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 버전 `IT강국`으로 세계진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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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6-16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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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서울에서는 방송통신의 정책, 산업화 논의, 비즈니스 등 세 분야의 주목할 만한 이벤트가 열린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하는 15개국 방송통신 장차관 국제회의와 12개국 IT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방송통신콘퍼런스, 국내외 350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월드IT쇼가 그것이다.

세 행사가 새삼 관심을 끄는 것은 방통위가 와이브로(WiBro) IPTV 등 우리의 신규 방송통신 융합서비스 모델의 해외 진출 기회로 적극 활용코자 하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이번 장관회의에 우리의 융합 모델 수출 유망국들이 대거 참석한 것을 강조한다. 그동안 우리의 융합서비스 모델에 관심을 가졌던 중앙아시아와 동남아, 중동 국가들의 장차관들에게 우리 기술을 보여줌으로써 와이브로 진출의 기폭제로 삼겠다는 것이다.

방통위의 전략은 이틀간 열리는 국제콘퍼런스에서 미국과 유럽의 주요 산업 전문가들이 방송통신 융합 비즈니스 창출 전략을 발표하면서 힘을 보태고 월드IT쇼에서 직접 시연과 체험을 통해 확인하게 하는 시나리오로 짜여 있다. 나무랄 데 없는 구성이다. 그러나 우리의 모델을 해외에 내놓기에 앞서 현재 우리 모델의 진면목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동안 귀따갑게 자의든 타의든 `IT강국'이란 소리를 들어왔다. 세계 최고수준의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CDMA에서 시작해 3G와 4G로 이어지는 이동통신 서비스 개척 과정, 한발 앞선 전자정부 도입 등 IT강국을 뒷받침하는 지표는 여럿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월성으로 경쟁국들을 압도하기에는 부족하다. 이런 분야의 인프라는 유럽과 미국 일본 등으로 빠르게 보편화됐고 일부 분야에서는 오히려 우리를 앞서가고 있다. 이제 구 버전의 `IT강국'으론 IT산업의 리더십이나 서비스모델 수출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한국형 모바일 방송인 DMB나 모바일인터넷 와이브로가 해외로부터 입질을 꾸준히 받고 있지만, 또렷한 진출 모델은 세우지 못한 것에서도 그 같은 조짐을 읽을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새로운 `IT강국'의 버전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번 행사를 IT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확산의 벽에 부닥친 IPTV와 서비스 개시 꼭 3년을 맞는 와이브로를 원점에서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IPTV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KT 등 사업자들이 시장 동향을 살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사업자 폐쇄형 IPTV로는 케이블TV와 차별화를 꾀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논의를 심각하게 해야 한다. IPTV는 이명박정부의 방통위가 심혈을 기울이는 신성장동력이어서 더욱 그렇다. 특히 뉴미디어산업을 재편할 미디어관련법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IPTV의 중간검토는 꼭 필요하다. 와이브로는 상충서비스를 갖고 있는 사업자를 선정함으로써 출발부터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와이브로도 사업자들만 재촉할 게 아니라 당근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IT강국의 맨 밑바탕은 소프트웨어산업이다. SW산업은 저작권 보호에서 출발한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에 따르면, 우리의 SW산업 수준은 선진국 대비 2.2년의 갭이 있다. 이를 메울 전략이 시급하다. 저작권보호에서도 마찬가지다. IDC는 한국의 불법복제율이 43%로 세계 평균 38%보다도 더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행사가 IT강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재확인하고 정부와 기업들이 어떤 정책포지션과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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