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대통령 서거 '변수' 임시국회도 순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변수로, 당초 6월 처리가 예고됐던 미디어법의 운명도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가 6월 임시국회를 비롯한 주요 정치 일정을 노 전 대통령 장례식 이후로 연기하기로 함에 따라, 당초 6월1일로 예정됐던 6월 임시 국회 개원도 1∼2주 순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회가 열리더라도 방송법을 비롯해 미디어 쟁점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졌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하는 것에 대해 정치적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이미 노 전 대통령 서거 이전부터 여론조사 없이 미디어법을 처리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지난 2월 국회서 합의한 대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의 활동이 끝나면 바로 국회서 표결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수적으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강행처리 의지를 밝힘에 따라, 지난주까지는 한나라당이 6월 국회에서 미디어법을 강행 처리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현재는 노 전 대통령 서거라는 큰 변수로, 미디어 관련법의 강행처리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더 우세하다. 미디어법을 밀어부칠 경우, 노 전 대통령 추모 분위기가 자칫 반 정부 혹은 반 한나라당 정서로 와전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25일 주식 시장에서는 디지틀조선, 아이에스플러스(ISPLUS), iMBC, YTN 등 이른바 `미디어 관련주'들이 개장 즉시 곤두박질치는 일이 벌어졌다. 시장에서도 노 전 대통령 서거라는 변수로, 미디어법 처리가 그만큼 불투명해졌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6월 국회에서 미디어 관계법 처리를 기정사실화 했던 한나라당 관계자들도 이같은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미디어법의 향방을 알 수 없다"며 "향후 여론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이 노 전 대통령 추모 열기가 식어 가는 시점을 계기로, 예정대로 다시 미디어법 강행 처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노 전 대통령 서거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곧바로 미디어법 반대 여론으로 이어질지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6∼7월로 이어지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법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당장 `다음'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한나라당에게는 큰 부담이다. 올해 초 국회 파행 끝에 `3개월간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논의한 후 국회에서 처리'키로 어렵게 합의한 만큼, 이번에는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한 미디어업계 전문가는 "한나라당 측에서는 이번에 미디어법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종합편성PP 선정, 보도PP 추가 선정 등의 계획이 무산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미디어법 처리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희종기자 mind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