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기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작년 11월부터 본격적인 상용서비스가 이루어진 IPTV가 과연 도입 당시의 전망처럼 21세기 융합 매체의 대표주자로 순항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초 기대와는 달리 IPTV 가입자는 작년 말의 159만 가구에서 현재 157만 가구로 정체, 혹은 오히려 소폭 감소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 중 실시간 방송 시청 가구는 약 25만으로 우리나라 3대 통신사업자인 KT, SKT, LG 그룹이 의욕적으로 참여한 신규 사업의 성적표로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신규 매체가 등장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일반적으로 3~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최근의 IPTV에 대한 우려는 섣부른 감이 있다. 하지만 출범 초기에 워낙 큰 기대가 있어서인지 일각에서는 최근의 부진을 타개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자주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IPTV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지상파 방송과 주요 방송채널(PP)들이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채널 구성을 할 수 없다는 데 있다는 의견이 있다. 한편으로는 IPTV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광대역 네트워크의 커버리지가 제한적이어서 대상 가구 수를 확대시킬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업자들의 콘텐츠 수급 계약을 중재하고, 국고를 털어서라도 학교나 군대에 IPTV가 제공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부설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몇 가지는 분명히 하고 넘어가자.
첫째는 IPTV가 방송법이 아닌 별도 입법을 통해서 출범된 배경은 무엇보다도 사업자가 IPTV가 기존의 다채널 방송과는 전혀 다른 서비스임을 강조해서이다. 즉 `IPTV는 실시간 방송이 아닌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쌍방형 콘텐츠 서비스가 주된 서비스'이고, 그렇기 때문에 실시간 방송을 전제한 기존의 방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소유, 겸영 규제는 적절하지 않고, 별도의 규제 체계를 가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불과 1년 전 IPTV는 일방항 실시간 방송을 하는 사업이 전혀 아니라고 주장했던 그 때의 동일한 사업자가 지금은 일방향 실시간 방송이 없어서 사업을 못하겠으니 책임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나무 몇 그루 심어보기도 전에 수목원으로 허가받은 용지를 장사가 안 된다고 아파트 용지로 용지변경 해줄 것을 요구하는 행위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둘째는 만일 IPTV가 기존의 다채널 방송과 동일 시장에 존재하는 서비스라면 특정 기술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정부 정책은 공정경쟁과 기술중립성 유지 차원에서 재검토돼야 하며, IPTV 역시 마땅히 기존의 다채널 방송 사업자와 동일한 규제틀 속에 존재하는 것이 옳다. 요컨대 IPTV는 IP 방식으로 다채널 방송을 제공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이다.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은 이 경우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셋째는 콘텐츠 공급 계약과 관련한 정책적 개입 과정에서는 반드시 콘텐츠의 필수성(necessity)이 고려돼야 한다. 예를 들면 작년 대표적인 복수방송채널(MPP)인 CJ 미디어의 경우 10개 채널 자체제작비 총 비용은 약 562억, 온미디어는 440억 정도의 규모이다. 올해만 1조원이 넘는 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 IPTV 사업자 입장에서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1000억 규모의 콘텐츠 투자 비용은 통념적인 의미에서의 필수성 요건을 충족시킨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결론적으로 최근의 IPTV 활성화 논의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는 데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그것이 xDSL 기반의 IPTV이든, 혹은 닥시스 3.0 이후의 디지털 케이블TV가 진화한 형태의 IPTV이든 대표적인 융합 매체로서의 IPTV는 적극적으로 육성돼야 할 매체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정한 게임의 룰이다. 왜냐하면 게임의 룰이 불완전하고 편향될 경우 시장에서 비효율적인 사업자나 기술이 효율적인 사업자와 기술을 축출시킬 수 있는 개연성이 존재하고 그럴 경우 선순환의 융합 시장은 제대로 작동되기 어려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작년 11월부터 본격적인 상용서비스가 이루어진 IPTV가 과연 도입 당시의 전망처럼 21세기 융합 매체의 대표주자로 순항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초 기대와는 달리 IPTV 가입자는 작년 말의 159만 가구에서 현재 157만 가구로 정체, 혹은 오히려 소폭 감소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 중 실시간 방송 시청 가구는 약 25만으로 우리나라 3대 통신사업자인 KT, SKT, LG 그룹이 의욕적으로 참여한 신규 사업의 성적표로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신규 매체가 등장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일반적으로 3~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최근의 IPTV에 대한 우려는 섣부른 감이 있다. 하지만 출범 초기에 워낙 큰 기대가 있어서인지 일각에서는 최근의 부진을 타개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자주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IPTV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지상파 방송과 주요 방송채널(PP)들이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채널 구성을 할 수 없다는 데 있다는 의견이 있다. 한편으로는 IPTV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광대역 네트워크의 커버리지가 제한적이어서 대상 가구 수를 확대시킬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업자들의 콘텐츠 수급 계약을 중재하고, 국고를 털어서라도 학교나 군대에 IPTV가 제공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부설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몇 가지는 분명히 하고 넘어가자.
첫째는 IPTV가 방송법이 아닌 별도 입법을 통해서 출범된 배경은 무엇보다도 사업자가 IPTV가 기존의 다채널 방송과는 전혀 다른 서비스임을 강조해서이다. 즉 `IPTV는 실시간 방송이 아닌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쌍방형 콘텐츠 서비스가 주된 서비스'이고, 그렇기 때문에 실시간 방송을 전제한 기존의 방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소유, 겸영 규제는 적절하지 않고, 별도의 규제 체계를 가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불과 1년 전 IPTV는 일방항 실시간 방송을 하는 사업이 전혀 아니라고 주장했던 그 때의 동일한 사업자가 지금은 일방향 실시간 방송이 없어서 사업을 못하겠으니 책임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나무 몇 그루 심어보기도 전에 수목원으로 허가받은 용지를 장사가 안 된다고 아파트 용지로 용지변경 해줄 것을 요구하는 행위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둘째는 만일 IPTV가 기존의 다채널 방송과 동일 시장에 존재하는 서비스라면 특정 기술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정부 정책은 공정경쟁과 기술중립성 유지 차원에서 재검토돼야 하며, IPTV 역시 마땅히 기존의 다채널 방송 사업자와 동일한 규제틀 속에 존재하는 것이 옳다. 요컨대 IPTV는 IP 방식으로 다채널 방송을 제공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이다.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은 이 경우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셋째는 콘텐츠 공급 계약과 관련한 정책적 개입 과정에서는 반드시 콘텐츠의 필수성(necessity)이 고려돼야 한다. 예를 들면 작년 대표적인 복수방송채널(MPP)인 CJ 미디어의 경우 10개 채널 자체제작비 총 비용은 약 562억, 온미디어는 440억 정도의 규모이다. 올해만 1조원이 넘는 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 IPTV 사업자 입장에서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1000억 규모의 콘텐츠 투자 비용은 통념적인 의미에서의 필수성 요건을 충족시킨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결론적으로 최근의 IPTV 활성화 논의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는 데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그것이 xDSL 기반의 IPTV이든, 혹은 닥시스 3.0 이후의 디지털 케이블TV가 진화한 형태의 IPTV이든 대표적인 융합 매체로서의 IPTV는 적극적으로 육성돼야 할 매체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정한 게임의 룰이다. 왜냐하면 게임의 룰이 불완전하고 편향될 경우 시장에서 비효율적인 사업자나 기술이 효율적인 사업자와 기술을 축출시킬 수 있는 개연성이 존재하고 그럴 경우 선순환의 융합 시장은 제대로 작동되기 어려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