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시론] 저작권법 개정안 유감

[DT 시론] 저작권법 개정안 유감
    입력: 2009-05-10 21:01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한국에서의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인식향상은 인터넷상에서의 저작권 침해 등으로 저작권 문제가 일반인들에게 직접 발생하는 것에 기인하는 바 크지만, 궁극적으로는 한국이 선진국 진입에 있어 자연히 발생하는 것에 기인한다. 1980년대 중후반 미국과의 통상분쟁 이후, WTO/TRIPs 협정, 인터넷의 본격적인 이용, 한ㆍ미 FTA 및 한-EU FTA 협상타결 및 타결 임박 등으로 한국의 저작권법제는 가히 선진국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한국의 영화, 방송물, 게임 등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예에서 볼 수 있듯 한국의 저작권산업은 상당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요컨대 저작권의 보호 및 인식수준, 법제, 저작권산업은 선진국형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발의된 저작권법 개정안을 보면 이러한 현실을 부정하고 있거나 과거의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서 매우 유감스럽다.

저작권법 개정안은 첫째, 어렵게 쌓아올려 온 저작권 질서를 일거에 와해시킬 수 있다. 예컨대 불법 복제를 억제하기 위하여 2000년에 도입된 `공중용복사기 복제'의 사적복제 배제는 대학가 등에서 준수되어 질서를 잡아가고 있는데, 이를 폐지하고자 하는 개정안은 저작권 준수의 시계추를 10년 전의 수준으로 되돌릴 것이다. 또한 P2P 및 웹하드 서비스제공자에 대하여 불법 전송 차단 기술을 적용시킬 것을 요구하는 규정에 의하여 비록 제한적으로나마 인터넷상에서의 영화파일 다운로드를 막을 수 있는데, 개정안에 의하여 이것이 폐지된다면, 사실상 무료(약 100원 안팎)로 약 30초만에 한 편의 영화나 방송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에서 이러한 불법 다운로드를 허용하면서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 등에게 한국의 저작물 보호를 요구할 수 있을까? 불법 복제의 증가는 통상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으며 미국이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지적재산권 감시대상국에서 제외시킨 것을 수포로 돌아가게 할 것이다. 미국을 의식할 필요는 없겠지만 경제발전의 상당한 부분을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국으로서는 미국시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둘째, 개정안은 한ㆍ미 FTA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공중용복사기 복제'의 사적복제를 배제하는 개정안은 대학가에서의 불법복제를 억제하도록 하는 한ㆍ미 FTA와 충돌한다. 또한 저작권 제한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권리자가 기술적 보호조치를 해제하도록 하는 개정안은 저작권 침해에 대한 예외와 기술적 보호조치에 대한 예외를 달리 규정하고 있는 한ㆍ미 FTA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저작권자에게 해제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은 저작권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다.

셋째, 개정안은 지적재산권에 관한 국제조약을 위반하여 한국이 WTO에 제소당할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공중용복사기 복제'의 사적복제 배제와 `저작물의 이용이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고 저작권자에게 부당한 손해를 입히지 아니하는 경우'라는 고무줄 같은 추상적 기준에 의하여 허용되는 공정이용 개정안은 저작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다. 따라서 저작권 제한에 관한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베른협약 및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을 위반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특히 TRIPs 위반은 WTO 제소에 이은 무역보복으로 연결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개정안은 한국의 저작권산업 발전을 후퇴시킬 것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서적, 영화, 음악 및 컴퓨터프로그램 등 저작권 산업은 국가, 특히 선진국에서는 국내총생산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높다. 현재의 규정만으로도 저작권을 보호하는데 힘에 부치는데, 사적복제의 확대와 기술적 조치규정의 폐지 등은 한국의 저작권 산업 발전을 후퇴시킬 것이다.

한ㆍ미 FTA 및 국제조약에 배치되고, 외국에서 한국의 저작권 보호 주장을 어렵게 하고, 지금까지 쌓아올린 저작권 질서를 와해시키고 저작권 산업발전에 악영향을 미치며, 한국의 저작권 문화를 후퇴시킬 수 있는 개정안은 폐기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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