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민 교사, 量보다 質에 초점 맞춰라

`불량교사` 원인은 `숫자 늘리기` 급급 탓
철저검증, 체계적 관리 중장기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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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6-1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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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민 영어교사가 올해 6천명을 넘어서면서 부적격 원어민 교사의 문제점이 속속 노출되고 있다. 자질 시비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 정도의 불성실하고 무성의한 태도로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개인적인 이유로 학기 중에 갑자기 그만두는 교사, 학력을 위조한 교사 등이 잇따르면서 채용에서 사후 관리에 이르기까지의 원어민 영어교사 관련 제도 를 총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양적 확대정책이 불량교사 낳았다"

원어민 영어교사의 자질시비가 거세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원어민 교사의 채용이 최근 수년간 급격히 늘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2006년 2천456명이었던 전국 초ㆍ중ㆍ고등학교의 원어민 영어교사는 2007년 3천693명으로 늘었다. 지난해는 무려 1천700여명이 늘어 작년 9월말 현재 5천417명에달했다. 2년 새 3천명을 채용해 원어민 영어교사의 수가 두배 이상으로 늘어났고, 이런 과도한 채용 확대정책으로 올해에는 그 수가 6천명을 훨씬 넘어설 전망이다.

이처럼 무리하게 채용을 늘리다 보니 적절한 자격을 가진 원어민 교사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수 밖에 없었고 선발과정에서 충분한 검증을 거칠 수도 없었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을 통해 선발된 교사는 그나마 나은 평을 듣고 있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민간 리크루팅업체나 원어민 교사 채용사이트 등을 통해 뽑는다.

수원 소재 고등학교의 한 영어교사는 "서류심사, 면접, 시험강의 등을 거쳐 선발되는 한국인 교사와 달리 원어민 영어교사는 간단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채용되는 경우가 많아 교사로서의 역량을 확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급속한 원어민 영어교사 확대 정책의 폐해는 미비한 자격 조건에서도 드러난다.

사범대를 나오거나 교직을 이수해야 교사 자격이 주어지는 한국인 교사와 달리원어민 영어교사는 대학 졸업증만 있으면 된다. 최근에는 대학 3학년 이상으로 자격이 더 완화됐다. 교사 자격증이나 외국인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인 테솔(TESOL) 보유자는 절반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원어민 영어교사가 일선 학교에 배치되기 전의 연수 과정은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원어민 영어교사의 배치전 연수기간은 일주일에 불과하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는 2~3일에 지나지 않는 곳도 있다. 수업과 관련된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주형미 연구원은 "지금의 시스템은 수업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지 개인 역량에 맡기는 것 아니냐. 수업지도안도 못 짜는 원어민 교사들도 있다. 학생들은 운에 따라 선생님이 결정된다"고 비판했다.

불성실한 수업 태도나 잦은 무단 결근 등으로 자질 논란을 빚는 원어민 교사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1년 계약직으로 채용되기 때문에 1년 후 다른 학교로 옮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원어민 교사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직전 학교의 근무 성적이나 학교장 추천서 등이 의무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새로 원어민 영어교사를 채용하는 학교는 부적격 교사를 가려낼 방법이 없다.

◇ "중장기적 개선책 마련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인식으로 원어민 영어교사 관련 제도를 총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원어민 교사 채용 정책을 양적인 확대에 초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질적인 개선에 초점에 맞춰 채용과 관리, 성과보상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조언이다.

권오량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영어를 전공하지 않은 원어민 교사가 대부분이 라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배치 전 연수 기간을 충분히 늘리고 방학 등을 활용해 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국가나 시도별로 원어민 교사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형미 연구원은 "원어민 교사의 자격 기준을 마련, 엄격히 적용함으로써 이들의 교사로서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현직 원어민 교사의 잘된 수업을 엄선해 모델로 개발하고 우수 사례 등을 널리 보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중국 등과 원어민 영어교사 유치를 위해 경쟁하는 현실에서 우수 교사에 대한 적극적인 우대 정책을 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경희대 영어교육과의 성기완 교수는 "1년씩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문제다. 한국에서 교사 일이 자신의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 않다. 정규 고용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원어민 영어교사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중인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원어민 교수능력시험`을 실시해 통과자에게는 체류기간을 중장기적으로 부여하고 안정된 직장을 연계시키는 우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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