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규 칼럼] 와이브로를 버릴 건가

임윤규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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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규 칼럼] 와이브로를 버릴 건가
천덕꾸러기 취급은 사업권을 따낸 순간부터였다. 슬금슬금 눈치보며 절대로 전폭적 투자를 하지 않았다. 사업계획서 상의 약속은 지키는 시늉정도였다. 2세대(G) 이동통신망을 진화시켜 자연스럽게 3G로 이동하면 그 가입자 그대로 배를 불리게 해줄 수 있는 것을, 글로벌 이통업체들이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비동기식 3G IMT2000은 또 얼마나 믿음직스럽고 든든하던가. 그렇게 사업자들은 죽자살자 와이브로 사업권을 따냈으면서도 3G IMT2000을 선택하곤, 검증되지 않았단 이유로 와이브로엔 더 이상 정성을 쏟지 않으려 했다.

와이브로에 대한 잔인한 외면이다.

돌이켜보면 이런 지지의 철회는 참 어이없기도 하다. 2006년 6월 상용화에 앞서 2003년부터 와이브로 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자들은 얼마나 치열한 전쟁을 치렀던가. 사업권을 놓칠 경우 마치 통신시장에서 퇴출 될 것처럼 걱정하며 밤잠 설쳤다. 그런데, 사업권을 따낸 순간 사업자들은 와이브로를 꿔다 놓은 보릿자루, 바보 취급했다.

정부만 답답하다. CDMA의 성공신화를 와이브로로 이어,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제대로 사업자에게 먹혀들지 않는다. 정부가 바뀌고 정통부가 해체되었어도, 전폭적 지지를 보내며 육성하겠다는데도 걸음 떼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

6월로 벌써 3년이다. 시속 100킬로미터 속도로 달리는 차안에서 10Mbps 속도의 초고속인터넷이라니. 2006년 6월 전 세계 통신업계는 우리나라의 와이브로 상용화에 모두 놀랐다. CDMA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시킨 한국이 또 한번 사고를 쳤다며. 하지만 3년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가입자 20여만, 어디 이래서야 명함이나 건네겠는가. 사업계획서에서 이행하겠다던 약속이야 두루뭉실한 주변간접투자를 통해 채웠을지 모르지만, 커버리지는 상용화 3년을 감안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와이브로는 아직 가능성을 갖고 있는가. 정부의 드라이브는 계속되고 있다. 이는 어쩌면 4G를 위한 발버둥인지 모르겠다. 3G세상에서 빛을 보지 못했으나, 4G세상에서라도 와이브로를 꽃 피우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다.

그런데 앞길이 참 답답하기만 하다. 앞으로도 와이브로는 사업자들의 전략적 계산 속에 다시 고통받을 것 같다. 고통은 서서히 조여드는 투자 압박에서 시작되고, 4G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최고점에 이를 전망이다.

지금 전 세계 통신사업자는 4G 표준으로 비동기 IMT2000인 WCDMA에서 출발한 롱텀에볼루션(LTE)과, 모바일와이맥스(와이브로)에 기반한 와이브로에볼루션 등을 놓고 저울질이다. WCDMA가 3G에서 글로벌한 영향력을 갖다보니, 사업자들은 4G에서도 자연스럽게 LTE기술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와이브로에볼루션이 기술적으로 상용화에 더 근접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통서비스는 국지적 서비스가 아닌 터라 대세를 따를 수밖에 없다. CDMA에서 진화한 3G 동기식 IMT2000에 대한 외면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기서 나온다. 국내 사업자들 역시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LTE에 기울어 있다.

와이브로는 이렇게 외친다. "더 이상 와이브로는 통신사업자가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가 없습니다. 상용화이후 지난 3년간 이미 통신서비스를 말할 자격을 잃어버렸습니다. 여러분은 와이브로를 버리셔야 합니다."

사업자의 답이 궁금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와이브로를 정말 버릴 것인가.

ykl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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