 의미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게 됐다. 이렇게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진정 혁신이란 무얼 말하는 것이고 어떻게 해야 생존을 위한 혁신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가.
최근 프랑스 인시아드(INSEAD)경영대학원의 한 교수가 새롭게 혁신을 정의하는 책을 발간했는데 이 책에서 혁신은 변화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며 새로운 매뉴얼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혁신이 단순한 제품이나 기술의 개발 단계를 넘어서서 가치와 효용을 전달하는 정도에 따라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코닝의 최근 혁신은 이미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58년이 넘는 역사 동안 지속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투자한 기초기술개발이 최근 들어 인접기술(Adjacency) 개발 전략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30년 전에 자동차 창문용으로 개발된 유리가 지금 전 세계 LCD TV에 들어가고 있으며, 2년 전에는 상상하지도 않았던 휴대폰의 핵심 부품으로 적용되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제품에 적용을 기다리고 있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밀러박사가 질문한대로 혁신은 해야 하는가? 혁신기술개발은 정말 인내를 필요로 하는 것인가?
어렵게 출발할 것이 아니라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돌아보고 그 안에서 또 다른 가치를 찾아내는 눈을 가지는 것이 곧 혁신이 아닐까. 이것이 바로 이런 변화속에서 미래를 위해 무엇인가를 준비하는 혁신의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매번 이 회의에는 외부연사를 초청해서 강연을 듣는다. 지난주에 열린 경영자그룹회의에는 처음으로 그룹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분을 연사로 모셨다. 유명 식품회사인 캘로그의 회장을 역임하고 부시 정권에서 상무비서관을 역임한 카를로스 구티에르(Carlos M. Gutierrez)씨가 초청됐다.
카를로스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주도한 사람으로 현 미국의 정책적 변화와 연관해 어떻게 비즈니스를 혁신적으로 이끌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강연을 마치고 질의응답시간에 폐사의 CTO인 밀러박사가 "Do we need to do Innovation?"(혁신을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아주 원초적인 질문을 했다. 필자는 이 질문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혁신기술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코닝에서 그 혁신을 이끌어가고 있는 리더에게서 의외의 질문이 나온 것이다. 카를로스도 순간 멈칫하는 듯 했다. 그 후 내부 전략을 리뷰하는 세션에서 기술연구소의 수석 부사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모어박사가 혁신기술을 만들어 가는 연구소의 현실과 어려움에 대해서 발표했다.
핵심을 정리하면, 혁신기술은 먼저 시간을 가지고 투자해야 하는 것으로 많은 인내심을 요구하기 때문에 경영그룹의 많은 지원과 협조를 요청한다는 것이었다.
앞에 말한 밀러박사의 질문과 모어박사의 발표로 기술개발을 통해 혁신을 이끄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특히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요즘 구조조정과 긴축재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룹 총 매출의 13%가 넘는 예산으로 연구개발의 총대를 메고 있는 리더들 입장에서는 두 어깨가 무겁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은 무섭게 변하고 있다. 과거 라디오를 통해 정보를 얻는 이용자가 5000만명이 되기까지는 38년이란 시간이 걸렸고, TV를 통해서는 13년이 걸렸다.
반면 최근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 인구가 5000만명이 넘은 것은 불과 4년밖에 걸리지 않았고, 나아가 MP3는 3년 안에 이 숫자를 돌파했다고 한다.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기술혁신을 통해 일어나고 있다. 최근 미국 유수잡지에 발표된 2010년 주목받을 직업 10가지는 2004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라고 한다.
새로운 기술정보가 앞으로 2년마다 2배 이상씩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기술 혁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내를 가지고 투자를 해야한다? 아이러니다. 앞서 말 한대로라면 지금 공학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들이 3학년에 올라가면 이미 앞에 배운 내용들을 써 먹기도 전에 구닥다리가 되고 만다는 것인데...
필자는 요즘 혁신의 의미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게 됐다. 이렇게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진정 혁신이란 무얼 말하는 것이고 어떻게 해야 생존을 위한 혁신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가.
최근 프랑스 인시아드(INSEAD)경영대학원의 한 교수가 새롭게 혁신을 정의하는 책을 발간했는데 이 책에서 혁신은 변화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며 새로운 매뉴얼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혁신이 단순한 제품이나 기술의 개발 단계를 넘어서서 가치와 효용을 전달하는 정도에 따라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코닝의 최근 혁신은 이미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58년이 넘는 역사 동안 지속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투자한 기초기술개발이 최근 들어 인접기술(Adjacency) 개발 전략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30년 전에 자동차 창문용으로 개발된 유리가 지금 전 세계 LCD TV에 들어가고 있으며, 2년 전에는 상상하지도 않았던 휴대폰의 핵심 부품으로 적용되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제품에 적용을 기다리고 있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밀러박사가 질문한대로 혁신은 해야 하는가? 혁신기술개발은 정말 인내를 필요로 하는 것인가?
어렵게 출발할 것이 아니라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돌아보고 그 안에서 또 다른 가치를 찾아내는 눈을 가지는 것이 곧 혁신이 아닐까. 이것이 바로 이런 변화속에서 미래를 위해 무엇인가를 준비하는 혁신의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