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교체조명 잦은고장ㆍ성능 미달
정부의 LED보급사업이 원칙없이 경쟁적으로 추진되면서 해당 관공서의 부실시공이 잇따르고, 중국산 부품을 혼재한 저가 제품이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는 결국 한국 LED제품의 신뢰도를 추락시키고, 향후 부메랑이 되어 그린 에너지 산업 육성에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는 문제제기로 이어지고 있다.
1일 관련업계 및 보급사업을 추진했던 일부 공공기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LED보급사업을 통해 교체한 LED조명 중 일부는 잦은 고장과 성능 미달, AS가 아예 불가능한 제품이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중 몇몇 관공서는 교체한 LED조명이 기존 형광등 대비 밝기 등 성능면에서 오히려 떨어져, 기존 조명으로 다시 복구하는 사례도 벌어지고 있다. 또 경북에 위치한 한 관공서는 이러한 사실을 감추기 위해 설치된 LED조명에 별도의 인버터를 연결해 전력을 공급, 사용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의 불용예산 국고 귀속을 보름 앞두고 정부는 대대적인 LED보급사업을 시작했다. 보급사업의 실무를 맡은 에너지관리공단 조차도 KS규격 미비와 안전성 검증이 안됐다는 결론을 내리고 지식경제부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지만, 제조업 활성화를 반대할 큰 명분은 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약 4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고, 5만여개 이상의 백열등 조명이 LED로 교체됐다. 별도의 안전성과 제품 특성 판별은 참여한 기업의 시험인증서로 대신했다.
하지만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형광등보다 오히려 어두운 LED조명으로 인해 업무 효율이 떨어져, 기존 조명으로 다시 복구했다"고 밝혔다. 양적인 보급사업 확대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개별 제품의 안전성과 신뢰성이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이에 대해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철저한 사후 품질관리를 진행 중이며, 제품 이상이 발생하면 2년간 무상으로 AS를 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런 사태의 배경에는 보급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 중 일부 업체들이 이익을 내기 위해 저가형 중국산 불량 제품을 혼합해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이들 중국산 저가 부품들은 국산 부품 대비 50%이상 싼 제품으로, 안전성 검증을 받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완제품이 아닌 불량 부품 수입 시 관세가 붙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다.
이와 함께 최근 정부부처 중 일부는 KS규격 제정 시 논란이 되고 있는 G13소켓 형태의 직관형 형광등 대체형 LED조명을 안전성 테스트 결과 전에 도입 설치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 부처 중 한 곳은 자체 예산으로 형광등 대체형 LED램프를 최근 설치, 완료했다. 이는 엄밀히 따지면 `외부배선을 연결해 사용해선 안된다'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규격에 반하는 것으로, 현재 기술표준원에서 이 제품의 안전성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결국 기표원에서 아직 안전성 검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의 제품을 정부기관이 미리 설치한 꼴이 됐다. 만약 현재 기표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안전성 테스트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오게 될 경우, 기존에 설치된 형광등 대체형 LED램프는 전량 수거 조치해야 한다.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IEC 안전규정으로 따지면 이 제품은 외부에 배선을 연결했기 때문에 법을 어긴 것이 된다"며 "기표원에서는 이 제품을 안전성 테스트 결과 전에 사용하지 말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자체 예산으로 추진하고 있는 보급사업까지 관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기표원측은 "다만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있고, 자의적으로 이 제품을 사용하는 곳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터 이 제품을 자율안전확인대상품목으로 지정해 별도의 안전성 테스트만 통과하면 사용할 수 있게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약 30억원의 추경예산을 편성, 올해에도 LED조명 보급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고, 내년에는 형광등 대체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민간 시장의 활성화라는 큰 틀에서 LED보급사업은 분명 큰 교량 역할을 할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LED보급사업이 제품의 안전성과 전문성, KS규격이 없는 상황에서 양적인 부분에만 치우친 점이 있다"며 "단품 위주의 유통 보급보다는 안전성 및 신뢰성 검증, 유기적인 정부부처의 협력체제가 갖추어진 후에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