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포럼] `미래산업`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홍문표 고려대 디스플레이반도체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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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6-1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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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포럼] `미래산업`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지난 60년 동안 디스플레이 시장 전반을 장악해왔던 CRT 디스플레이는 불과 10년도 안돼 LCD, PDP 등 평판디스플레이로 급속히 대체됐다. 모니터, 노트북, 휴대폰 등 IT제품 뿐만 아니라 대형TV 등 생활용품까지도 LCD가 채용돼 이제는 평판디스플레이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빠르게 발전하는 정보화 기술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로 접근해가고 있는 지금, 더 얇고 더 가벼우며 휴대하기 쉬운 경박단소 디스플레이가 휴대용 기기의 기본적 요구사항이 되고 있다. 유비쿼터스 시대를 실현하는 정보기기로 디자인 변형이 자유롭고,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고, 유연하면서도 질긴 특성으로 때론 종이처럼 접거나 휘어지거나 두루마리처럼 말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출현은 그동안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과정을 볼 때 필연적 귀결이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협의의 정의는 유리기판을 기반으로 하는 현재 평판디스플레이 기술 대신 플라스틱 필름과 같은 유연한 기판을 기반으로 하는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하드웨어 기술 변화를 의미하며, 디스플레이 품질인 화질은 기존 유기기판 기반의 디스플레이와 동일하거나 향상된 수준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산업적 의미에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정의는 CRT, LCD, PDP, OLED 등과 같은 특정한 디스플레이 기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디스플레이 산업의 전반적 변혁을 의미한다. 지난 10년 간 LCD를 선봉으로 한 평판디스플레이 공습에 CRT와 같이 부피가 큰 디스플레이 제품이 박물관으로 밀려난 것처럼, 현재 디스플레이 산업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LCD 등 평판디스플레이 제품도 언젠가는 소비자들의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제품에 밀려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 새로운 제품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노트북 크기의 시원한 화면을 제공하면서도 명함크기로 얇게 접을 수 있는 휴대폰, 돌돌 말아 가지고 다니다 필요할 때 펼쳐서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고, 때로는 드라마도 볼 수 있는 전자책, 모든 벽면에 도배하듯 쉽게 설치할 수 있는 초대형 TV, 이런 제품으로 가득찬 전자제품 매장을 상상해 보라. 당신의 지갑은 큰 저항 없이 열릴 것이다.

이같은 잠재 시장 폭발력 때문에 세계적으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관련 연구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변방 위치에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정부주도로 장기적 전략을 마련,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원천기술을 끈기 있게 개발해왔다. 그 결실로 전자종이의 대명사가 된 미국 e-잉크(Ink)사 제품이 1세대 전자책의 표시소자 시장을 독점하고 있고, 최근 미국 인터넷서점인 아마존에서 출시한 e-잉크 기술 탑재형 전자책인 킨들 시리즈가 출시 두 달만에 30만대가 판매되는 등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전자책 단말기 시장성장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또 유럽계 회사로 필립스에서 분사한 폴리머비전, 캠브리지대에서 창업한 플라스틱 로직, 영국계 프라임뷰 인터내셔널(PVI) 등이 e-잉크 기술을 채용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 주도로 트라딤(TRADIM)이란 연구단을 구성해 플렉서블 LCD, 플렉서블 OLED의 핵심 부품인 고성능 플라스틱 기판의 원천기술을 확보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대만은 국가연구소인 ITRI 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양산평가가 가능한 센터를 구축해 세계각국과 적극적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적 디스플레이 전시회인 SID나 IMID 등에서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는 첨단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개발품을 삼성과 LG에서 계속 출시하고 있고, 앞선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 기판, 전자종이 표시소자, 인쇄전자용 잉크 등 핵심 부품소재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자책 시장을 필두로 열리고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현재와 같은 디스플레이 강국 위치를 지킬 수 있을지 우려된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새로운 소재, 새로운 부품, 새로운 장비를 토대로 하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고, 새로운 도전이다. 핵심원천 소재, 부품 단계에서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소재부품 기업과 모듈 대기업이 실제적 공동연구가 가능한 체계와 새롭게 개발된 소재, 부품의 제품평가가 가능한 시설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도 미국의 FDC, 대만의 DTC, 유럽의 디스플레이 연구센터들과 같은 미래 디스플레이 연구센터 설립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조금 늦기는 했으나, 그래도 지금이 가장 빠른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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